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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나에겐 성폭행보다 무서운 것이 구타였다"
  • 편집국
  • 등록 2025-08-13 06: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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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나에겐 성폭행보다 무서운 것이 구타였다"


"소풍 날 반 친구로부터 과자 얻어오지 못하면 폭행당해"


"아동유기는 살인 해당…당국, 이제는 고아산업 멈춰야"


유진수 고아시설피해생존자인권신원연합 대표 '피해증언'


[※ 편집자 주= 유진수 고아시설피해생존자인권신원연합 대표 인터뷰는 고아 출신 송준영 씨에 이어 두 번째의 '피해 증언'입니다. 유 대표의 인터뷰 기사는 3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로, 구타 관련 증언을 주로 담았습니다. 다음 주에 나가는 세 번째 기사는 고아들의 사회생활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적 스토리와 개인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유진수 대표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유진수 대표 [윤근영 기자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보육원에서는 성폭행보다 무서운 것이 구타였습니다. 주로 보육원 선배들이 후배를 때렸습니다. 곡괭이 자루, 연탄집게 등으로 100대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보육원 원장과 총무, 보육교사는 이를 알고도 묵인했습니다. 아이들 관리에 이런 폭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유진수 고아시설피해생존자인권신원연합 대표는 지난달 27일부터 4차례에 걸쳐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보육원의 형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트집을 잡아 폭행했다"면서 "축구할 때 공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풍 가서 반 아이들로부터 먹을 것을 얻어오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폭행했다"고 했다.


유 대표는 "현재는 보육원이 아이들을 컨트롤하는 방법으로 정신과 병원 약을 먹이거나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일도 있다"면서 "통고제를 이용해 아이들을 소년원에 입소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아 유기는 살인에 해당한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처럼 고아산업을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유 대표는 "유기 고아를 집단으로 수용하는 현재의 방식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1968∼1969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유 대표는 7살 무렵부터 보육원에서 성장했다. 그는 서울의 경기상고를 거쳐 부여의 농업고등학교, 연세대 원주 캠퍼스 재활의학과를 졸업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2016년에는 뜻이 있는 사람들과 의료협동조합을 만들어 올해 3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는 현재 고아들에 대한 피해보상, 고아산업 중단 등을 위해 유기고아특별법 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보육원에서 초등학교 시절의 유진수 대표(맨 아래 오른쪽)와 보육원 친구들 보육원에서 초등학교 시절의 유진수 대표(맨 아래 오른쪽)와 보육원 친구들 [본인 제공]


<유진수 대표 인터뷰 1차 기사 요약>


유진수 대표가 S보육원에 들어갈 때 작성된 수용자 신상카드유진수 대표가 S보육원에 들어갈 때 작성된 수용자 신상카드 이 카드에는 본적 미상, 생년월일 1969년 11월5일, 신체건강여부 양호, 성품 명랑이라고 기록돼 있다. [본인 제공 사진] 2025년 8월2일 송고)


나는 1975년 서울의 S보육원에 들어갔다. 경기상고 1학년 때는 부여의 농업고등학교로 전학 갔다. 이 보육원이 부여로 통째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보육원에 와서는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보육원 형들한테 성폭행당하기 시작했다. 이는 4년간 지속됐다. 보육원 원장이나 총무, 보육교사에게 이 피해를 알릴 수 없었다. 이야기하는 즉시 심한 구타를 당하기 때문이다.


여자 보육원생들이 총무나 보육교사에게 성폭행당하는 일도 있었다. 어떤 총무는 여자 보육원생을 성폭행하고는 그 여자아이가 자기를 유혹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떤 세자매는 고아원 남자 선배한테 성폭행당하기도 했다.


당시 보육원에서 성폭행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지만 경찰, 지자체, 보건복지부 등 당국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과거의 고아들 피해에 대해서는 당국과 보육원 측의 사과와 피해보상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고아들의 '빼앗긴 권리' 회복을 위해 유기고아특별법(유기·수용시설 피해 아동 등의 권리회복 및 보호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1978년 초등학교 체육대회의 차전놀이1978년 초등학교 체육대회의 차전놀이 [국가기록원 사진]


다음은 유진수 대표 인터뷰 2차 기사 질문-답변.


-- 어머니를 만난다면 첫마디가 무엇일까.


▲ 나는 일단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


-- 본인을 버렸는데도 엄마라고 부르고 싶은가.


