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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에도 손자를 보살폈다는 광산김문 허씨 할머니 정려각
  • 뉴스관리자
  • 등록 2011-02-19 2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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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 연산면 고정리,, 광산김씨 문중의 집성촌 이기도한 고정리 마을 입구에는 광산김씨문중의 중흥을 일궈낸 것으로 평가받는 양천허씨 할머니의 정려각이 있다.

수백년된 고목이 수호목이듯 버티고 있는 정려각 의 주인공인 허씨 할머니는 사후에도 손자들을 보살폈다는 이야기기 오늘날 까지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허씨할머니는 조선 태조 때 대사헌(현 검찰총장)을 지낸 경혜공(휘 응)의 따님이다. 남편 김문이 20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한림원의 벼슬을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21살에 세상을 떠나 할머니는 17세에 청상과부가 되었는데 당시 할머니는 아들 철산을 임신하고 있었다.

친정부모가 어린 나이에 혼자 된 딸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겨, 몰래 다른 곳으로 다시 시집을 보내려 했다.(당시는 개가가 허용되었음) 할머니는 이 사실을 알고 유복자 철산을 안고 여종과 함께 개성을 떠나 시가인 연산 고정리까지 500리를 걸어 내려왔다.

당시 친정아버지가 풀어놓은 사람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낮에는 자고 밤에 걸어왔는데 지금도 연산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범이 밤을 도와 허씨 할머니를 연산면 고정리 시댁으로 태워다 줬다 해서 이름 붙여진 범넘이재란 고개가 있다.

어렵게 시가에 도착하였으나 시아버지 관찰사공(휘 약채)이 어린 며느리의 장래를 걱정하여 공연히 트집을 잡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시댁이 마주 보이는 산기슭에 움막을 짓고 기거하며 매일 시댁 앞에서 끊어 앉아 받아들려 달라고 청하였는데 그 해 겨울 하루는 밤새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사람 허리까지 닿을 지경이었고 이를 걱정한 사람들이 밖에 나가보니 할머니가 앉은 자리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마침내 시댁에서는 이는 하늘이 열녀를 보호하는 것이라 여겨 여겨 마침내 받아들였다.

허씨 할머니는 유복자 철산을 훌륭히 키우매 세종 임금께서 허씨 할머니의 장한 행실을 듣고 정려를 명하니 할머니 연세 43세때다.

명정(命旌 : 정려)은 당사자가 죽은 뒤에 내리는 것이 상례이나 이는 특수한 사례로 세종 때 편찬한 삼강행실록과 중종 때 편찬한 동국여지승람에 그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 후에 할머니는 집안을 잘돌보아 손자 의정공(휘 국광)과 공안공(휘 겸광) 형제가 현달하여 가문을 빛나게 되고 조선조 기호학의 큰 어른이자 이자 한국예론의 종장으로 추앙받는 사계 김장생 선생은 할머니의 7대손이 된다.

할머니는 세조가 등극하던 해인 1455년 음력 10월 5일에 79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다. 당시 손자 의정공은 1441년(세종 23년) 문과 급제하여 승진을 거듭 승문원 교리에, 공안공은 1453년(단종 1년)에 문과 급제하여 예문관 한림으로 봉직하고 있었다. 두 형제는 서울을 떠나 연산에서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삼년상을 수행하였다.

이듬해 1456년 6월 1일 단종복위가 나라에 파란을 몰고 온다.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등이 도모했던 거사가 사전에 누설되어 주모자들은 참살되거나 자살하였고 그 밖에 관련된 70여인 또한 모두 참살되었다.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자가 수백에 이르러 유배가거나 쫓겨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두 형제는 할머니 시묘살이 하느라 사건에 관련되지 않았다.

만일 할머니가 그 시기에 돌아가시지 않아 의정공과 공안공 형제가 서울에서 계속 관직에 머물러 있었다면 어찌되었을까? 단종복위 운동에 관련이 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련되었을 개연성은 높다.

혹자는 의정공이 세조의 등극을 도운 공으로 원종공신 3등에 책훈되어 관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조는 자신의 등극에 직접적 공로가 있는 46명에게 좌익공신을 책봉한 것 이외에 그해 12월에 공신 자제를 비롯한 관료 2,300명에게 원종공신에 책훈하였다.

이것은 세조가 등극하면서 관료들의 인심과 동조를 얻기 위해 공적에 상관없이 공신을 책훈한 것인데 요즘으로 비교하면 집권층이 대통령취임 공로로 중앙부처 7급 이상에게 대통령훈장을 주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의정공이 받은 등급은 최하위인 3등급으로 세조의 등극에 동조하였다고 볼 수가 없다.

의정공은 단종복위 핵심인물과 인간적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육신 등과는 비슷한 나이에 문과급제를 통해 관료생활도 같이하여 서로 교류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삼문과는 친했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서석(의정공 호)일기에 있는데 의정공이 고향 연산으로 내려갈 때 성삼문이 지어준 송별시가 있다.

옛사람에게 있어 글은 한두 번 만나는 사이에서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의정공은 성삼문이 역적으로 몰려 죽고 그 뒤로도 오랜 세월동안 그 시(詩)를 간직하여 자칫 위험해 질수 있었다.

선조 때 정여립 역모사건을 비롯한 많은 역모사건 결과를 보아도 역적으로 판명난 인물의 글을 집안에 가지고 있다가 또 같은 역적이나 그에 준하는 중죄인으로 몰려 죽은 이들이 숱하였다. 이것을 볼 때 두 사람들의 인간적인 관계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광산김씨 문중의 많은 후손들은 양천허씨할머니가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여자의 수절이나 정절을 강조하던 시대도 아닌 시절에 스스로 평생을 수절하며 자손을 정성으로 훈육하여 나라의 동량으로 키운 그 모성의 위대함이 돌아가셔서도 두 손자를 돌보았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리고 사계묘역에 가면 허씨할머니의 묘소가 사계선생의 앞에 있어 잘모르는 사람들이 역장이라 하여 말을 한다. 그러나 그 묘터를 자세히 보면 할머니가 손자를 업고 있는 형국임을 알 수가 있다고 말한다.

수백년 무심한 세월의 부침 속에서도 수호목 처럼 버티고 선 고목나무와 함께 정절과 덕행의 사표로 후세 사람들의 존숭의 대상이 되고 있는 허씨할머니의 정려각... 오늘을 사는 후인들의 귀감이 되고도 남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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