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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한국인 ‘애니메이션 열정’ 미국 안방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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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01-04 16: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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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 코리아·코리안] 인기 애니 ‘아바타’ 총감독 오승현씨 “나를 지탱시킨 힘은 열정”…학력차별 당당히 이겨내
 
만화의 세계는 중년의 나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오래도록 분명히 살아 있다.

불편한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한나절 상상의 나래를 펴던 중년 세대에게 오뎅 국물 냄새 배인 만화방이 있었다면 2000년대의 청소년들에게는 애니메이션(만화영화)이 있다.


미국 애니상 ‘올해의 감독상’과 ‘2007 제네시스상’ 수상

미국은 애니메이션의 수요층이 어린이나 청소년에 한정돼 있지 않다. 애니 전문 채널이 수두룩하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보는 ‘심슨 가족’ ‘보글보글 스폰지밥’ 같은 작품도 유명하다.

놀라지 마시라. 미국의 애니 전문 채널 니켈로디언에서 절찬리에 방영돼 온 ‘아바타 -아앙의 전설’ 시리즈의 총감독은 1973년생인 한국인 오승현씨다. 오씨의 지휘 하에 3명의 제작감독이 있으며,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캐릭터 디자이너 등 수십명이 제작을 돕고 있다. ‘아바타’ 시리즈가 매회 방영될 때마다 제작진 소개 화면에 오씨의 이름은 총감독(Supervising Director)의 타이틀로 나와, 지켜보는 한인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준다.

‘아바타’는 미국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모험 애니메이션. 불, 바람, 흙, 물의 네 나라 사이의 평화와 균형을 유지하라는 소명을 띠고 태어난 ‘아바타’라는 바람의 나라 소년이 불나라의 세계 침략에 맞서 물, 흙나라 친구들과 힘을 합쳐 네 나라의 본연의 평화를 찾아간다는 줄거리다.

동양철학 사상과 자연의 위대함을 배경으로 하는 데다 여느 미국 애니메이션과 달리 1편부터 60편까지 하나의 스토리라인이 관통하고 있어 애니 세계의 대서사시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주는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70여개국에 방영권이 팔린 상태다.
 
 
파라마운트사가 3편의 영화로 기획중


인기 애니 아바타의 매체피알용 포스터
애니메이션 세계의 에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애니상의 ‘올해의 감독상’과 ‘2007 제네시스상’을 받은 오씨. 현재 ‘아바타’는 파라마운트사가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다. ‘식스센스’를 연출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만들고 있는 이 영화는 2010년부터 1년에 한 편씩 3편의 영화로 완성된다고 한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에 필적하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림 그리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오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의 H대학과 S대학 등의 산업디자인과 문을 두드렸으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낙방했다. 만화 속의 세계를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에게 현실 세계는 혹독했다. 대입 실패라는 가슴 속의 멍에가 있는 데다 취업을 하려 해도 곳곳에서 어느 학교 출신이냐를 따지곤 했다.

누군가 애니의 세계에서는 이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고 일러줬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무척 좋아하던 그는 1992년 서울 강남 신사동에 있던 한 애니 제작업체에 들어갔다. 원화작업 과정에서 생기는 연필가루로 바닥이 까만 원화실에서 수많은 밤을 보냈다. 첫 월급은 8만9000원. 식사비와 차비로 쓰기에도 빠듯한 나날이 1년 이상 이어졌다.


스스로를 걸고 애니메이션 세계에 투신

오씨에게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물었다. “저를 지탱시킨 힘은 열정이었습니다. 이 일이 고생이라고 여기는 순간부터 내리막이 기다린다는 자기최면을 걸면서 오직 애니의 세계에서 끝을 내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왔습니다.”

오씨는 당시 식당 외상장부를 못 갚아 눈치를 받으면서도 그림 감각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11만원짜리 인체 해부학 책은 무작정 산 일을 털어놓으며 빙그레 웃는다. 애니 생활 10년만인 2002년 자신이 스토리보드, 컨셉디자인, 원화편집 등을 도맡은 ‘원더풀 데이즈’를 제작하며 애니세계에 새로운 눈을 떴다.

더 나은 애니의 세계를 경험하고, 만들어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떠난 것이 2003년의 일본 연수. 일본의 가와모리 쇼지 감독으로부터 1년간 연출 연수를 했다. 당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정돼 3개월간 필요한 각종 비용을 지원받은 게 큰 힘이 됐다.


 
원더풀 데이즈’ 제작 후 미국 니켈로니언 채널에서 스카웃

미국 니켈로디언 채널의 스카웃 제의는 2005년부터 있었다. 미국 측 실무진의 착오로 관련 서류가 미비돼 입국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바람에 1년여를 기다려 2006년에야 미국에 왔다.

오씨는 당시 영어 공부에 몰두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고졸 학력의 그가 이만한 성취를 이루게 된 원동력으로 내세우는 ‘열정’으로 밀어붙였다.

오씨는 “미국에 온 뒤 버뱅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매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첫 6개월은 지옥같았습니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영어가) 늘게 되던데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소득수준을 물어도 되는지 슬쩍 떠보니 “주5일 근무기준 주급을 받는데요, 3000달러 정도 됩니다”라고 털어놓는다. 얼추 계산해보니 월 1만2000달러, 1년이면 15만달러에 육박한다. 미국 내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자들의 오씨 정도 직업 경력자의 평균 소득 수준과 비슷해 보인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시름에 빠져 있던 시기를 돌이켜 보며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연다.

“내가 살아갈 사회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그냥 내 몸을 던진다는 각오로 가면 길이 열립니다. 그냥 살짝 담갔다가 잘 안 맞으면 빠지겠다는 심정이면 어떤 일을 해도 막힙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열정이 있으면 3D 업종이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이 성공하더라구요.”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영국의 부호 리처드 브랜슨이 책에서 털어놓은 관점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빛을 갖고 태어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스스로 그 빛을 발산하기 위해, 그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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