▲ 그건 모든 고아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아들에게 엄마는 애정과 증오의 양면이다. 엄마를 갈구하기 때문에 간절함과 공허함이 있고, 분노도 있다. 어떻게 보면 엄마도 고아 산업의 피해자다. 보육시설 종사자들도 한편으로는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 본인이 처음 보육원에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 서울 은평구(당시는 서대문구) 응암동에 있는 서울시립아동보호센터에 3개월 정도 있다가 서울의 S보육원으로 왔다. 첫 느낌은 굉장히 낯설었다. "여기는 또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의식주 생활은 어떠했나.


▲ 당시 보육원 아이들의 머리에는 부스럼이 생기곤 했다. 먹는 것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보육원 밥에는 보리쌀이 많이 들어 있었다. 반찬은 단무지, 김치 정도였다. 국으로는 콩나물국, 뭇국이 주로 나왔다. 밥을 지은 뒤에는 솥에 누룽지가 생겼는데, 아이들이 이걸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곤 했다. 우리는 부패 직전의 죽은 새를 발견하면 구워 먹기도 했다. 우리는 항상 배가 고팠기에 학교에서 반 아이들이 먹을 것을 주면 매우 고마웠다. 그런 아이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한테는 천사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도 먹거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중3 담임선생님이 나를 상담하고 작성한 기록지를 본 일이 있는데, 거기에는 '약간 영양실조가 있다'고 돼 있었다.


-- 아이들이 거주하는 보육원 방은 어떠했나.


▲ 남자아이들의 방은 사랑채, 여자아이들 방은 믿음채로 구분돼 있었는데, 한 방에 많은 아이가 모여 살았다. 구들 방식의 온돌이어서 연탄가스가 새는 바람에 나는 3∼4차례 정도 죽을 뻔했다.


S보육원 시절의 유진수 대표(오른쪽 누운자세)와 보육원 친구들S보육원 시절의 유진수 대표(오른쪽 누운자세)와 보육원 친구들 [본인 제공]


-- 학교 소풍날은 어떠했나.


▲ 고아들은 소풍을 못 가기도 했다. 보육원 형이 가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풍을 가더라도 다른 아이들처럼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 김밥을 싸가기는 힘들었다. 고아들은 소풍날 반 아이들한테 과자 등을 얻어먹기도 했는데, 소풍을 마치고 보육원에 돌아오면 형들한테 맞는 경우가 있었다. 소풍지에서 얻어온 과자 등 먹거리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소풍지에서 슬쩍 친구들의 과자를 훔쳐 오는 아이도 있었다.


-- 본인도 소풍 갔다 와서 맞은 적이 있나.


▲ 초등학교 3학년 또는 4학년 때였다. 소풍 갔다가 돌아왔더니 보육원 형이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소풍을 갔다 왔으면 먹을 것을 남겨서 형한테 상납해야지, 왜 안 하느냐"면서 이런 폭행을 했다.


-- 학교 운동회날은 어떠했나.


▲ 운동회날은 고아들에게는 좋은 날이었다. 부모님도 없고 김밥도 싸 오지 못하지만, 달리기 대회에서 1등 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도 달리기를 잘했다. 일부러 맨 뒤에 서 있는 키 큰 아이들과 뛰었는데도 그들 앞에서 달렸다. 나는 출발이 빨랐기 때문이다.


한강대교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송준영 씨한강대교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송준영 씨 송준영씨는 2025년 6월11일 한강대교에 올라가 보육시설에서의 폭력 진상 규명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사진]


-- 보육원에서 아이가 죽은 일이 있었나.


▲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시기에 6∼7세 정도의 아이가 숨지는 일이 있었다. 폭행 사건은 아니었다. 그 아이는 원래 심장이 안 좋았는데, 영아원에서 치료 없이 우리 보육원에 왔다. 그 아이는 항상 얼굴이 부어 있었고 색깔이 파릿파릿했다. 심장이 안 좋으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그런데도 보육원 관리자들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알아봤더니 그 아이는 죽었다고 했다.


-- 그 아이는 어떻게 처리됐나.


▲ 시신은 부검 없이 화장됐다. 사망 신고도 없었다. 어느 날 외부 기관에서 감사하러 나왔다. 그 기관이 보건복지부인지, 지자체인지는 모르겠다. 감사 나온 사람은 명단을 보면서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그 죽은 아이 이름도 불렀는데, 보육원 관리자는 원장 친인척의 아들을 떠밀면서 "이 아이가 그 아이"라고 했다.


