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 쓴 배크만 "인기 이유 아직도 몰라"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첫 방한…"스웨덴에선 발표 당시 혹평받아"
"대형 히트작 내고 중압감 컸지만 새로운 시도로 이겨내"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저 스스로 불편한 상황으로 저 자신을 몰아넣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가령, '집돌이'인 저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이렇게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 더 나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스웨덴의 세계적인 소설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7일 서울 대학로 JCC문화센터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서툴고 집에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하는 부류"라면서도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 등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배크만은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배크만은 '오베라는 남자' 출간 전까지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칼럼니스트였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던 소설 '오베라는 남자'가 출간되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급부상했고, 이 소설은 미국에서만 300만부 이상 팔리고 스웨덴과 미국에서 각각 영화로 제작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소설은 한국에서도 2015년 출간된 이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후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왜 그렇게 많이 읽혔는지 사실 저도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스웨덴에선 비평가들에게서 혹평을 받았거든요. 오베가 너무 스칸디나비아적인 캐릭터이고, 성격이나 유머를 다른 문화권에서 이해받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죠. 그런데 번역되고 나서 반응은 아주 뜨거웠어요."
59세의 괴팍한 아저씨 오베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이후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죽기를 바란다. 하지만 죽기로 다짐할 때마다 그를 필요로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새 이웃의 차를 고쳐주기도 하고, 갈 곳 없는 고양이를 키우기도 하고, 기차에 치일 뻔한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괴팍한 오베는 우직하게 자기 일을 처리해 나가고 남을 도울 수 있을 땐 발 벗고 나서면서 자신의 죽음을 뒤로 미루게 된다.
주인공 오베에게는 자신의 은둔자적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고 작가는 털어놨다.
"오베와 제가 공유하는 감정은 외로움이에요. 저도 어려서 친구가 많이 없고 외로운 아이였죠. 그런 걸 작품에 녹여내려고 했어요. 또한 저는 정해진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고, 사람들과 좀 다른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주인공 오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마음 따뜻한 이야기들을 감동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전 세계 46개국에 판권이 팔려 8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작가는 이런 세계적인 히트작을 낸 이후 부담감이 없었냐는 물음엔 "당연히 그런 작품을 한번 쓰고 나면 그 누구든지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면서 압박감이 매우 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에게 중압감을 이겨내는 길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설정과 스토리를 찾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스토리가 성공하면 완전히 다른 길로 나가서 다른 방법론을 적용하는 겁니다. '오베라는 남자'가 성공한 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썼는데, 당시 제 에이전트가 '너무 별로'라며 절대 출간하면 안 된다고 말리더군요. 하지만 저는 개의치 않았어요. 출판사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대로 차기작을 썼다면 작가로서 성장은 거기서 멈췄을 거예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계속 새롭게 시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배크만은 이후 '베어타운' , '우리와 당신들', '위너' 등 다양한 설정의 작품들로 잇따라 호평받았고 전 세계에서 총 2천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어둡고 우울한 범죄소설이 강세를 보이는 북유럽 문학의 전통에서 다소 벗어나 밝고 긍정적인 기운의 소설들을 써온 그는 모국의 문학 전통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국 영화 등 한류가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급부상하면서 한국 문학에도 문을 열어준 것처럼, 스칸디나비아의 범죄 문학이 저 같은 다른 장르의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문을 열어줬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 대해선 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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