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도 넘은 차기 의협회장의 '정치 발언'…대화창구부터 단일화하라
그러면서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전문직 의사 법정단체 대표의 입에서 나왔을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정치 발언이다. 애초부터 대정부 강경 투쟁을 천명해 왔지만 도를 한참 넘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의료 파행을 어떤 식으로든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엉뚱하게 총선을 앞두고 여권을 향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엄포를 늘어놓은 꼴이다. 과연 정부와 정상적인 대화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번 사태가 정부의 전격적인 2천명 증원 발표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출구 없는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에는 시종 비타협적으로 일관해온 의사들의 책임이 크다.
국민 대다수가 증원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의사단체들은 무조건 반대만 외칠 뿐 적정한 증원 규모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임 당선인은 나아가 '대통령 사과'와 '복지부 장관 파면'을 협상의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대화에 앞서 정부의 완전 굴복을 요구하는 셈인데, 이래서야 서로 테이블에 앉을 수나 있겠는가. 심지어 임 당선인은 "오히려 저출생으로 인해 정원을 500∼1천명 줄여야 한다"는 대부분의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입장을 보여 왔다.
의협의 새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엄포가 아니라 중구난방인 의료계의 단일창구부터 만드는 것이다. 지금 의료계는 개원의 중심의 의협 외에 전국의대교수협회의(전의교협), 전공의, 의대생, 병원들이 제각각 입장을 내놓고 있어 혼선을 주고 있다. 내부적으로 입장을 통일하지 못한 채 정부와 협상을 하면 혼란만 초래되고 사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모든 주체가 참여하는 대표성 있는 창구를 만든 후에 정부를 상대로 질서 있고 책임감 있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 무조건 백지화를 외칠 게 아니라 2천명 증원이 무리라는 주장을 대화 테이블에 나와 합당한 논리로 설명하고 가능한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유연한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2천명 증원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으로는 극한 대립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전국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지금 '빅5'를 포함한 대형병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의 사표가 처리되기 전까지는 의료계와 정부가 협상을 마무리해야 파국을 피할 수 없다.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는 강 대 강의 대치 속에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놓이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