--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아이가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서류가 돼 있으면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계속 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이에게 개인 후원금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횡령은 보육원에서 특이하지 않은 일이다. 나는 보육원에서 퇴소할 때 자립준비금 성격의 돈을 받지 못했다. 보육원 관리자들은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 다른 보육원 친구들도 받지 못했나.


▲ 내 고아 친구들도 그런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들한테는 국내외 후원자들도 배정됐을 텐데, 그런 후원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후원자에게 감사 편지를 쓰는 일이 많이 있었다. 물론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편지를 잘 못 쓰니 보육교사가 대필해줬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 모습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 모습 유진수 대표는 보육원에서 구타당하는 것은 고문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진]


-- 보육시설에서 구타는 심했나.


▲ 내가 처음으로 구타당한 것은 당시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있었던 서울시립아동보호센터에서다. 그때가 7세 무렵이었는데, 어떤 사람이 발로 강하게 차서 내 몸이 공중에 떴다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나를 그곳에 맡긴 경찰 아저씨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는 쇠창살을 붙잡고 꺼내달라고 소리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 곳에서는 아이가 죽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듯했다. 그곳에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뻥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항상 곡괭이 자루를 끌고 다녔다. 나는 이곳에 3개월 정도 있다가 서울의 S보육원에 배치됐다. 이곳에서도 폭력은 일상이었다. 아주 심하게 맞는 경우도 많았다.


-- 심하게 맞는다면 어느 정도인가.


▲ 피가 모자랄 정도로 맞기도 했다. 많이 맞으면 머리가 하얘지고, 핑 도는 느낌이 온다. 우리는 그걸 '야릿하다'고 표현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보육원 출신들은 무슨 말인지 안다. 아이들이 폭행당하면 성장판이 다쳐서 잘 크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


-- 피가 모자랄 정도로 맞았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 몽둥이로 100대 이상 맞는 경우도 있었다. 나의 1년 후배는 공부를 안 한다는 이유로 맞았다. 보육원 형은 곡괭이 자루, 연탄집게 등으로 그 아이의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때렸다. 결국 그 후배는 쓰러졌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우리들이 가봤더니 그 후배는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고, 콧줄도 하고 있었다. 응급의사는 "도대체 어떤 집단이기에 아이가 맞아도 피가 모자랄 정도로 맞을 수 있느냐"고 했다. 맞다가 피를 많이 흘려서 피가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 아이들이 폭행당해 심하게 다치는 경우가 많나.


▲ 보육원 후배 중 한명은 머리를 다쳐서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야 했다. 한번은 호미로 머리를 맞았고, 다음에는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맞았다. 나도 위험했던 적이 있었다. 어떤 형은 나한테 쇠망치를 던졌는데, 그걸 머리에 맞아서 큰일 날 뻔했다. 지금도 나의 코뼈가 휘어져 있는데, 보육원 형들의 폭행 때문이다.


일반적인 '원산폭격' 모습일반적인 '원산폭격' 모습 유진수 대표는 보육원에서 고아들이 하는 '원산폭격'은 이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SNS 캡처 사진]


-- 본인도 폭행 때문에 입원한 적이 있었나.


▲ 어느 날 보육원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이다. 보육원 형이 뒤로 몇걸음 물러난 뒤 다시 뛰어오면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내 등을 발로 강하게 찼다. 내 몸은 날아갔고, 보일러 물탱크의 날카로운 곳에 의해 얼굴의 볼 부위를 크게 다쳤다. 나는 병원에 가서 수술받아야 했다. 자칫 나는 실명할 수도 있었다.


-- 그 형은 그때 왜 폭행했나.


▲ 그는 나를 성폭행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자기를 피해 다니자 다른 트집을 잡아 폭행한 것이다. 나를 아무도 없는 목욕탕으로 끌고 가서는 그런 폭행을 했다.


-- 병원 생활은 어떠했나.


▲ 그곳은 천국이었다. 2개월 정도 입원해야 했는데, 보육원에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병원 밥도 좋았고, 때리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입원 기간이 끝날 때쯤 보육원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저기 아프다면서 병원에 머물만한 핑곗거리를 만들었다. 피부를 긁어서 붉게 만든 다음에 피부병이 있다고도 했다. 당시 아이의 머리로는 그 정도밖에 생각해내지 못했다. 간호사 누나는 보육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나를 설득했다. 결국 나는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와야 했고, 또다시 맞기 시작했다.


