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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토목 경제?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3-16 22: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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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토목 경제?



요즘 '토목경제'란 말이 자주 들립니다. 토목경제란 말은 지난 대선 때 정동영 후보 등이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공약을 비판하면서 썼지요. 그들은 대운하건설이 정보통신시대에 70년대 식 개발독재를 연상시키는 토목경제라고 질타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대규모 건설의 기초는 토목공사이고 그것은 반도체 같은 첨단 지식산업도 마찬가지이니 모든 토목공사가 비판해야할 대상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압축성장으로 요약되는 우리나라 현대사에는 단기간에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들과 이를 비판하는 세력이 늘 있었습니다. 야당이 반대했던 경부고속도 건설은 물류 혁명과 함께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연결했고 고속철도도 반대에 직면했었지만 서울과 영, 호남을 반나절로 엮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한반도 대운하가 환경 대재앙을 불러올 토목경제라고 야당과 학계로부터 세찬 공격의 화살을 받고 있습니다. 당초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던 대운하 건설이 서울대 교수 등 각계의 반대에 부딪치자 민자를 유치해 임기 내 완성하고 타당성 검토도 민간이 할 것이라는 말이 쑥 들어갔습니다. 반대 여론이 높으니 총선에 악재가 될까 일단 덮어두려는 속셈 같습니다.

그러나 무슨 돈으로 건설하건 대운하는 거대한 토목사업이고 환경의 영향은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불과 몇 시간 뒤 집중호우의 '물 폭탄'도 제대로 예측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장마철 홍수로 인한 대운하 물길의 영향을 사전에 시시각각으로 측정하겠습니까.

물론 지금의 한강을 보면 정신없이 돌아가는 뭍과는 사뭇 달리 오가는 화물 바지선도 없고 정박해있는 요트도 없습니다. 상류의 용수공급과 발전(發電)을 빼면 '졸린'모습입니다. 그러니 강의 활용도를 높일 여러 발상이 나올 만 합니다.

인천 신공항철도를 타고 가다보면 연변에 흙을 파헤친 붉고 깊은 웅장한 도랑이 보입니다. 너비는 청계천의 수십 배 규모가 되어 보이는 굴포천이죠. 이를 따라 겨우 18킬로미터를 연결한다는 경인운하는 왜 20년 가까이 표류중인지 따져보는 게 좋을 것입니다. 대운하는 청계천이 아닙니다. 먼저 경인운하를 해결하고 서해안의 한강 하류에서 팔당까지의 수도권 수계(水系)라도 가치 있게 개발할 수 있다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대운하는 철저한 환경적, 수리(水理)학적, 기상학적 검토와 경제성 분석이 기본이고 이런 검토에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임기 내에 국토를 개조한다는 조급한 발상이라면 이를 접고 후손들이 더 탁월한 용도를 찾도록 개발권을 물려주는 게 현명합니다.

대운하 앞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시절 강력 반대했던 행정수도라는 산 교훈이 있죠. 행정수도는 위헌결정에 따라 행정도시로 축소됐지만 이는 혈세 8조5,000억원 등 총 45조원을 퍼붓는 최악의 '토목경제'사례가 될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로 5년간 100조원이 넘는 보상금을 풀어 전국을 투기장화한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행정도시는 고속철 개통으로 대전-서울이 1시간 거리로 좁혀져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가 되었으니 수도권 과밀 대책도 아니죠. 굳이 충청권이어야 했다면 연기·공주가 아니라 대전 정부청사 인근의 넓은 공지를 활용해 무려 7,300만 평방미터를 파헤치고 건설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진보적인 민노당 인사도 그런 예산 절감 주장을 했습니다. 통일을 고려해도 남진(南進)은 곤란했습니다. 이제 정부 부처 통폐합으로 이전할 부처도 줄었습니다.

행정도시는 바다에 인공 섬 건설을 불사하며 '포스트 오일'을 겨냥해 관광 물류 금융으로 국가 활로를 찾는 두바이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생산성을 외면한 토목공사는 국민들에게 세금이라는 멍에를 씌우기 마련입니다.

일찍이 2005년 3월 행정도시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박세일 의원은 "역사에 죄 짓기 않겠다"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국회의원직을 내버렸습니다. 환경 중시자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대선 때 충청권 득표에 불리할 줄 알면서도 행정도시를 백지화하고 국제교육행정도시로 바꾸자고 했습니다. 일본 츠쿠바(筑波)나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같은 교육과학연구도시를 염두에 두었겠죠.

생각해봅시다. 2005년 헌법재판소는 행정도시법 위헌 소송에 대해 대통령이 중대사안이라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칠 의무는 없다고 기각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행정도시 건설로 여러 부작용과 폐해가 발생하여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실보다는 엄청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청구인들의 예상이 전혀 근거가 없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국민들이 행정수도를 주문한 게 아니었듯이 17대 이명박 대통령 당선으로 한반도 대운하 공사를 발주한 게 아닙니다. 허겁지겁 달려들지 맙시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들의 생각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섬겨야 합니다. 잘 모를 땐 국민투표에 부칩시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 각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개량을 지고의 가치로 삼아 보도기사와 칼럼을 써왔다. 그는 동구권의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신문사 웹사이트 구축과 운영에서 체득한 뉴미디어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다. 저서로는 병인양요 시대를 그린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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