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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위기의 가정들. 정부는 ‘빚만 없어도 어떻게 살아볼 텐데’ 하는 서민들을 위해 부채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부채클리닉은 빚을 탕감하거나 돈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다. 빚을 갚아나가는 방법을 돕는 곳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부터 전국단위 사회서비스 선도사업으로 열고 있는 부채클리닉에 대해 알아봤다.
부채클리닉은 지출구조를 바꾸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 업무다
가정살림을 꾸리다 보면 이래저래 빚이 생기게 마련. 소득은 일정한데 지출이 늘면 돈을 빌려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빚은 눈덩이처럼 쌓인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은 2008년 6월말 현재 가구당 부채가 3960만원이라고 밝혔다. 7년 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래서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9월 부채클리닉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2010년까지 운영될 부채클리닉은 가계빚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취약 계층과 그 가정을 위한 재무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부채클리닉을 맡아 주관하는 포도재무설계(주) 강북지점 김맹수 지점장은 “그동안 상담자들은 소득창출 출구가 마땅치 않아 대출이자를 갚는데 사금융을 이용하다가 빚이 늘어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서둘러서 부채클리닉을 연 이유는 경제위기로 신용관리가 나빠진 중산층의 와해를 막기 위해서다. 미리 조치를 취하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지만, 막판까지 사금융 등을 동원하다보면 결국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기 때문이다.
아는 사실을 실천하도록 안내한다
“이 상담은 모르는 내용을 알려주는 것 보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지출·소비 방식을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인 것 같아요.”제과점 운영이 어려워 부채클리닉을 찾았던 김승희씨의 이야기다.
그는 2년 전, 모아둔 돈과 약 2500만원 대출금으로 제과점을 시작했다. 처음엔 카드값과 대출을 갚아나가면서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매출이 줄면서 월세 부담이 커졌고, 카드 현금서비스 사용액이 늘기 시작했다.
현금서비스로 돌려막았던 카드값은 800만원. 여기에 차량 할부금 연체료까지 겹쳐, 결제일만 되면 울려대는 연체 독촉 전화벨 소리에 김씨의 스트레스는 점점 커졌다. 비용절감을 위해 아르바이트생도 그만두게 하고, 해가 뜨기 전에 새벽에 나가 빵을 굽고 깊은 밤에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김씨를 상담한 포도재무설계 부채클리닉 이영웅 상담사는 “빚으로 고민 중인 고객들의 대부분은 당장 이번 달 카드 값만 갚으면 다음 달은 해결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며 “이 생각을 무너뜨리고 근본 지출구조를 바꾸도록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차량과 변액보험, 높은 월세 부담을 줄이라는 처방을 받았다.
김씨는 카드사에 분납을 신청하고, 변액보험을 해약해 급한 부채를 갚았다. 아끼던 차도 인터넷에 내놓았다. 지겨운 카드값과 독촉전화를 모두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빚을 더는 재정설계를 통해 김씨는 조금이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5월부터 전환대출 서비스를 늘여나갈 계획이다
헬리콥터식 지원보다 ‘선진복지형 서비스’ 연다
시행 6개월 동안 부채클리닉이 거둔 성과는 얼마나 될까. 복지부는 4월 9일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담가구 당 월 59만원의 지출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복지부가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박창균 교수에 의뢰해 시행 6개월 간 부채상담자 300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채클리닉서비스 상담 전에 소득 199만원, 지출 273만원으로 매월 74만원이 마이너스였던 상담자들은 상담 뒤 소득 201만원, 지출 214만원으로 가계수지 적자가 13만원으로 줄었다.
복지부는 부채의 주원인이었던 비소비성 지출인 이자와 원금상환금 등을 개선한 덕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상담자들은 상담을 통해 부채의 일부를 조기상환하고 대출기관을 바꿔 원리금 상환액을 월 108만원에서 64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가계부채도 상담 전 5410만원에서 4073만원으로 1337만원 줄었고, 가계저축은 월평균 3.4만원이 늘었다. 이 밖에도 대상자 특성 분석결과, 상담 전 지출이 많을수록, 소득이 적을수록, 상담기간이 길수록 수지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관실 남점순 담당자는 “부채클리닉 시행 결과에 힘입어 향후 상담뿐만 아니라 실제 대출이자를 낮춰주는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오는 5월 1일부터 저소득층을 위해 보건복지부가족부의 재무상담 프로그램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전환대출사업을 연계하는 재무건전화 시범사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부채클리닉 시행 6개월을 돌아보니, 복지정책이 과거 퍼주기식 지원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치상 소득은 높아도 부채상환비율이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도 부채클리닉과 같은 서비스를 지원해주면 어떨까.
부채클리닉 더 자세히 알기
○ 부채클리닉 서비스는 정부가 민간 재무컨설팅 전문업체를 통해 가계빚 때문에 고민하는 저소득층 가구에 무료로 부채상환 노하우, 올바른 소비법을 알려주는 제도다. 상담 뒤에는 실제 가계경제에 변화가 있었는지 사후관리까지 하고 있다.
○ 지원대상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월소득 370만5000원 이하이며 신용등급 6~10등급에 해당하는 자이다. 서비스는 2010년 8월까지 이뤄지며 비용은 무료다.
○ 상담자는 총 3번의 전문가 대면 상담을 받는다. 첫 상담에선 재무상황 전반을 점검받아 문제점을 찾고, 두 번째 상담에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과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제공받는다. 또 마지막 상담에선 계획대로 재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전문가 조언과 실천항목 점검을 받는다.
○ 상담 후 서비스도 받는다. 실제 가계 부채 및 재무상황이 변했는지 여부에 대한 상담이다. 누수지출방지금액, 소득대비 소비지출 변동내역, 부채액 감소 여부, 총자산대비 저축비율 증가 여부, 유동성의 적정성, 부채상환 실천 여부 등이 주된 내용이다.
○ 상담을 원하면, 소득증빙자료와 신용등급확인서, 월부채상환비용 증빙자료 등의 서류를 갖춰 부채클리닉 서비스 시행업체인 (주)포도재무설계 고객센터(02-2088-8802)로 문의하면 신청자 거주지역에서 가까운 지점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책기자단 김정미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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