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만하자”던 대통령님
노무현 대통령님이 정치 현장에 계실 때 항상 입에 달고 다니셨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정치하지 마라! 돈 벌고 정치해라!”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시절 때 일입니다. 1992년 총선에서 부산에서 낙선하신 뒤 1993년 민주당 부총재로 선출되셨습니다. 그리고 1994년 원외 부총재로서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어 21세기 새로운 민주주의의 출발을 준비하자고 했었지요.
그때 대통령은 서 너 차례 참모 모두를 불러놓고 ‘정치 그만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남한테 손 내밀어 돈 달라 하기가 너무 부끄럽고 그나마도 거절당하신 날이라거나, 아니면 한 가정의 남편과 아버지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괴로웠던 날들이면, 참모들을 불러놓고 심각하게 제안했습니다.
"우리 정치 그만하자. 오히려 각자 돈 벌고 시민운동 하자. 시민운동은 운동가로서의 명예라도 남고, 사람들로부터 좋은 일 한다고 인정이라도 받을 텐데…. 정치한다고 온갖 곳에 손 벌리고 뒤돌아서는 뒤통수에 따가운 눈총이나 받아가며…. 이게 할 일이 아니다."
이 문제는 비단, 정치인 노무현, 한 분의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하루 일해 하루 살고, 한 달 일해 한 달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모두의 고통입니다. 직장을 잃으면 그 즉시 멈춰 서버리는 생활.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확천금의 재산을 모은 것도 아니고 근면하게 일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한 푼 달라며 손을 내밀기엔 그 마음도 한없이 여린 평범한 보통 사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민주주의’ 십자가를 누가 질 것인가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
가진 자가, 등 따습고 아무 걱정할 것 없이 배부르게 사는 사람들이 좋은 정치를 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의 정치는 그 재산을 더 키우고 지키기 위함이거나, 아니면 그 번 돈으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권력과 명예를 얻고 싶은 공명심의 정치일 것입니다. 돈을 번 분이라면 그 돈으로 사회 자선사업을 해도 충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태여 그 돈을 써서 권력을 얻고자 할 일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정치는 돈 많이 번 자는 도저히 질 수 없는 무거운 십자가입니다. 오로지 국민에게 빌어먹는 자, 그래서 국민과 민심과 역사를 하늘처럼 모실 수 있는 자들이라야 비로소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권력욕과 명예욕을 목표로 하는 사람과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하는 정치가 외형으로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권력투쟁의 현장에서 이 짝퉁과 진품 경쟁은 참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뽑아놓고 ‘그놈이 그놈이다’란 소리를 반복하게 됩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말합니다. ‘너무 없이 산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더 부패한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대중의 통념을 들을 때, 가장 분노하고 허탈해집니다. 홑옷 하나 겨우 두른 가난한 정치인은 권력 잡고 착복하려 해도 숨길 곳이 없습니다. 뭐 하나 숨겨 갖고 나오려 해도 주머니가 불룩해져서 금방 들통이 나거든요. 하지만 좋은 옷에 좋은 외투 입은 부자 정치인들은 뭘 하나 숨겨도 표시하나 나지 않습니다.
결국 민주주의 좋은 정치는 자신이 벌어 놓은 주머니 쌈짓돈으로 부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에 기초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고 그래서 그 좋은 정책과 생각을 다시 평범한 모든 사람들과 공유해서 투표로 국가 권력을 만들어야 하는 민주주의 정치는 모든 곳에 비용이 들어갑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는 일
오늘 저는 노무현 재단에 여러분들의 참여를 호소하려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는 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진보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표를 남기지 않는다면 이 역사는 기억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록하지 않은 것, 기억되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역사일 수 없습니다. 기록도 없고 기억조차 없는 죽어있는 역사로는 더 좋은 미래를 약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류는 학습을 통해 진보해 왔습니다. DNA 염색체의 유전자 기록에 의해 인류는 종을 재생산합니다. 이 기억만으로 인류가 진보해 온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 정보만으로는 인류가 인류일 수 없습니다.
파피루스. 종이에 새겨진 문자의 기록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진보해 왔습니다. 그러기에 학습은 기록을 통한 기억의 축적입니다. 그리고 이 기록의 축적은 언제나 새로운 창조를 이끌어서 인류의 역사를 진보시켜 왔습니다.
더 좋은 미래, 더 좋은 민주주의, 더 좋은 진보의 역사를 원하신다면,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록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발현됐던 우리 시대 진보의 역사를 기록하고 축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진보의 미래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재단에 우리의 모든 힘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진보의 역사를 위해, 우리가 꿈꾸는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가장 집중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곳은 노무현재단입니다. 한 명의 회원이라도 더 늘려나갑시다. 단 한 푼의 돈이라도 더 모금해 나갑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진보의 역사에서 그 어떤 파도가 밀려와도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그 어떤 이정표를 굳건히 세워봅시다. 꼭 그럽시다!
출처 : 사람사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