-- 본인은 보육원에서 구타당하는 것은 성폭행보다 힘들었다고 했는데.


▲ 보육원에서 아이들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맞기도 했다. 목덜미를 당수로 맞아서 기절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온몸을 폭행당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몰려온다. 아마도 고문당했던 사람들이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보육원의 어린아이들은 성폭행당하면서도 그게 성폭행인 줄도 몰랐다. 그 나이에는 성 인지 감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만든 상처, 국가가 책임져라" 고아권익연대 관계자들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시청 앞에서 서울시 아동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이크 잡고 연설하는 사람은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연합뉴스 사진]


-- 보육원에서 가혹행위는 구타 외에 어떤 것이 있었나.


▲ 보육원에서의 '원산폭격'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원산폭격'이 아니었다. 다리는 벽면에 높게 올려놓고, 머리를 바닥에 대는 방식이었다. 바닥에는 맥주나 소주 병뚜껑을 뒤집어 놓고는 거기에 머리 또는 이마를 대도록 했다. 병뚜껑의 날카로운 면에 의해 머리나 이마를 다칠 수도 있었다. 지금 내 이마에는 V자 모양의 그 흉터가 남아 있다.


-- 다른 체벌로는 무엇이 있었나.


▲ '의자 벌'이라는 것도 있다. 두 팔을 앞으로 나란히 뻗고 의자에 앉은 자세이지만 의자 없이 앉아 있는 것을 말한다. 기마자세라고도 한다. 또 다른 체벌인 '한강철교'는 아이들이 줄지어 한강철교처럼 원산폭격을 하는 것인데, 보육원 형이 한쪽 끝의 아이를 발로 차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잠자리 벌'이라고 해서 누운 자세로 잠자리처럼 손과 발을 드는 것도 있었다.


-- 과거 군대에서나 했던 체벌을 어린아이들에게 했다는 것인가.


▲ 보육원의 체벌은 군대보다 심했다. 군대에서는 성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보육원에서는 6∼7세의 어린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 미취학 아이는 울지도 않았다. 울면 곧바로 얼굴에 주먹이 날아들기 때문이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연합뉴스 사진]


-- 보육원에서 이런 가혹행위들은 이제 사라졌나.


▲ 물론 현재는 물리적 폭력보다는 정신과 약을 먹도록 하거나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경우가 꽤 있다. 소년 통고제도를 통해 아이들을 소년원에 입소시키기도 한다. 이전보다 지능화된 방식이다.


(통고제도는 보육원장 등이 경찰과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범죄소년, 촉법소년, 우범소년을 직접 법원에 사건을 접수할 수 있는 제도다. 아이는 소년원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 보육시설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는 것인가.


▲ 보육시설의 구조와 본질은 지난 70년간 변하지 않았다. 과거 보육시설이 가진 문제를 지금의 보육시설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위탁고아보다는 유기고아가 이런 문제에 많이 노출된다. 위탁고아는 부모가 있는데도 어떤 사정으로 보육원에서 사는 아이들이다. 유기고아는 부모가 없거나 버려진 아이들을 말한다. 현재 보육시설 내 아이들은 위탁고아 70%, 유기고아 30% 정도다.


-- 보육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얼마 전에 서울시청 주최 간담회가 있었다. 보육시설 단체에서 나온 어떤 사람은 "우리는 아이들을 이쁘게 키운다"고 했다. 이 말에 나는 화가 났다. 어떤 누구도 부모보다 아이를 예쁘게 키울 수는 없다. 가능하면 고아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집단 수용시설을 줄여 나가야 한다. 아이들을 모아 놓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당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 당국은 고아 산업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보육시설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이렇게 하는 나라는 없다. 고아산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유진수 대표 인터뷰 2차 기사 질문-답변 끝)


한국아동복지협회 로고한국아동복지협회 로고 [SNS 캡처 사진]


[※ 편집자 주= 연합뉴스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관련 기관에 유진수 대표의 증언내용과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이중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와 보육시설 단체인 아동복지협회가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 조윤환 고아권익대 대표


-- 유진수 대표는 과거 보육시설에서 심한 폭행이 지속해서 일어났다고 했는데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하나.


▲ 당시 수십명, 수백명의 아이들이 수용된 보육원에서 폭행이 없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 유 대표는 보육원 관리자들과 지자체, 경찰, 보건복지부 등이 이를 묵인 또는 방치했다고 하는 데, 이에 동의하나.


