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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찾아서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6-06 17: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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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순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비행기를 탄 것은 1999년 파리 여행이 마지막이었으니 근 9년만의 일입니다. 요즘은 한 철에 몇 번이고 해외로 나들이 하는 사람들이 흔한 세태에 견주면 필자는 어지간히 구식 사람이 된 꼴입니다.

서울로 돌아오던 날 밤의 기상은 쾌청이었습니다. 오후 9시를 넘어서 뜬 737여객기의 창 너머로 지상의 별빛들은 아름다운 사연을 담은 보석처럼 반짝였습니다. 8,000미터 상공에서 다도해 위를 지나는 여객선의 휘황한 등불이 보였습니다. 서울로 다가오자 경부고속도로와 요금소, 올림픽 대로, 고층 아파트 단지, 남산타워의 불빛이 찬란했습니다. 창가에 앉았던 비행시간 내내 지상의 ‘별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요즘 맑은 날이라고 할지라도 서울 하늘에서 별을 보기란 어렵습니다. 지상의 조명이 너무 강하여 하늘은 별빛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릴 때 가로등도 없어 손전등(플래시)을 들고 깜깜한 밤길을 나서던 때, 으레 밤하늘에 보석처럼 뿌려진 별과 은하수를 보면서 저 별엔 뭣이 있을까 궁금해 하였습니다. 그 때는 하늘을 보는 것이 하나의 오락이었습니다.

‘별.’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1840-1897)의 단편이 떠오릅니다. 산에서 홀로 양 떼를 치는 목동에게 양식을 날라온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 폭우로 길이 막혀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아가씨를 몰래 사모하는 목동은 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면서 아름다운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 주위에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 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마지막 대목입니다.

별 이야기로는 지난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칭호를 안은 이소연 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이 씨는 우주정거장 인터뷰에서 “우리들은 좀 더 서로를 사랑해야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인 구 소련의 유리 가가린과 달에 처음으로 인간의 족적을 남긴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지구는 아름다운 푸른 별”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일본 최초의 우주인 모리 마모루 박사는 “시베리아와 중국한반도와 일본은 오밀조밀 모여 사는 한 동네일 뿐, 인류는 모두 작은 동네에서 공기와 물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죠. 모두 인간의 연대를 강조한 말입니다.

이 씨의 우주비행을 200억원 짜리 ‘우주관광’이라고 폄하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미국에 비하면 우리의 우주 탐험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형편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의 시작은 미약하기 마련이고 그런 미약함 마저 시작하지 않는다면 무슨 대안이 있을까요? 이소연 씨는 열광하는 청소년들에게 우주에 관한 미래의 꿈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미국의 화성 탐사선 피닉스 호는 지난 5월25일, 약 열 달 동안 6억 여 킬로미터를 날아가 화성의 북극에 착륙했습니다. 그리고 로봇 팔을 작동하여 화성의 흙을 채취했습니다. 피닉스 호가 전송해온 화성 표면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가없이 펼쳐진 붉은 황무지였죠.

지구는 우주에서 미미한 존재입니다. 우주의 크기는 1광년(약 10조 킬로미터)의 500억 배나 되는데 지구와 화성의 거리는 ‘겨우’ 평균 7,000만 킬로미터입니다. 지구 위에 터 잡은 인간은 티끌 같은 존재입니다.

광대한 우주 속의 작은 지구. 그 위의 작은 나라인 한국이 최근 들끓고 있습니다. 당초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무선 와이브로로 인터넷 생중계되는 광우병 촛불 시위 현장을 어떤 이들은 직접 민주주의와 최첨단 IT의 결합이라고 칭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냉정하게 흥분을 가라앉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좌파들이 촛불 시위를 기화로 그간 대선과 총선에서 맛본 패배감을 일거에 씻어보자는 유혹에 빠진다면 국민들은 곧 진절머리를 칠지 모릅니다. 집권층도 낯이 익은 한 줌의 인재로 난제를 풀려 들지 말고 널리 인재를 구하여 난국을 헤쳐나가길 바랍니다.

별 하나만 보아도 남들은 미래를 향해 저 멀리 날아가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아등바등 다투고 개미처럼 기어서 남의 뒤만 좇아가는지, 정치인들은 부끄러움을 알기 바랍니다. 혹시 난제가 산적한 18대 국회 문을 제 때에 안 연 것은 잊어버리고 남미 이과수 폭포 같은 관광지는 계속 열어 놓으실 건가요? 제발 NASA의 우주선 발사장 같은 최첨단 현장을 앞 다퉈 보시고 원대한 국가 비전을 세우는데 일조하시기 바랍니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 각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개량을 지고의 가치로 삼아 보도기사와 칼럼을 써왔다. 그는 동구권의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신문사 웹사이트 구축과 운영에서 체득한 뉴미디어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다. 저서로는 병인양요 시대를 그린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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