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동분서주 76세 英국왕…트럼프시대 찰스3세 외교 주목
  • 편집국
  • 등록 2025-03-06 21:11:09

기사수정

동분서주 76세 英국왕…트럼프시대 찰스3세 외교 주목


트럼프 국빈초청 후 젤렌스키·트뤼도 만남…英해군 항모 승선까지


"미묘하고 의도적 행보"…"트럼프 예측불가, 신중해야"


4일 영국 해군 항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 승선한 찰스 3세4일 영국 해군 항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 승선한 찰스 3세 [AFP 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트럼프 발' 격랑 속에 찰스 3세(76) 영국 국왕이 조용하면서도 활발한 외교 행보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2년 9월 영국 역사상 최고령(73세)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그간 형식적인 국가원수로서 사회 통합을 지원하는 관례적 활동을 펼쳤으나 최근 1주일간 뉴스에 이름이 연이어 오르내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찰스 3세의 친필 서명이 담긴 버킹엄궁 초청장을 내밀면서 '역사적인 국빈 방문'을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부르며 수락했다.


바로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이 파행되자 찰스 3세는 2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자신의 샌드링엄 영지로 초청해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주며 환대했다.


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미국과 통상마찰을 직접 겪는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맞이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우리는 캐나다의 주권과 독립적인 미래 등 캐나다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 대화했다"고 적었다.


버킹엄궁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 함구했지만 영국 국왕이 국가 원수인 영연방의 일원 캐나다의 주권에 대한 찰스 3세의 지지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평가된다.


3일(현지시간) 샌드링엄에서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만난 찰스 3세3일(현지시간) 샌드링엄에서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만난 찰스 3세 [로이터 연합뉴스]


4일 찰스 3세는 헬기로 영국 해협으로 이동, 해군 항공모함 HMS프린스오브웨일스호에서 승조원들을 격려하고 전투기 이륙을 참관했다. 영국 해군에 따르면 국왕이 해상 작전 중인 군함을 방문한 것은 거의 40년 만에 처음이다.


이 항모는 전 세계를 거쳐 일본으로 향하는 8개월간의 항해를 앞두고 있다. 영국이 우크라이나 전후 평화유지군 파병을 약속한 가운데 국제 방위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영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해군 기함에 국왕이 오른 것이다.


영국 국왕은 정치적으로 중립의 의무가 있으나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는 외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찰스 3세는 행동으로 조용히 화답한 셈이다.


폴 매클래런 런던로열홀로웨이대 교수는 AFP 통신에 "다소 특이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왕실을 아주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런 '소프트 파워'가 큰 자산이고 지금이 이것이 대단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70년이라는 긴 왕세자 시절을 보낸 찰스 3세는 어머니인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정치, 사회적 참여 의지가 높고 실제로도 더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방식은 피해 가면서도 동맹을 지지하는 외교술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왕실 소식통은 영국 언론에 "지난 며칠은 가장 미묘하고 섬세하며 의도적인 왕실 외교였다"며 "국왕은 국가적으로, 지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책무를 잘 알고 있으며 열정적으로 참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찰스 3세 친필 서명 보여주는 트럼프 대통령찰스 3세 친필 서명 보여주는 트럼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왕실은 국왕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의식해 외교적 만남에서 어떤 언급을 했는지 일절 발표하지 않는데, 이것도 위기를 맞은 대서양 관계의 현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왕실 소식통은 "(국왕의 역할은) 발언하는 게 아니라 상징적인 제스처를 내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고려하면 향후 찰스 3세의 외교 행보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왕실 전문 논평가 리처드 피츠윌리엄스는 "복잡한 문제일 뿐 아니라 상황이 변하는 속도도 문제"라며 "혼란스러운 시기이므로 국왕은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민주당 9대 시의회 후반기 원 구성관련 당론뒤집고 의장단 꿰찬 조용훈, 민병춘 ,김종욱 3인방에 " 당원권 정… 민주당  중앙당  윤리위는  9대 논산시의회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해  지구당  당협의  결정사항을  뒤집고  상대당과  야합 [?]  의장 , 운영위원장 ,행정자치위원장  세  의정 주요직을 거머쥔  조용훈 의장 ,  민병춘  행정자치위원장  김종욱  운영위원장  등 3...
  2. 논산시의회 최초 지역구 여성의원 당선 기록 세운 최정숙 전의원 내년 지방선거 "가" 선거구 시의원 출마 … 논산시의회  최초의  지역구  출신 여성의원 [ 7대] 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최정숙  [69]  전 의원이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논산시의회  가 선거구 [ 연무읍 ,강경읍 .채운면  양촌면, 벌곡면 ,은진면 ,연산면  가야곡면 ]시의원  출마입장을  밝혔다. 가야...
  3. [프로필] 민주 황명선 최고위원…3연속 논산시장 지낸 친명계 초선 [프로필] 민주 황명선 최고위원…3연속 논산시장 지낸 친명계 초선(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충남 논산시장을 내리 세 번 지낸 친명계 초선 국회의원.국민대 토목환경공학과 졸업 뒤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서울시당 사무처장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새천년민주당 소...
  4. 건양대병원 총파업 돌입…"희생 강요 말고 노동조건 개선해야"(종합) 건양대병원 총파업 돌입…"희생 강요 말고 노동조건 개선해야"(종합)총파업 지켜본 환자·보호자, 일부는 지지하거나 항의하기도환아 부모들로 구성된 단체, 대전시 비판 기자회견 열어(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이어 대전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 노조도 28일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
  5. 논산시 25년도 수시인사 단행 . 농업기술센터 강두식 농업지도관 승진과 함께 기술보급과장 발탁 눈길 ,… 논산시는  2025년도  수시인사를 통해  농업기술센터 등  8명의  직원에 대한  승진및 전부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수시인사를 통해  전임과장의  이직으로  공석이된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에는  강두식  지방농촌지도사를  지방농촌지도관으로  승진과 동시에  직...
  6. "측천무후와 이세적 " "적당히 대처하고 원만히해결하라 " 측천무후와  이세적에  얽힌  일화에서  각박한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에게 "매사에 적당히 대처하고  원만히ㅡ해결하라"는  처세훈을  배운다.이적[李勣]의  원래의 이름은 서세적(徐世勣)으로, 당 왕조 초기를 대표하는 이름 높은 명장들 중 한 명이다. 선배였던 이정이, 죽기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었...
  7. 논산 철도건널목서 열차·화물차 접촉 사고…60대 감시요원 숨져(종합) 논산 철도건널목서 열차·화물차 접촉 사고…60대 감시요원 숨져(종합)(논산=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9일 오전 9시 44분께 충남 논산시 부적면 호남선 논산∼연산 구간 철도건널목에서 무궁화 열차와 건널목에 진입한 1t 화물차 간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주변에 서 있던 철도건널목 감시요원인 A(60대)씨가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간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