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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다 사람이 먼저 미칠라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5-15 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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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다 사람이 먼저 미칠라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숱하게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까발리고 공박하는 매체들이 하도 많아, 알고 나면 괜히 심사가 뒤틀리거나 머리가 어지러운 경우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교수 출신으로 국회의원까지 지낸 선배 한 분이 최근 우리사회에서 벌어진 60여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적시해 놓아 몇 가지를 옮겨 볼까 합니다.

▷ 일본 수상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했고, 중국은 한강 이북이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도 입을 다물고 있는 나라.

▷ 미주리 함상에서 일본 왕이 맥아더 원수에게 항복 문서를 바침으로써 우리나라가 독립하게 된 사실을 잊고 맥아더 동상을 없애라는 사람들.

▷ 우리의 주변국가 모두가 우리보다 강대국들인데도 군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정부가 앞장서 주장하는 나라.

▷ 도시에서는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동네 도우미 또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려고 새벽부터 나오는 사람들.

▷ 지난 10여 년 동안 남한은 북한에 현금과 쌀 50만 t, 중유 40만 t에다 염소 귤 단감까지 제공했다. 쌀 50만 t은 타이탄 트럭 50만대 분으로, 경부고속도로를 차간 거리 100m 간격으로 167회를 왕복해야 하는 양이다. 그런데도 북한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이 김정일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돌아오는 나라.

▷ 과거 남북회담 북측 대표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 자가 2년 전 815 행사 때 서울의 국립현충원을 찾아 묵념까지 하는 심리전을 펴는데도 아무런 감각이 없는 백성들.

▷ 근로자들의 시위와 무리한 요구 때문에 많은 기업인들이 제3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데도 걱정을 안 하는 나라.

▷ 국가 채무가 엄청나게 증가했는데도 역대 대통령에게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 국민들.

▷ 월드컵 경기 때 전국의 광장뿐만 아니라 동회, 학교, 식당, 동네 골목에서까지 뜨거운 응원을 한 국민인데, 선관위가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새벽부터 방송을 하고 다녀도 투표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나라.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사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픈데 크고 심각한 문제에는 왜 그리 관대한지, 심장이 곪는 줄도 모르고 손톱 밑의 가시에만 신경을 쓰는 건지 요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와중에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놓고 나라 안이 온통 야단법석입니다. 산 미꾸라지 통에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습니다.

“20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는 (광우병으로) 절반 밖에 안 남아요!” 중년 남자의 고성에 식당에서 밥 먹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쳐다보았던 일이 엊그제 있었습니다.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확신에 찬 주장이든, 와전된 말을 믿는 착각이든, 이제 광우병 논쟁은 정치판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술자리 계모임 동창회 반상회 등 사람 모이는 곳에서는 으레 화제의 초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실상 쇠고기협상 타결은 국민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불쾌감을 주었습니다. 그토록 지루하게 끌어 오던 협상을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에 전격 결정했다는 점과, 협상이라면 당연히 있을 법한 ‘조건’과 얻어낼 수 있는 ‘양보’가 우리측엔 하나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21세기 전략적 한미 동맹’ 수립이라는 반대급부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결과적으로 아마추어의 경박함을 면치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문득 중국의 한 고사성어가 떠오릅니다, 진(晉)나라 사람 악광(樂廣)은 어릴 때부터 영민하고 단정하고 침착성이 있어 일찍이 관리로 기용됐습니다. 그가 하남(河南)장관 시절 친한 친구가 너무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아 사람을 시켜 불러 놓고 그 까닭을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지난 번 술대접을 받았을 때 잔 속에 실뱀이 보여 기분이 나빴지만 마셨는데, 그 후부터 몸이 나빠졌다”고 했습니다. 악광은 당시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술은 관아의 한 방에서 마셨고, 그 곳 벽에는 활이 걸려 있었으며 활에는 뱀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악광은 다시 친구를 데리고 바로 그 방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잔에 술을 붓고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잔 속에 또 무엇이 보이나?” “그렇다네, 전의 그 뱀이 있군” 악광은 웃으며 “이 사람아 그 뱀은 저 활의 그림자일세” 라고 했습니다. 친구는 그 순간 병이 다 나았다고 합니다. 이 일로 생긴 잔 속의 뱀 그림자(杯中蛇影)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는 ‘의심은 암귀를 낳는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게 되었습니다.

광우병 괴담이 오로지 국민건강을 위한 충정의 발로인지, 아니면 반미 또는 반 이명박 정치 투쟁인지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취임 석 달도 안 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를 밑돌고 ‘탄핵’까지 운위하는 상황을 두고 국민은 무척 혼란스럽고 불안합니다. 누항의 말로 ‘어지럼병이 지랄병 된다”는 속설이 현실이 될까 봐 걱정됩니다.

이런 우려를 떨쳐버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릅니다. 악광처럼 명백한 상황 판단으로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여 설득하는 것입니다, 장관이 모두 부자라서 곱지 않은 시선에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사를 감싸 안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미친 소’를 구경하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미쳐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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