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행 복 학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3-19 11:49:21

기사수정
 
행 복 학



“당신은 행복합니까?”
요즘 이렇게 물으면 “행복합니다” 라고 선뜻 대답할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지, 내 집 장만할 길은 요원하지, 기름값 올라 차 몰기도 겁나지, 대학 등록금은 천 만원 대를 넘보지, 취업난에 대학 졸업조차 망설여지지....

어디 일반 국민 뿐이겠습니까. 공천 심사에 탈락하여 선량의 길을 접어야 할 정치인, 정부 조직개편으로 자리조차 얻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공무원, 특검 수사로 벌집이 된 재벌의 오너 일가와 임원, 국회 청문회의 질타에 도로 갓을 벗어야 하는 고위 공직후보들....
허파가 뒤집히는 분노와 허탈과 절망감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입니다.

이런 판국에 서울대가 올 1학기부터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행복학’ 강의를 개설했다고 합니다. 행복이 어떤 것인지, 행복학은 무엇을 담고 있는지 언뜻 감이 오지 않지만, 분노를 달래주고 허탈감을 위로해 주고 절망에서 구제해 준다면 행복이 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강의를 담당할 교수들도 “행복 이론을 만들기 보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목적” 이라고 하니 기대가 커집니다.

때마침 친구 한 명이 E-mail로 “인생 후반기 40여 년을 행복하게 살았다”는 미국의 어느 재벌 이야기를 보내와 소개할까 합니다. 33세에 백만장자가 되고, 43세에 미국의 최대 부자가 되고, 53세에 세계 최고 갑부가 된 록펠러(1839-1937)의 삶에 대한 내용입니다.

석유재벌 록펠러는 55세 되던 해에 불치병으로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마지막 검진을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가는 그의 눈에 병원 로비의 액자에 실린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 우리들 장삼이사도 다 들어 본 소리입니다.

그러나 록펠러는 그 글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 전율이 일고 눈물이 났습니다. 뭔가 깨달음을 주는 신선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는 가운데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 때 병원 접수창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어린 소녀의 어머니가 울면서 딸을 입원시켜 달라고 애원하자, 병원 측은 돈이 없으면 입원이 안 된다며 다투는 소리였습니다.

록펠러는 바로 비서에게 모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입원비를 주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시켰습니다. 뒷날 소녀가 기적적으로 회복되자 그 모습을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던 록펠러는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삶이 있는지 몰랐다”라고.

록펠러는 그 때부터 나눔의 삶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신기하게도 병까지 나아 98세까지 살며 자선사업에 힘썼습니다. 1890년 이후 시카고대학 설립을 위해 4억1천만 달러를 기부했고, 록펠러 재단과 의학연구소도 설립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인생 전반기 55년은 쫓기며 살았지만, 후반기 43년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있는 자가 돈을 쓰는 일이 뭐가 어렵느냐고 묻는 이도 있을 겁니다. ‘뒤주가 차야 정도 나온다’는 옛말처럼. 그런데 우리 주변은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있는 자의 주는 뜻이 바느질 할머니, 김밥 할머니들의 몇 백 만원 보다 깨달음이나 선심 면에서 모자라는 것 같아서입니다.

피뢰침을 발명한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은 행복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욕망을 줄이거나 소유물을 늘리는 것이다” 새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발탁 인사들이 하나같이 소유물이 많은 데도 욕망을 줄이고 싶지 않은 것을 보면 행복은 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민주당 9대 시의회 후반기 원 구성관련 당론뒤집고 의장단 꿰찬 조용훈, 민병춘 ,김종욱 3인방에 " 당원권 정… 민주당  중앙당  윤리위는  9대 논산시의회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해  지구당  당협의  결정사항을  뒤집고  상대당과  야합 [?]  의장 , 운영위원장 ,행정자치위원장  세  의정 주요직을 거머쥔  조용훈 의장 ,  민병춘  행정자치위원장  김종욱  운영위원장  등 3...
  2. 논산시의회 최초 지역구 여성의원 당선 기록 세운 최정숙 전의원 내년 지방선거 "가" 선거구 시의원 출마 … 논산시의회  최초의  지역구  출신 여성의원 [ 7대] 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최정숙  [69]  전 의원이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논산시의회  가 선거구 [ 연무읍 ,강경읍 .채운면  양촌면, 벌곡면 ,은진면 ,연산면  가야곡면 ]시의원  출마입장을  밝혔다. 가야...
  3. [프로필] 민주 황명선 최고위원…3연속 논산시장 지낸 친명계 초선 [프로필] 민주 황명선 최고위원…3연속 논산시장 지낸 친명계 초선(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충남 논산시장을 내리 세 번 지낸 친명계 초선 국회의원.국민대 토목환경공학과 졸업 뒤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서울시당 사무처장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새천년민주당 소...
  4. 건양대병원 총파업 돌입…"희생 강요 말고 노동조건 개선해야"(종합) 건양대병원 총파업 돌입…"희생 강요 말고 노동조건 개선해야"(종합)총파업 지켜본 환자·보호자, 일부는 지지하거나 항의하기도환아 부모들로 구성된 단체, 대전시 비판 기자회견 열어(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이어 대전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 노조도 28일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
  5. 논산시 25년도 수시인사 단행 . 농업기술센터 강두식 농업지도관 승진과 함께 기술보급과장 발탁 눈길 ,… 논산시는  2025년도  수시인사를 통해  농업기술센터 등  8명의  직원에 대한  승진및 전부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수시인사를 통해  전임과장의  이직으로  공석이된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에는  강두식  지방농촌지도사를  지방농촌지도관으로  승진과 동시에  직...
  6. "측천무후와 이세적 " "적당히 대처하고 원만히해결하라 " 측천무후와  이세적에  얽힌  일화에서  각박한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에게 "매사에 적당히 대처하고  원만히ㅡ해결하라"는  처세훈을  배운다.이적[李勣]의  원래의 이름은 서세적(徐世勣)으로, 당 왕조 초기를 대표하는 이름 높은 명장들 중 한 명이다. 선배였던 이정이, 죽기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었...
  7. 논산 철도건널목서 열차·화물차 접촉 사고…60대 감시요원 숨져(종합) 논산 철도건널목서 열차·화물차 접촉 사고…60대 감시요원 숨져(종합)(논산=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9일 오전 9시 44분께 충남 논산시 부적면 호남선 논산∼연산 구간 철도건널목에서 무궁화 열차와 건널목에 진입한 1t 화물차 간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주변에 서 있던 철도건널목 감시요원인 A(60대)씨가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간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