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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으시오, 아소 타로(麻生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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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10-12 18: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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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으시오, 아소 타로(麻生太郞)



20세기 초엽에 대한제국을 강탈한 일본제국주의자들은 1930년대에 들어 중국대륙 침략의 야욕을 본격화함과 동시에 일본 육군 강경파의 한 사람을 소위 조선총독으로 보내 우리 민족에 대한 황민화(皇民化)정책과 전력 증강을 위한 착취 정책을 강화하였습니다.

일본의 대륙침공 선봉장인 관동군(關東軍) 총사령관과 육군대신 등 요직을 역임한 미나미 지로(南 次郞) 대장을 총독으로 보내(1936~41년), 미국 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에게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한판 승부를 걸기 위한 준비를 한 것입니다.

조선인 지원병제와 근로동원령에 의해 인력착취의 기틀을 만든 뒤 민족문화 말살정책을 강행, 학교에서 조선말과 조선역사 과목을 폐지하고, 소위 '국어상용'(일본어 상용)을 일상화시키고, 매일신보 조선일보 등 우리말 신문을 폐간했습니다.

일제의 만행은 이에 그치지 않고 드디어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인 창씨개명(創氏改名)이라는 반문화적 폭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1939년 11월 10일에 공포된 이 악법에 따라 우리 조선민족은 3개월 후부터 오랫동안 써 온 가문의 성(姓)을 버리고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일본에도 외자 성이 있습니다. 우리 성과 같은 金, 南, 秦, 丘 등이 그 예입니다. 일본 프로 장기연맹(將棋聯盟)에는 金 易二郞(콘 야스지로)라는 꽤 인기 있는 8단 기사(棋士)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똑같은 성을 가진 우리 동포도 새 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극히 불합리한 이론으로, 이 한 가지만 봐도 일제의 창씨개명 정책이 그들이 말한 소위 일시동인(一視同仁)의 뜻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를 말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총독 자신이 南이라는 우리와 똑 같은 한자를 쓰면서 우리 동포들은 새 성을 가지라고 강요했습니다. 그래서 秦씨들도, 丘씨들도 다 새 성으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조상의 얼을 지켜야 한다고 李씨 성을 가진 제 친구 집안은 성산이(星山李)라고 본관을 붙인 새 성으로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창씨한 뒤에도 성을 바꾸지 않고 버티고 있던 같은 반 친구 김 군에게“자네는 일본 성으로 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될 테니 좋겠다”고 부러워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친구가 조상이 물려준 성을 광복 때까지 끝끝내 지킨 것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훨씬 뒤 어느 동창모임 자리에서 창씨개명 이야기가 나왔을 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 말이 졸업 직전에 급하게 일본 성으로 바꾸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1939년의 그 법에 창씨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벌칙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제는 온갖 협박 회유 불이익 등으로 창씨를 강요했습니다. 그 한 예로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학생의 상급학교 진학에 여러 가지 제약을 가했습니다. 당시 일본에 있는 전문학교ㆍ대학에 입학시험을 보려면 도쿄(東京)에 있는 '조선장학회(朝鮮奬學會)'라는 관제 단체의 추천을 받아야 했는데,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학생에겐 추천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오사카(大阪)에 있는 외국어전문학교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할 수없이 졸업 직전에 창씨를 했다고 합니다.

지난 달 일본의 새로운 총리에 선출된 아소 타로(麻生太郞)는 그의 30 년 정치인 생활 중 숱한 실언 망언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표적 망언은 조선의 창씨개명에 관한 것입니다. 그는 2003년 5월 31일 도쿄대의 학원축제 연설에서 전시 일본정부가 공포한 조선인 창씨개명법은 그들이 원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발언을 취소하지 않았지만, 얼마 뒤 와세다(早稻田) 대학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을 때는 국내외의 반응이 너무 컸기 때문인지 곧 취소했습니다.

식민지시대의 우리 동포들 중에는 일본식 개명을 제안하거나 창씨개명법이 나오기 전에 이미 일본식 이름을 만들어 사용한 사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와 같이 대다수의 견해를 역행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천추의 한을 남긴 그 한일합방도 따지고 보면 친일 정치단체가 이완용(李完用)같은 친일 반역자들을 움직여 일본의 야욕에 동조한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 해서 이런 극소수 의견을 구실로 그들의 야만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창씨문제는 이완용의 생질이고 나중에 한성은행(漢城銀行) 전무까지 지낸 친일 갑부 한상룡(韓相龍)이 이미 1919년에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다수의 의견을 대변한 것은 아니며 일본 군부정권이 그 의견을 수용해 1939년에 법을 만든 것도 절대 아닙니다. 지금에 와서 아소 같은 정치가가 조선인의 뜻에 따라 창씨개명을 실시했다고 강변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법의 시행 후에도 창씨를 하지 않은 극소수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앞에서 말한 한상룡과 또 한 사람의 막강한 실업가 박흥식(朴興植), 일본 육군 중장까지 지내고 2차대전 후 필리핀에서 전범으로 몰려 사형 당한 홍사익(洪思翊) 등으로, 일본 군부도 어찌할 수 없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혹자는 일본 당국이 창씨개명은 절대 강제성을 띤 게 아니라는 증거로 이들을 그냥 둔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현대 역사작가로서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꾸준히 인기가 있고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그의 한국 기행문에서 "한국인은 극히 긍지 높은 문화민족으로서 이런 나라를 합병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愚行)이었나를 알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한 것은 소위 황민운동(皇民運動) 정책을 통해 그들의 자존심의 근원인 말과 성을 빼앗음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치욕감을 준 사실"이라고 갈파했습니다.

일제 통치시대의 체험담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차츰 줄어드는 요즘, 아소 일본총리의 등장이 그들의 만행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지만, 짧은 말로 생각을 적절히 표현할 수 없어 그야말로 필설부진(筆舌不盡)이라고 한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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