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습' 젤렌스키 "서방 무기로 더 깊이 때리면 푸틴 '끝장'"
장거리미사일 허용 재차 촉구…푸틴, 서방에 분통 "우크라 손빌려 러와 싸움 중"
서방 관료, 메모 읽으며 안보회의 주재한 푸틴에 "불안해 보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가 허를 찌르는 러시아 본토 기습을 감행, 러시아를 일주일째 충격에 몰아넣은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깊숙이 공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방에 또한번 호소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전선을 가로질러 반격을 가하는 동안 서방 동맹국이 러시아 깊숙한 곳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다시 한번 간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을 넘는 자국군의 공격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방·외교 당국자들에게 "우리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국들로부터 허가를 얻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의 목록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저녁까지 러시아 남부 국경 지역인 쿠르스크의 약 1천㎢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민간인들이 국경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 숨진 적은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에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영국 등 서방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스톰섀도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했지만, 확전을 우려해 방어 목적 외 러시아 본토 공격에서의 사용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때 재량권을 확대해달라고 호소해왔고, 미국은 최근에야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를 허용했다.
허를 찔린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날을 세웠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쿠르스크 등 접경지 상황 회의를 주재했다. 본토 피습 일주일 새 세 번째 회의 주재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손을 빌어 우리와 싸우고 있다"며 "분명 적은 미래에 협상 지위를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은 차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서방의 도움을 받아 도발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격이 협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정권이 평화 계획으로 돌아가자는 우리의 제안, 관심 있고 중립적인 중재자들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가 이제 분명해졌다"며 "적은 분명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며, 우리의 모든 목표는 분명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필로 작성한 메모를 읽으며 현 상황을 언급했다. 모스크바 근무 경력이 있는 영국 전 국방무관 존 포먼은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불안해 보였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메모장에 직접 쓴 메모를 읽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당황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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