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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그러하듯 해가바뀌면 뭔가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섞인 바람은 여전하다.
이젠 홀로서기에 별 문제 없어보이는 두 아들녀석이 아비앞에 큰절을 올린다.
수년래 두아들과 함께 만난건 드문 일이어서 마음으로 흡족해 하는 아내의 눈치다.
바라보는 눈길은 그윽하지만 아비 마음은 아직도 날마다 걱정이다.
새날의 바람으로 당나라 측천무후때 재상을 지낸 누사덕(屢師德)이라는 이와 얽혀진 唾面自乾(타면자건)이라는 고사를 들어 참기어려운 것을 참아내는 사람이 돼줄 것을 당부했다.
당나라의 측천무후(則天武后)때 유능한 신하 중 누사덕(屢師德)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온후하고 관인(寬仁)하여 다른 사람이 아무리 무례하게 대들더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한번은, 그의 아우가 대주(代州) 자사(刺史)로 임명되어 부임하려고 했을 때 이렇게 훈계했다. "우리 형제가 다같이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건 좋지만, 그만큼 남의 시셈도 남보다 갑절은 된다. 그런데 그 시샘을 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느냐?"
"비록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상관하지 않고 잠자코 닦습니다. 만사를 이런 식으로 사람을 응대하여, 결코 형님에겐 걱정을 끼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고 누사덕이 하는 말이 이러했다.
"내가 염려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어떤 사람이 너에게 침을 뱉은 것은 너에게 뭔가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그 자리에서 침을 닦으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게 되어 상대는 틀림없이 더욱더 화를 낼 것이다." 침 같은 건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말라 버리니, 그런 때는 웃으며 침을 받아 두는 게 제일이다."는 내용이다.
조용히 듣고 있던 두 아들아이 '명심하겠습니다!" 한다.
다시말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비밀은 없는법 말을 조심해야 한다 는 당부와 곁들여 중국 당나라 사람 풍도의 시 한구절을 설명했다.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安身處處牢(안신처처뢰)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입은 화를 부르는 문과 같으니 말조심하고 혀는 몸을 베는 칼과도 같으니 말을 특히 남에 대한 나쁜 이야기는 하지않는 것이 좋다는 설명을 곁들여 당부하니 녀석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 한다.
마지막으로 명심보감에 실려 있는 한구절을 덧붙였다.
시비종일유 무불청 자연무 [是非終日有.無不聽 自然無]니 누가 나를 비방하는 소리를 하더라도 한귀로 한귀로 흘리면 자연히 사라지는 것이다 라고 설명해 줬다.
어찌보면 내 지난 지난 세월들 속에 참아야 했던 일들을 참아내지 못한 때문에 겪어야 했던 아픔들을 섞어 내뱉는 넋두리 일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에 쓴 웃음이 입가에 스친다.
그러나 새해 첫날 내 아이들에게 뿐만아니라 이땅을 사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던져 주고싶은 앞서 산 이의 회한 섞인 푸념인것을 어쩌랴.. 새해 우리 젊은이들이 참기어려운 것을 참아내는 인내의 큰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