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예순하고도 셋...우여곡절 천신만고의 한 삶이다. 마치 한 이 삽십 년은 그냥 도둑맞은 느낌이다.
어느 누구든 자신이 살아온 지나온 한 세월을 이야기 하라면 장편소설 한권은 족히 됐음 직 하다고 말들 한다.
필자가 살아온 한 세상을 더듬어 봐도 언제 이 나이를 먹었누,, 싶을 만큼 간난신고의 시간들로 점철돼 있다. 두 어 번의 감옥살이에 정치적 낭인 생활로 전 반생을 숨가쁘게 살아오면서 뒤집어 쓴 세상의 먼지가 제법 두툼함을 느낀다.
멀리서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라면 가까이 하기엔 좀 꺼려하는 분위기가 스스로 읽히기도 한다.
돌아보면 재미와 의미가 함께 섞인 시간들도 더러는 있었지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야[在野]시절 가까이서 수발들던 날들. 내 노라 하는 나라의 원로들로부터 귀염 받던 축복 받은 청춘이 있었고, 독재정권의 주구들로부터 혹형에 시달리던 음울한 시간도 싫다고 내 삶에서 떼 낼 수 없는 기억의 한 단편으로 남는다.
"독재정치가 밉다" " 민주주의를 회복하자! " 는 나라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구호 한마디에 감옥의 차디찬 독방에 던져 졌을 때 물 밀 듯 엄습해오는 외로움이 싫고 형언 못할 공포가 견디기 어려워 책들을 가까이 하는 버릇이 들었고, 무기력해지는 몸을 일깨우기 위해 '나홀로 운동"에 매달리던 시간들은 지독한 감옥의 독방 경험이 안겨준 귀중한 선물이다.
비교적 무욕[無慾]한 삶을 살아온 것도. 낙천적인 기질도 어찌보면 절체절명의 시간들을 경험한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언젠가 어느 절집의 연로한 스님 하고 차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섞던날 " 당신의 바람이 무엇인가요? " 라고 묻는 물음에 " 그저 책 한권 볼 수 있는 여유"를 내 인생의 소망이라고 답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 말했던 내 소망은 그 큰 소망은 대체로 이루어 진 것 같기도 하다. 남 줄 것이야 왜 없겠는가만 두 아들들이 제법 제 할 일을 찾아 바지런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고, 아내와 둘이 그럭저럭 한날 ,한날 할 일을 찾아 무료함을 달래니 무어 더 바랄 나위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침저녁으로 언제 어디서든 틈만 나면 책 질이다. 누구를 만날 일이 있어도 손에 책이 쥐어진 모습 이라는 게 때로 어떻게 비쳐질까 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 습관으로 몸에 배었다.
얼마 전 참 오랜만에 다시 펼쳐든 맹자의 가르침을 담은 " 孟子' ,예전에는 그저 눈으로만 보고 책장을 넘기던 것을 이제 책 위에 그 가르침의 내용들을 음미하며 베껴 쓰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일년여 .. 언제 어디서든 나도 몰래 저 깊은 내안에서 한 구절씩 터져 나오는 말씀들 때문에 때론 움찔 놀라기도 한다.
그 놀람은 내가 처한 현실적 삶의 곤고함을 극복하는데 활력소가 되고도 남는다, 참기 어려운 분기[憤氣]를 다스리는데도 적잖은 효과가 있음을 느낀다.
아마 먼 훗날 내 아들의 아들 .그 아들들이 지저분하니 책에 그림 그리듯 써 내려간 내용들을 볼품없다 여기지 않았으면 해서 정성들여 쓰고 또 쓰니, 더러는 막힘없이 터져 나오는 구절들이 있음이리라.
이른 아침에 인근 반야산에 오를 때나 아침 출근길 걸어서든 자전거를 타고 나서든.. 어김없이 주문처럼 입가에 담는 孟子의 한 구절은 내 삶에 놀랄 만큼의 호기[浩氣]를 불어 넣어준다,
거 천하지광거 [居 天下之廣居]천하라는 넓은 거처에 살며
입 천하지 정위[立 天下之正位] 천하의 올바른 위치에 서서
행 천하지대도 [行 天下之大道] 천하의 위대한 도를 실천하되
득지여민유지 [得志與民 由之]뜻을 이루면 백성들과 더불어 위대한 도를 따라 일하고
부득지 독행기도 [不得志 獨行其道] 뜻을 얻지 못했을땐 홀로 올바른 도를 행한다,
부귀불능음 [富貴不能淫]부하고 귀한 지위도 그의 뜻을 어지럽게 하지못하고
빈천불능이[貧賤不能移]가난하고 천한 현실인들 그의 뜻을 바꾸지 못하며
위무불능굴[威武不能屈] 위압과 무력으로도 그를 어쩌지 못하니
차지위 대장부 [ 此之謂 大丈夫] 이를 바로 대장부라 하오
웅얼웅얼 속으로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뚤리는 것을 느낀다. " 대장부의 올바른 도" 라는 이 말씀은 맹자[孟子] 께서 같은 시대, 종횡가의 한사람인 경춘 [景春]이라는 이에게 주신 말씀으로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이 암송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굿모닝 논산 대표 김용훈
먼 훗날 내아들의 아들들이 이 할아비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까? 그건 그때의 일이고 우선 당장의 공부법으로는 책을 아끼지 않고 그위에 써내려 가는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글씨를 그리는 수준이라 볼것 없지만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