▲ 2018년 고아권익연대 발족 이후 보육원에서의 성폭력, 아동학대 사건들은 지자체, 경찰, 보건복지부 등에도 직간접적으로 접수됐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이런 피해에 대한 보상과 배상을 추진할 생각이 있나.


▲ 피해에 대한 관련 기관의 사과와 배상은 당연하다. 곧 출범할 진화위(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3기를 통해 아동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들이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별도로 유기피해인특별법이 제정돼서 고아들이 잃어버린 기본권과 정체성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 시설이 정신과 약을 먹도록 하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통고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꽤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2023년 1월18일 윤석열 정부 국민통합위 김한길 위원장의 간담회에 교정시설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는 "교정시설에 오는 고아원 아이들은 거의 모두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데,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그 약을 먹을만한 아이가 아닌 정상적인 아이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해 고아원에 항의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 시설의 고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아동 집단수용시설의 아이들도 보통의 아동들과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건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다. 그런 욕구의 충족은 집단 수용시설에서는 불가능하다. 해결책은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원가정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 한국아동복지협회 입장


금번 피해 증언은 수십 년 전 특정한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이 되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으며, 한국아동복지협회는 해당 시설 운영과 직접적 관계가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당시 기록이나 관계자 증언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개별 경험에 기반한 주장을 객관적 사실로 판단하거나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한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전체 복지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는 것은 또 다른 왜곡과 오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수십 년 전의 복지시설 환경은 오늘날과 같은 인권 기준이나 행정지원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시기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시의 열악함은 사회 전반의 제도적, 문화적 한계에 따른 것입니다. 복지시설만이 유독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협회는 과거의 복지 환경이 오늘날 기준에 비추어 부족하였음을 인정하지만, 당시 모든 보육환경을 일반화하거나 특정 시설에 대한 일방적 주장을 전체 복지시설의 구조적 문제로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또 국가기관과 종사자들이 폭력을 묵인 또는 방치했다는 일반화된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의도적 침묵이나 방관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아동복지시설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령과 정부의 지도·감독 아래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종사자 대상 인권 및 성폭력 예방 교육 의무화, 아동고충처리 창구 및 외부 감사 운영, 학대 등 위법행위 발생 시 경찰 및 행정기관에 즉시 보고, 학대 발생 시 아동 즉시 분리 보호 조치 및 내부 인사 조치 등과 같은 예방과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고아산업'이라는 표현은 아동복지 종사자들과 보호 대상 아동에 대한 중대한 왜곡과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시설 보호는 여전히 가정 복귀가 불가능하거나 가정폭력, 방임, 학대 등의 사유로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입니다.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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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논산시 25년도 수시인사 단행 . 농업기술센터 강두식 농업지도관 승진과 함께 기술보급과장 발탁 눈길 ,… 논산시는  2025년도  수시인사를 통해  농업기술센터 등  8명의  직원에 대한  승진및 전부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수시인사를 통해  전임과장의  이직으로  공석이된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에는  강두식  지방농촌지도사를  지방농촌지도관으로  승진과 동시에  직...
  5. "측천무후와 이세적 " "적당히 대처하고 원만히해결하라 " 측천무후와  이세적에  얽힌  일화에서  각박한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에게 "매사에 적당히 대처하고  원만히ㅡ해결하라"는  처세훈을  배운다.이적[李勣]의  원래의 이름은 서세적(徐世勣)으로, 당 왕조 초기를 대표하는 이름 높은 명장들 중 한 명이다. 선배였던 이정이, 죽기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었...
  6. 논산 철도건널목서 열차·화물차 접촉 사고…60대 감시요원 숨져(종합) 논산 철도건널목서 열차·화물차 접촉 사고…60대 감시요원 숨져(종합)(논산=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9일 오전 9시 44분께 충남 논산시 부적면 호남선 논산∼연산 구간 철도건널목에서 무궁화 열차와 건널목에 진입한 1t 화물차 간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주변에 서 있던 철도건널목 감시요원인 A(60대)씨가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간 ...
  7. 논산수박연구회 원예특작보조사업 의혹 반박 기자회견 ,일부언론인과 충돌 김종일  논산시 수박연구회  회장이 8월 6일 오후 3시 논산문화원  1층 전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논산시의회 서원의원[논산시 가선거구]이 7월 24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도비보조사업인  원예특작 지역 맞춤형 사업과 관련한  예산편성과정에서  중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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