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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과 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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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07-02 17: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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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과 벼락
김수종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기류가 불안하고 낙뢰가 예상되는 지역을 통과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를 꼭 매어 주십시오.” 착륙을 20여분 앞두고 승객 2백여 명을 태운 에어버스 기장의 기내방송이 객실을 긴장시켰습니다. 비행기가 순항고도를 유지하면 의례적으로 한번쯤 방송을 통해 나오는 기장의 목소리와는 다른 주의환기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후 비행기 동체가 몹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가 컴컴한 구름 속에, 그것도 번개의 섬광이 번득이는 어둠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승객들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순간 빛이 번쩍하며 ‘꽝’하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 동체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벼락인 것을 직감했습니다. 순간 객석은 공포의 침묵이 흘렀고 승객들의 얼굴은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벼락을 맞아도 안전하다는 지식은 들어서 알지만, 그건 일반적 지식이지 내가 탄 비행기가 현재 안전한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이 때 기내 방송을 통해 기장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가 벼락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기체에는 낙뢰를 방전시키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우리 비행기는 아무 이상 없이 비행하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순간 승객들의 얼굴 표정엔 안도감이 감돌았습니다.

사람의 목소리에서 이렇게 절대적 힘을 느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비행기 안에서 기장은 절대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석 달째 접어듭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위험에 놓이게 하지 않겠으니 정부를 믿고 안심하라고 호소하는데도 촛불시위가 꺼질 줄 모릅니다.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과 대통령의 리더십, 벼락 맞은 비행기 안의 공포와 기장의 리더십은 적절한 비교의 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리더십이라는 것이 위기관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인정한다면 뭔가 암시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안심하십시오”라는 기장의 메시지에 안도하는 승객의 심리를 생각해봅니다. 기장은 비행기의 안전 상태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장만큼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있고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기내에 아무도 없습니다. 이를 아는 승객들은 기장의 리더십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조적으로 “안심하십시오”라는 대통령의 말은 거의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촛불심리를 단순하게 규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광우병이든 한미FTA든 대통령은 정보와 지식의 독점자가 되지 못합니다. 또한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성공적 리더십을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보홍수 시대에 직면한 정치적 리더십의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 ‘WEB 2.0’ 사회의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비행기 기장의 리더십에서 한 가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피통치자의 가치와 신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승객에게 신뢰를 주는 기장의 리더십은 단순히 안전정보를 독점하거나 기계적인 위기관리 능력이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기장이 승객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 즉 생명을 지켜줄 사람이라는 신뢰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은 반드시 기장의 윤리관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기장은 승객과 동반자라는 것을 몸소 실증함으로써 승객의 가치관을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의 정서와 정책을 내걸고 권력을 쟁취했으니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시비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국민이 양보하고 싶지 않은 가치라든가 윤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을 동반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리더십의 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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