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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은 어디로 갔나?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4-30 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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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은 어디로 갔나



나라의 주도 세력이 군관민 에서 민관군 순으로 바뀐 지가 20년이 되어 갑니다. 군사정권에서 민간정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주인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왔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머슴론’으로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군림하는 자세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직자가 국민을 성심으로 섬겨야 한다는 절대적 진리는 구두선(口頭禪)에 지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이니 혁신이니 외쳐댔지만 공(公)이 개선된 흔적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겸허하고(恭) 창의적이고(功)심지가 굳어야(鞏) 할 머슴이 오히려 주인을 속이거나(空) 두려움을 주고(恐) 짓누르는(攻) 행태가 두드러집니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요즘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들이 어린이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600여명의 회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어린이 놀이터와 통학로를 순찰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돌보는 것입니다. 안양의 초등생 납치 살해, 일산의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 이후 곳곳에서 주부들이 ‘동네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이 못 미더워서입니다.

지난 달에는 서울 구로구에서 딸아이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성추행하려는 남자로부터 벗어나려다 넘어져 앞니 두 개가 부러진 일도 있었습니다. 딸의 부모는 범행장면이 담긴 CCTV 필름과 진단서를 가지고 경찰서를 찾아 신고를 했지만 수사할 기미조차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직무유기 정도가 아닌 시민에 대한 배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도 잘 모르면서 기술유출 방지법을 입안했지만, 사실 현장에 대한 이해는 겉핥기 수준에 불과했다” “새 정책을 더 만들지 말고 꼭 해야 할 기반조성이나 제대로 해 달라”산자부 차관 출신으로 하이닉스반도체 경영을 맡고 있는 김종갑 사장이 후배 공무원들에게 한 부탁입니다. 정부가 기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양산해 왔다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뒤늦게라도 반성하는 자세는 그래도 낫습니다. 전직 문화재청장이 왕릉에서 지역유지들과 가스불을 피워 놓고 점심 접대를 하더니, 끝내는 재임중에 숭례문이 소실되는 참사가 났습니다. 전직 국가보훈처차장은 지병을 공상(公傷)이라고 속여 자녀들의 학자금 전액을 지원받고 취업 혜택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고위 공직자가 스스로 법을 짓밟은 처사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6개월 전 서울시의 퇴출 대상 공무원 중에는 20년을 근속해 온 문맹자가 있어 세간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밖에도 하루걸러 지각을 하거나 업무시간에 개인 사업장에 드나드는 자, 물병에 술을 담아 하루 종일 마시는 자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소도 웃을 일입니다.

서울 도봉구와 구의회는 작년 말 연간 의정비를 5,700만원으로 60%나 올렸습니다. 서울시의 25개 자치구중 재정자립도가 하위권인데도 의정비는 가장 많아 졌습니다. 미성년자와 타지역 주민들까지 의정비 인상 설문조사에 참여시키는 편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감사결과 드러났습니다. 강동 마포 송파 광진 동작 강남 용산 종로구도 의견 조사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약장수의 사기 수법이나 다름 없습니다.

공기업의 낭비와 방만경영은 분노를 일으킬 정도입니다. 증권예탁결제원은 1억원을 들여 골프장에서 호화 이사회를 열었고, 한전 자회사의 감사는 업무추진비로 휴가때 1천여 만원을 썼다가 적발됐습니다. 한국마사회는 근무도 안한 직원들의 시간외 수당으로 7년간 234억원을 축냈고, 한국토지공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 265억원을 급여형식으로 직원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신의 직장’이라지만 신도 놀랄 일입니다.

참여정부 5년동안 24개 주요 공기업의 임직원은 3만 여명이 늘었고, 부채는 54조원이나 증가했습니다. 그런 판국에도 공기업들은 남는 예산 나눠먹기, 적자에도 성과급 주기, 명퇴자에게 건강검진비 보조, 창사기념품으로 200만원 대 노트북 선물, 배우자 외할머니 사망에 위로금 전달, 일거리 없는 재택 근무자에게 2년 동안 급여 지급 등 상식 밖의 일을 저질렀습니다. 생선가게를 맡은 고양이들의 작태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좀 나아지려니 했던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부각된 정책도 없이 이합집산 끝에 치러진 총선에서 전국구(錢國區) 의원이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투표율을 올리겠다고 선관위가 나눠 준 고궁등 할인권도 사전 합의가 안돼 곳곳에서 퇴짜를 맞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돈질이나 공약(空約)으로 유권자들을 농단했습니다.

채근담(菜根譚)에는 공직에 있는 이를 위하여 해 줄 딱 두 마디의 말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첫째는 오직 공정하면 명지(明智)가 생기고, 둘째는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라고.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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