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은정 獨교수 "한국 민주주의 고장났다고?…강인함 증명했다"
  • 편집국
  • 등록 2024-12-15 06:11:54

기사수정

이은정 獨교수 "한국 민주주의 고장났다고?…강인함 증명했다"


"한강 노벨상이 역으로 한림원 위상 높여…유럽 지식인도 한국문화 인정"


"이주민은 우리 사회 풍부하게 해주는 사람들…배척 슬프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국회 앞 촛불집회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국회 앞 촛불집회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어떤 민주주의 사회가 두 시간 안에 그런 사고를 수정할 수 있는 자생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비상계엄이 슬픈 사태이기는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가 강인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이야기했어요."


독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장인 이은정(61)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후 '한국은 고장 난 민주주의 사회냐'는 독일 미디어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대 역사학부의 초청으로 방한한 이 교수는 독일 언론인이나 학자들로부터 비상계엄 사태에 관해 수많은 질문을 받거나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토론·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가 1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2.15


1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이 교수는 비상계엄 후 이어지는 시위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 "다른 나라가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가는 것"이라며 이는 정치학이나 민주주의 교과서를 새로 쓰는 것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사적으로 봤을 때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른 곳에서는 없었던 일이거든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세계에 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는 한국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일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가 득세하면 향후 유럽이나 남미와 같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대응을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독일 미디어는 '한국과 같은 사건이 독일에서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는데 우리 시민 사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 받는 한강 작가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 받는 한강 작가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2024년 12월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superdoo82@yna.co.kr


그는 올해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때가 "내가 독일에서 교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던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2008년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의 첫 번째 정교수로 부임해 '한국 알리기'에 애써온 이 교수로서는 한강의 노벨문학상이 매우 특별한 선물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오스카상 받았을 때도 축하 인사를 받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격이 달라요. 한국 문화가 이제 유럽의 지식인들이 인정하는 문화가 된 거예요."


K팝의 인기에 대해 유럽 지식인들이 '젊은 아이들 문화'라고 여기는 경향도 있었는데, 영화가 한국 콘텐츠를 더 새롭게 인식하는 창구가 됐고 노벨문학상까지 받으면서 한국 문화의 위상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오스카상 트로피 든 봉준호 감독오스카상 트로피 든 봉준호 감독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0년 2월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강은 젊고, 비서구 출신이며, 여성이라는 점에서 노벨문학상에서는 소수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교수 역시 독일에서 어리고, 여성이며, 외국인이라는 불리한 조건과 싸웠다. 그는 2016년 비서구 출신 최초로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브란덴부르크 학술원(옛 프러시아왕립학술원)의 정회원이 되는 영광의 순간을 맞이했다.


이 교수는 한강을 수상자로 결정한 것이 역으로 한림원을 빛내는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제가 젊은 외국인 여성이라는 게 악조건이었는데 학술원이 저를 정회원으로 뽑고 나서 '우리가 이렇게 국제적이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죠. 한강을 수상자로 결정함으로써 한림원의 위상이 더 높아진 셈이죠."


이 교수는 최근 출간한 '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사계절)에서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제자들로부터 '한국 학생들이 단지 좋은 성적을 받는 데 방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유학생을 스터디 그룹에 넣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한복 입은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신입생들한복 입은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신입생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와 이 학과 2023학년도 신입생들이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 정원에서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은정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인데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위해 그런 기회를 포기하는 것을 보고서 "젊은 학생들이 조금의 불확실성도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젊은 사람들이 도전 정신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요.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 체제에서, 짜인 틀에서 안정적으로만 키운 결과가 대학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 굉장히 씁쓸했어요."


