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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奉化)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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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11-14 11: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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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奉化)를 아십니까



면적이 서울의 두 배, 산이 군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오지. 경상북도 북쪽 끄트머리, 태백산과 소백산의 남쪽 자락에 위치한 봉화군은 그 때문에 각종 홍보물과 관광안내 리플릿(leaflet)에 ‘태고의 신비와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장’이라고 스스로를 일컫습니다.

그곳 봉화를 10월 말 찾아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군이 봉화의 명승과 문화, 맛과 멋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행사와 투어 전문지 관계자들을 초청해 탐방을 겸한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벌인 것입니다. 좀처럼 가보기 힘든 1박 2일의 오지 관광이라 기대도 컸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봉화는 역시 산입니다. 백두대간을 이고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가 10여개 있지만, 876m의 청량산이 봉화산의 대명사입니다.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청량산은 웅장하면서도 우아하고, 장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풍광이 5대 명산의 하나라는 명성 그대로입니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청량사를 중심으로 23개의 암자가 있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지금은 암자의 모습은 없고 유교문화의 유적만 남아 있습니다. 풍기 군수 주세붕이 지었다는 12개 봉우리 이름과, 퇴계 이황이 수학했던 자리에 후학들이 세운 청량정사(淸凉精舍)가 그것들입니다.

산지인 만큼 수목의 종류도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수종은 금강송입니다. 적갈색 둥치가 전봇대처럼 하늘로 치솟아 기품이 있고, 꼭대기 가지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급경사가 져 눈이 많이 내려도 견뎌낼 수 있도록 안정된 자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춘양면의 금강송은 춘양목(春陽木)으로 불립니다. 궁궐이나 사찰 문화재 건축과 선비들의 관(棺) 재목으로 쓰이는 명품 소나무입니다. 때문에 불 탄 남대문 복원 등에 쓰일 거목들이 허리에 흰 테를 두르고 수인(囚人)들처럼 번호표를 달고 있는 자태가 처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춘양은 영암선 철도의 주요 역입니다. 자유당 시절 이 고장 출신 국회의원이 억지를 부려 직선거리 500m를 2km나 돌게 하고 공사비도 엄청 더 들여 춘양을 지나게 했다고 합니다. 이 바람에 봉화 사람들은 ‘억지춘향’이 아닌 ‘억지춘양’이라는 말이 생겼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한 때 춘양은 봉화읍에 버금가는 장이 서고 목재 반출로 흥청거리는 산골 도회였습니다. 그토록 수려한 춘양목을 베어낸 덕분입니다. 다행히 이곳에 광릉수목원의 두 배나 되는 고산 수목원을 만들기 위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라서 기대해 볼 만 합니다.

금강송에 버금가는 명물로는 송이를 들 수 있습니다. 한랭한 산악 기후에 습도와 일조량이 알맞아 봉화 송이 맛은 국내외에 정평이 나 있습니다. 송이 돌솥밥ㆍ송이 닭백숙ㆍ송이 김치ㆍ송이 구이로 변신한 웰빙 식품들은 가을 축제 때 100만 명 가까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자상품이기도 합니다.

봉이 높아 절이 많고, 골이 깊어 아름다운 계곡이 많은 봉화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세계 최남단의 열목어 서식지가 있고, 은어가 헤엄쳐 다닙니다. 계곡 절벽의 경치가 장관인 낙동강 상류에는 여름철 래프팅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물 반 사람 반으로 모여 들고, 잘 보존된 양반 고택에는 숙박 체험객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산과 계곡, 유교문화와 선비들의 유품, 전국에서 제일 많은 정자를 가진 봉화에는 축제도 많습니다. 송이축제(9월)외에도 은어축제(7월 말~8월 초) 청량산 수박축제(8월 중순) 봉성 돼지숯불구이 축제(8월 중순)에다, 겨울철에는 환상선(環狀線) 눈꽃열차가 간이역인 승부역에 멈춰 산골마을 정취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과 태고의 멋을 지닌 봉화군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사업계획을 세우고 미래전략과라는 직제까지 두어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구가 3만 6천 명 정도 밖에 안 되고 전국 시 군 구 중 재정자립도가 꼴찌에 가까운 군의 세수를 늘리겠다는 프로젝트들입니다.

계획 내용을 보면 △태양광 발전단지 및 신ㆍ재생 에너지 산업단지 조성 △청량산 시설지구 호텔ㆍ온천 개발 △문수산 스키 리조트 조성사업 △낙동강 횡단 출렁다리 건설 △골프장 유치 △전원마을 조성 등입니다. 군청과 민간의 연구와 검토로 만들어진 계획들인데 결국은 자연을 훼손해야 하는 사업들입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세계의 명승지들은 단기간에 조성된 곳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을 끌어들일 목적으로만 지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전시행정이나 상전벽해식 개발 사업은 독창성이나 친화력이 결여되어 자칫 문화적 펀드통(Fund痛)만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세수증대는커녕 세금만 낭비할 염려도 없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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