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자 ‘선 화장·후 장례’ 지침…고시 전 긴급 배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시신을 우선 화장한 뒤 장례를 치르는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만들었다.
감염병 사망자 시신은 병원체의 오염 우려가 높아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가 생긴 긴급한 상황 때문에 고시 제정 전 지침부터 배포했다.
23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시신은 장사방법이 ‘화장’으로 제한된다.
시신은 ‘선 화장, 후 장례’ 권고 대상이다.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임종이 임박하면 의료진은 가족에게 시신 처리 방법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시신을 세척·정리한 뒤 이중 밀봉해 화장시설로 이송한다. 장례지원반을 24시간 운영해 화장시설과 장례식장을 지정하고 사전 예약한다. 유가족에게 화장과 장례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는 556명이며 사망자는 4명이다. 지난 19일과 21일 코로나19로 숨진 확진환자 시신 3구는 모두 유가족 동의를 얻어 화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로 화장하지 않는다”며 “사망자의 존엄을 유지하고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시간상의 문제로 고시 전에 지침을 배포했다. 지침 제정·공고·고시 작업이 함께 진행됐고 고시는 24일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1일 행정예고를 생략하고 코로나19를 ‘장사방법 제한 대상 감염병’으로 공고했다. 행정절차법 제46조1항은 “신속하게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긴급한 사유로 예고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보건복지부는 고시를 제정하기 전 22일 우선 지침부터 배포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이 숨졌다. 당시 감염병예방법에는 감염 시신을 관리하는 규정이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방역 규정 조항을 근거로 급히 시신처리 지침을 만들었다. 이때는 시신을 세척하거나 옷을 벗기지 않고 의료용품이 연결된 상태 그대로 밀봉한 뒤 화장했다. 유가족이 보호장구를 착용하면 화장 절차를 참관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장례식장이 지침을 어기거나 시신 처리를 거부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국회는 감염병예방법을 일부 개정해 감염 시신을 처리할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 제20조의2는 “감염병 환자가 사망한 경우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시신의 장사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시행규칙 제17조의2는 “감염병환자 등의 시신에 대한 장사방법은 화장의 방법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화장시설이나 장례식장에 지침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협의를 마쳤다”며 “화장시설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이고 장례식장에는 감염병 위험이 없는 유골이 보내지기 때문에 접수를 거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