이 교수는 "삶 전체를 생각한다면 어느 순간에는 도전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편한 방법만 선택한다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고 쉬운 길만 택하지 말라고 젊은이들을 향해 충고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엿보이는 이주민에 대한 혐오나 배타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1960년대 파독 간호사 독일 생활1960년대 파독 간호사 독일 생활 (서울=연합뉴스) 1960년대 파독 간호사들의 현지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교수는 1960∼1970년대에 한국이 외화 획득을 위해 독일에 간호사와 광부를 파견한 역사를 거론하며 이제 한국도 이주민들에게 열린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우리나라 간호사와 광부들이 독일에서 잘 정착했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었죠. 지금 한국에 오는 이주민도 그런 성취를 누리고 싶어서 옵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 밖으로 나가서 도움을 받았고 이제는 우리가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인데 혐오하고 배척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슬픕니다."


그는 일각에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표현에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시각을 투영하는 것에 대해 "독일에서는 '멀티컬처'(multiculture·다문화)가 굉장히 힙한 개념이다. 이주민은 우리 사회를 오히려 풍부하게 해주는 사람들"이라고 발상의 전환을 당부했다.


'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 이은정 교수'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 이은정 교수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가 1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저서인 '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을 들고 있다. 2024.12.15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민주당 9대 시의회 후반기 원 구성관련 당론뒤집고 의장단 꿰찬 조용훈, 민병춘 ,김종욱 3인방에 " 당원권 정… 민주당  중앙당  윤리위는  9대 논산시의회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해  지구당  당협의  결정사항을  뒤집고  상대당과  야합 [?]  의장 , 운영위원장 ,행정자치위원장  세  의정 주요직을 거머쥔  조용훈 의장 ,  민병춘  행정자치위원장  김종욱  운영위원장  등 3...
  2. 논산시의회 최초 지역구 여성의원 당선 기록 세운 최정숙 전의원 내년 지방선거 "가" 선거구 시의원 출마 … 논산시의회  최초의  지역구  출신 여성의원 [ 7대] 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최정숙  [69]  전 의원이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논산시의회  가 선거구 [ 연무읍 ,강경읍 .채운면  양촌면, 벌곡면 ,은진면 ,연산면  가야곡면 ]시의원  출마입장을  밝혔다. 가야...
  3. [프로필] 민주 황명선 최고위원…3연속 논산시장 지낸 친명계 초선 [프로필] 민주 황명선 최고위원…3연속 논산시장 지낸 친명계 초선(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충남 논산시장을 내리 세 번 지낸 친명계 초선 국회의원.국민대 토목환경공학과 졸업 뒤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서울시당 사무처장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새천년민주당 소...
  4. 건양대병원 총파업 돌입…"희생 강요 말고 노동조건 개선해야"(종합) 건양대병원 총파업 돌입…"희생 강요 말고 노동조건 개선해야"(종합)총파업 지켜본 환자·보호자, 일부는 지지하거나 항의하기도환아 부모들로 구성된 단체, 대전시 비판 기자회견 열어(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이어 대전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 노조도 28일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
  5. 논산시 25년도 수시인사 단행 . 농업기술센터 강두식 농업지도관 승진과 함께 기술보급과장 발탁 눈길 ,… 논산시는  2025년도  수시인사를 통해  농업기술센터 등  8명의  직원에 대한  승진및 전부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수시인사를 통해  전임과장의  이직으로  공석이된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에는  강두식  지방농촌지도사를  지방농촌지도관으로  승진과 동시에  직...
  6. "측천무후와 이세적 " "적당히 대처하고 원만히해결하라 " 측천무후와  이세적에  얽힌  일화에서  각박한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에게 "매사에 적당히 대처하고  원만히ㅡ해결하라"는  처세훈을  배운다.이적[李勣]의  원래의 이름은 서세적(徐世勣)으로, 당 왕조 초기를 대표하는 이름 높은 명장들 중 한 명이다. 선배였던 이정이, 죽기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었...
  7. 논산 철도건널목서 열차·화물차 접촉 사고…60대 감시요원 숨져(종합) 논산 철도건널목서 열차·화물차 접촉 사고…60대 감시요원 숨져(종합)(논산=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9일 오전 9시 44분께 충남 논산시 부적면 호남선 논산∼연산 구간 철도건널목에서 무궁화 열차와 건널목에 진입한 1t 화물차 간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주변에 서 있던 철도건널목 감시요원인 A(60대)씨가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간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