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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속 터지며 살기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5-03 17: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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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 근처에 있는 은행에서 생긴 일입니다. US 달러 계좌로 된 정기예금을 캐나다달러로 인출해 달라고 하고 여직원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대리급인데도 일하는 게 너무 서툴러 보였고, 20분이면 할 수 있는 일에 거의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있었는데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은 그녀가 저의 US 계좌를 캐나다달러 계좌에 넣는 일에 직원 두 명이 동시에 매달려 있다며 불평하듯이 말했던 것입니다. 고객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마치 저를 위해 선심 쓰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0여 년 전 캐나다에 처음 와서 거래를 시작한 은행에서는 저의 담당 직원이 제가 보낸 서류를 계속 두 차례 분실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당한 피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을 짓는 도중에 처음 설계한 것보다 집 평수를 더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겨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증축을 하기 위한 2차 설계 도면을 만들어 시청 건축과와 그린벨트 담당 부서에 제출하였습니다. 물론 공사 도중 짓던 집은 비를 맞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건축과에서는 문제가 없이 이른 시간 안에 재허가를 받았지만 마지막 그린벨트 부서에서 이유없이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속이 타고 있었습니다.

거의 6개월 동안 집이 미완성인 채로 서 있는 상태에서 그 부서의 과장급을 찾아갔더니 그의 대답이 재차 제출한 도면과 서류를 잃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분명 그 도면은 내가 과장에게 직접 주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는 자기 과실에 당황했는지 그 이후 1주일 만에 허가를 내 주었습니다.

자기 재량으로 1주일이면 내 줄 수 있는, 아무 하자가 없는 허가를 6개월씩 질질 끌거나 어떤 경우는 1년 끌었다는 얘기를 이웃 동네 건축주에게서 들었습니다. 또 나중에 들은 소문에 의하면 그 부서에서는 윗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1만달러를 상납하면 허가를 빨리 내 준다고 하였습니다.

2주일 전에는 사회보장카드를 잃어버려 재발급 신청을 하기 위해 사회보장 사무실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기다리는데 카운터에 앉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겨우 두 명뿐이었습니다. 그 두 명도 세월아 가거라 하는 태도였고 한 사람의 상담 업무가 끝나면 어딘지 가서 한참 있다가 나오는데, 우리가 보고 있는데도 자리에 앉아서 손에 크림을 바릅니다. 그 일이 끝나야 다음 사람을 부르는 것입니다.

시에서 관리하는 호숫가의 보트 선착장에는 주유소가 있습니다. 시가 관리하는 이 주유소는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날에는 아예 문을 닫아 버립니다. 호숫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보트선착장의 주유소가 몇 되지 않고 다른 주유소에는 1시 가량 보트를 몰고 가야 합니다. 보트에 기름이 떨어지면 보통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시청에 불평을 하면 오늘은 직원이 안 나와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무원으로서의 답변이라는 게 이렇게 황당합니다.

이 호수의 보트선착장에서는 배 한 척마다 정박할 수 있는 다크를 시로부터 임차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시청의 담당자를 찾았으나 그녀는 제게 답변해 주겠다는 말을 하고도 4개월이 되어도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전화와 이메일을 해도 회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다시 찾아갔더니 여행을 다녀왔노라고 우물거렸습니다. 공무원이 여행을 4개월이나 다녀왔겠습니까?

이곳 캐나다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이 좋아서인지 소비자단체가 불평하는 이슈나 데모를 본 적도 없고 공공관서와 대기업들의 불친절과 부당행위를 고발하지 않습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이 거의 노조에 가입돼 있어 아무리 부당한 일을 해도 직위해제나 파면이 쉽지가 않아 그들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또한 그들의 불친절하고 건방진 듯한 자세 때문에 불쾌해질 때가 많습니다. 퇴직 후 누구나 받는 쥐꼬리 만한 정부의 기본연금 말고 그들은 많은 공무원 연금이나 기업연금을 받아 노후 걱정이 없습니다. 그런데 평생 직장을 보장하는 곳일수록 친절하지 못하고 오만불손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공무원의 자리를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몇 차례 귀국했을 때 관공서를 찾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 한국을 떠나왔을 때보다는 훨씬 신속하고 친절한 자세로 민원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흐뭇해진 적이 있습니다. 또 백화점등의 고객 서비스는 그야말로 ‘고객은 왕이다’였습니다. 한국 백화점, 유통업계의 친절과 애프터 서비스는 선진국들의 고객 서비스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캐나다는 고객에 대한 직업인의 정신자세, 서비스, 공무원들의 근무태도가 한국보다 훨씬 후진적입니다만 개선할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예 빨리 체념하는 게 정신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매일 한인사회 안에서 오고 가며 살거나 특수한 직업 세계에 살면서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이곳 교포들은 느낄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성실하고 친절한 사람들도 있어 미안합니다만 일반적인 결론입니다.

이 나라는 자연환경이 훌륭한 대신 속이 터지는 대가를 치르며 살아야 하니 어떤 때는 한국이 그리울 때도 많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내 나라의 단점만 꼬집고 흠집을 내기보다는 장점도 부각시키고, 건전한 토론과 올바른 공공예절, 몸에 밴 봉사정신으로 나라와 이웃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필자소개



오마리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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