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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재앙 큰 재앙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4-03 22: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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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화불단행인지 생쥐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캔 애벌레 컵라면 녹조류 녹차 곰팡이 즉석밥 지렁이 단팥빵 등 불량식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대기업에서 주요 브랜드로 내 놓은 상품이 그 모양이니 소비자들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불량식품 사건은 어제 오늘, 한 두 건이 아닙니다. 석회두부 대장균 냉면 부유물 맥주 백반표백 도라지 비료재배 콩나물 공업용 우지 라면 화공약품 고춧가루 가짜 계란 등 사람을 놀라게 한 일이 수두룩 합니다. 더러 악의적인 장난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먹고 속 골병이 든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먹거리뿐만이 아닙니다. 60~70년대에 유행하던 후진국 형 전염병이 요즘 크게 번지고 있습니다. 머릿니가 생겨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초등학생, 결핵 진단을 받고 우울증에 걸린 청장년, 해외여행 갔다가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에 걸려 혼 줄이 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소득 2만 달러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음식이나 질병보다 더 큰 재앙이 될지도 모를 일이 코 앞에 닥쳤습니다. 엿새 후에 우리의 선택으로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입니다. 선거야 말로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큰 기능이라고 합니다. 그 총선이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어진(良) 사람 만을 뽑을(選) 수 있을 지가 염려 되어서 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여당 국회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선거를 이렇게 묘사 했습니다. “권력의 성(城)은 총선거란 축제 때 문을 연다. 그때 비로소 성밖의 백성들은 성안에 들어가 구경도하고, 말 참견도 하고, 때로는 성주를 바꾸기도 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다시 성문은 굳게 닫히고 만다”는 것입니다.

지금 권력의 성문이 잠시 열려 있습니다. 샅샅이 성안의 비밀을 들춰 볼 수는 없지만,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현수막과 공약춤과 노래 소리에 눈이 어지럽고 귀가 따가울 지경입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나라를 위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꺼풀만 뒤집어 보면 거짓의 탈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정성을 앞세운 공천 결과를 두고 ‘누구 편이 많다’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철새 정치인 이삭줍기에다 오기 한풀이 세 과시 출마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과자 병역미필자 납세기피 및 탈세자들도 비일비재 합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수천 만원을 건네려던 돈 뭉치가 적발돼 후보가 사퇴하는가 하면, 대통령선거 때 지긋지긋하게 보아왔던 네거티브 선동이 석 달 만에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막걸리 고무신 선거에, 피아노 표 쌍가락지 표, 닭죽 땃벌떼가 난무했던 시절에 비하면 우리의 선거 문화도 많이 개선 되었지만 고도의 선동과 호도는 여전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파네스는 “선동가의 필요한 특성은 더러운 입, 비천한 출신, 비천한 무리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로마시대의 디오니시우스는 “나라를 멸망시키는 가장 가까운 길은 선동가에게 힘을 부여하는 것” 이라고 선동의 해악을 경고했습니다.

올해로 우리 헌정사는 60년을 맞습니다. “선거를 공명하게 치를 수 있는 사람들은 반란도 진압할 수 있다”고 한 링컨의 말이 아니더라도 공정한 선거관리와 올바른 선택으로 현명한 사람을 뽑는 선거혁명을 기필코 이뤄야 할 때입니다.

불량식품은 리콜이나 시스템 개선으로, 질병은 치료약으로 극복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잘못된 선택은 수 년간 국민에게 후회와 질곡을 강요하고, 생활의 질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심각한 해악을 자초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잔치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권력의 성이 닫혔을 때 우리 모두 한 점의 후회도 남기지 않도록 냉정하게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어떤 권력이든 그 권부는 국민의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합니다. 한 차원 높은 국민의 수준을 확인 과시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유권자에게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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