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논&설] '문명사적 위험' 저출산, 그리고 한국
  • 편집국
  • 등록 2024-05-08 17:15:17

기사수정

[논&설] '문명사적 위험' 저출산, 그리고 한국


밀컨 연구소 회장인 마이클 밀컨과 대담하는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밀컨 연구소 회장인 마이클 밀컨과 대담하는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논설위원 = 다자녀를 둔 기업인으로도 유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여러 국가의 저출산 문제를 '문명사적 위험'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머스크는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27회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밀컨 연구소 회장인 마이클 밀컨과 대담에서 "항상 나를 밤잠 못 이루게 하는 건 문명의 위험(civilizational risk)이고, 출산율이 계속 급락하는 것은 문명사적 위험"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출산율이 감소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것은 잠재적으로 쾅(bang) 하고 죽는 문명이 아니라 성인 기저귀를 차고 신음하다가 죽는 문명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이에 밀컨 회장은 "한국처럼 한때 출산율이 6명이었던 나라가 지금은 0.75명이 됐다"며 우리나라를 사례로 들어 맞장구를 쳤다. 밀컨 회장이 언급한 내용이 모두 정확하지는 않다. 한국의 출산율은 1950년대 6명 안팎이었는데 작년 출산율은 0.72명이다.


밀컨 콘퍼런스에서 발언하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밀컨 콘퍼런스에서 발언하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는 밀컨 연구소가 1998년부터 매년 4월 LA에서 여는 행사로 '미국판 다보스 포럼'으로도 불린다. 세계적 석학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해 미국의 정치, 경제, 금융,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놓고 논의를 벌인다. 


밀컨 연구소는 1980년대 고위험, 고수익 채권인 정크본드 시장을 처음 개척한 인물인 밀컨이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후 1991년 설립한 싱크탱크다. 출산율 감소가 문명사적 위험이라는 경고가 나온 국제행사에서 한국이 최악의 사례로 거론된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이 외국에서 화제가 되거나 걱정거리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가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유럽의 상황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이달 6일 발표한 '2024년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작년 기준 5천171만명에서 2065년 3천969만명으로 감소해 3천만명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15∼64세에 속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천657만명에서 2044년 2천717만명으로 감소한다. 


20년 후면 노동인구가 1천만명 가까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인실 연구원장은 "인구 감소로 인한 재앙은 대한민국의 존립이 달린 사안"이라며 "인구 회복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면 우리 사회가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외의 경고와 지적에도 한국의 저출산 추세가 반전될 조짐은 좀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 최신 통계인 '2월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2월 태어난 아기는 2월 기준 처음으로 2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2월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2019년 11월부터 52개월째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미래인구연표미래인구연표 [한국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충북 청주의 한 단독주택에서 장애인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 발견된 60대 어머니와 40대 남매는 모두 지체 장애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약 20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생계를 유지해왔으며,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이 밝혔다. 


주변에서는 생활고 때문에 세상을 등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와 이웃의 관심이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자살률 1위 국가인 한국의 한해 자살사망자는 1만2천906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저출산 문제를 생각하면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태어난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책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한 번 더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때다.


bondong@yna.co.kr


(끝)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가위 슈퍼문에게 소원을 말해봐' '한가위 슈퍼문에게 소원을 말해봐'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인 17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바라본 슈퍼문이 밝게 빛나고 있다. 슈퍼문은 보름달과 지구와 거리가 평소보다 가까워 더 밝고 큰 모습을 비추는 달을 의미한다. 2024.9.17 saba@yna.co.kr(끝)
  2. 연무읍 안심리 행복마을 앞 시내 버스정류장 표지판에 '국군논산병원 표기 ,시민들 어리둥절 논산시  연무읍  안심리 옛  국군논산병원  자리에  조성된  행복마을  앞  도로변의  시내버스 정류장에 "국군 논산병원  "으로 표기된 안내판이  병원이  해체된  13년이 넘도록  그대로  부착돼 있어  시정돼야 한다는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  하루에도  수십 회  ...
  3. 논산시의회 서승필 의원 「논산형 매일 찾아가는 행복마켓」운영 제안 서승필 의원존경하고 사랑하는 논산시민 여러분!그리고 백성현 시장님을 비롯한 일천여 공직자 여러분과언론인 여러분!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논산시의회 서승필 의원입니다. 먼저 본 의원에게 5분 발언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본 의원은 초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논산시의 장보기 약자를 위한 「논산형 매일 ...
  4. 논산시 제3회 왕!왕!도전건강왕 한마당 축제 성료,자기혈관 숫자알기 캠페인 연계 AI· IoT어르신건강관리 자기혈관 숫자알기 캠페인 연계 AI· IoT어르신건강관리 제3회 왕!왕!도전건강왕 한마당 축제 성료 20일 논산시국민체육센터 3층에서 개최된 자기혈관 숫자알기 캠페인 연계 AI· IoT어르신건강관리 제3회 왕!왕 도전건강왕 한마당 축제가 어르신들의 활력넘치는 분위기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AI-IoT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사업 대상 .
  5. 국군의날 시가행진 서울 도로 '멈춤'…광화문 오후 2∼6시 통제 국군의날 시가행진 서울 도로 '멈춤'…광화문 오후 2∼6시 통제서울시 특별교통대책 안전관람 지원…곳곳 통제로 269개 버스노선 임시우회·서행지하철 13회 늘리고 광화문 인근서 따릉이·공유PM 대여불가…"지하철 이용 당부"(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앞두고 서울시는 시민의 ..
  6. 논산시의회, 제259회 임시회 개회 - 2024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 및 조례안 등 심사 - 논산시의회, 제259회 임시회 개회-  2024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 및 조례안 등 심사 -  논산시의회(의장 조용훈)는 20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제259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오는 30일까지 11일간의 일정으로 의사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4건의 조례안(의원발의 2건)과 14건의 일반안건 등 총 18건의 안건을 심사하고, 2024년도 ...
  7. 논산시, 지역 인재 유치로 청년-기업 동반 성장 기반 마련 논산시, 우수기업 채용설명회 ‘뜨거운 열기’가득 논산시, 지역 인재 유치로 청년-기업 동반 성장 기반 마련논산시, 우수기업 채용설명회 ‘뜨거운 열기’가득 논산시(시장 백성현)가 기업과 구직자 간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인재 유치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26일 논산시는 관내 13개 기업과 200여 명의 구직자가 참여한 가운데 국...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