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8성11군 五朝八姓十一君’
즉 다섯 왕조에서 여덟 명의 성을 가진 무려 열 한 명의 군주를 모시며 평생을 재상으로 일했던 사람이 있다.
믿어지는가. 사실이다. 그가 바로 풍도이다. 그는 당왕조 말기에 태어나 5대10국 시대를 거쳐 송나라 개국 직전, 73세로 죽기까지, 그야말로 천수를 누리며 무려 40여 개의 관직을 수행한 숨어있는 ‘처세의 달인’이다. 상상할 수 없는 그의 일대기는 그야말로 동시대의 삶과 죽음이 공존했던 치열한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여럿이 있지만 난국을 헤쳐 나가는 상당한 정치적 수완이 있었고 임금도 그시절의 백성들도 대체로 만족해 했다는 것이 후세의 사가들의 평가다.
그런 중국 사상 최고의 처세의 달인으로 꼽히는 풍도재상이 남긴 오언시구 한구절은 그래서 더 유명하다.
조선조 패륜의 왕으로 일컬어지는 연산군이 풍도 재상의 설시[舌詩]가 새겨진 목패를 만들어 대소 신료들이 조회에 참석할 때 목에 걸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가 대의사라라는 최고의 출세를 문앞에 두고 어젯날 말한마디 잘못 놀린 것이 문제가 돼서 어렵게 얻은 공천장을 날리고 낙심천만할 복수의 인물들이 일찌기 풍도재상의 가르침을 익히지는 못했는가 보다.
이래 저래 짧은 한세상 일망정 주둥이 잘못놀리면 패가망신 한다는 역사의 경고음 한마디 쯤은 머리에 담아 둘 일이리라.
구시화지문 [口是禍之門]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설시참신도 [舌是斬身刀]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
폐구심장설 [閉口深藏舌] 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안신 처처뢰 [安身處處牢] 네일신이 가는 곳마다 편안 하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