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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고민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11-09 15: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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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후보가 당선된 사실은 비단 미국뿐 아니라 온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정계에 입문한 지 불과 12 년밖에 안 되었지만 그의 세련된 대중연설과 공개토론에서의 침착성이 국민을 무시한 부시행정부를 청산할 훌륭한 선택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의 앞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오바마 자신과 그의 유능한 보좌관들이 이미 깨닫고 대책 수립에 나섰으며, 당선 다음 날에 벌써 뉴욕 증시가 폭락한 사실이 오바마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다우존스 지수가 500포인트 가까이나 떨어졌다는 사실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오바마의 당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에게 “나라를 경제공황으로부터 조속히 구제해야 된다고 요구함으로써 그의 공약 전체를 실천에 옮기려는 기운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더욱이 상원에서 공화당의 합법적인 의사방해행위(filibuster)를 막을 수 있는 60석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도 정책 추진에 있어 공화당과의 타협을 모색해야 할 가능성마저 있고, 또 그를 당선시킨 지지층이 너무나 광범위한 연합세력(coalition)이라는 점도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레온 파네타(Leon Panetta)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는 그가 직면하고 있는 제약들을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국민이 가지는 기대치를 좀 낮추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미국 최대의 유력지는 5일자 머릿기사에서 오바마의 보좌관들이 “국내외에서의 열광적 지지는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 크게 놀라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지지자들의 열성이 국정 수행에 도움은 될 것이지만 문제 해결이나 부시행정부 정책을 ‘완전히 그리고 조속히’ 청산해야 한다는 기대를 좀 둔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996년에 클린턴의 수석보좌관이었고 힐러리 여사의 상원 출마와 금년의 대통령 후보 운동을 도왔던 마크 펜(Mark J. Penn)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새로운 연합세력(A New Coalition)’이라는 글에서 “백인 고소득 전문직과 지식인이 흑인 및 남미계 민족과 합세하여 오바마를 44대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고 했습니다.

1996년에 흑인과 남미계 유권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21%로 늘고, 연 수입 10만 달러 이상의 유권자도 1996년엔 9%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26%였다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연 수입 10만 달러 이상의 유권자는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졌지만 20만 달러 이상 유권자의 52%가 오바마를 지지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연합이 오바마 당선을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마크 펜은 결정적으로 오바마를 당선시킨 것은 ‘이데올로기나 변화’를 신봉하는 유권자가 아니라 그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는 오바마가 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믿은 유권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의 ‘유식하고 침착하고 자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존 매케인의 갈팡질팡하고 때로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제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오바마의 수석보좌관 로버트 기브스(Robert Gibbs)는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나친 기대감에 관하여 그와 상의한 바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오바마 자신도 차차 있을 기자회견에서 자세히 호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이 일어날 것이며 얼마나 빨리 변화가 올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기대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브스는 말했습니다.

한편 오바마의 여론조사 담당 보좌관인 조엘 베넨슨(Joel Benenson)은 “유권자가 오바마를 두 달 안에(대통령 취임 전에)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사나이로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보좌관들은 으레 새 대통령의 치적을 평가할 때 쓰이는 ‘취임 100일’ 기준을 이번 경우 적용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라 말했으며, 또 유세 막바지 단계에서 오바마 자신이 인터뷰 기자에게 “취임 후 약 1000일 정도를 두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고 이 기사는 말했습니다.

지지층이 너무 광범위한 마큼, 이 다양한 유권자들의 소망을 일일이 들어 준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오바마는 곧 실감하게 될 것이라는 게 오바마를 당선시킨 주위 사람들의 일치된 이야기 같습니다. 외교문제에 있어서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조속히 철수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에 관해서도 국민과의 사이에 적당한 공감대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군부의 입김이 완전히 불식된, 진정한 국민의 정권이 처음으로 들어섰다고 온 나라가 열광한 10 년 전의 우리 국민이 그동안 이게 아닌데 하고 허탈감에 빠졌을 때도 있었습니다.

오바마 당선이 확정된 다음 날 여덟 살짜리 소년이 “나는 미국 최초의 라티노(중남미계)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쳤다 합니다. 미국 유권자들이 하로 빨리 선거의 흥분에서 깨어나 이성을 되찾아 오바마 대통령에게 현실적인 지원을 보내주기 바랍니다.








필자소개



황경춘


-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 주한 미국 대사관 신문과 번역사, 과장
-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 TIME 서울지국 기자
- Fortune 등 미국 잡지 프리 랜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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