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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이해하는 정치
  • 뉴스관리자
  • 등록 2009-03-11 11: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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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미국대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가 속한 모임과 한 번 조찬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스티븐스 대사는 그 때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그 책을 선물로 우송해줘서 받아보게 된 것입니다.

그 책 제목은 한글로 번역된 ‘담대한 희망’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 상원의원 시절이었던 2006년에 쓴 것입니다. 선물로 받았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그 책을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500쪽에 달하는 책의 두께가 부담스러웠고 정치인이 쓴 책이란 점에서 그게 그 얘기겠지 하는 생각에서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그 계기는 스티븐스 대사가 텔레비전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그 책을 들고 나와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티븐스 대사는 전임 부시대통령이 임명해 보낸 대사입니다. 그런데 신임 대통령의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인용하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미국대사가 본국 정부를 대변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대통령의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색다르게 생각되어 큰 맘 먹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책의 영어제목은 'The Audacity of Hope'입니다. 2004년 그를 전국적 인물로 부각한 것이 민주당의 시카고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에서 17분 동안 존 케리 대통령후보를 지지한 연설인데, 그 연설제목이 바로 'The Audacity of Hope'입니다. 우리 같은 보통 한국인이 이해하기에는 참 어려운 영어인데 어쨌든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이해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미국정치를 바라보는 한 흑인 상원의원의 진솔한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극단화하는 미국 양당정치와 인종문제, 미국의 대외정책의 문제점 등 현대 미국이 안고 있는 갈등을 역사적 맥락을 짚어나갑니다. 오바마가 4년을 할지 8년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향후 미국정치를 이해하는 데 이 책만큼 좋은 지침서도 드물 것입니다.

특히 이 책이 우리에게 공감을 주는 부분은 여야간 대결과 갈등입니다. 미국의 양당정치의 최근 양태를 설명한 부분을 읽을 때는 우리나라의 여야 대결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 미국도 정치싸움에서는 별수가 없는 나라구나 하고 위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가 그런 갈등 속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데서 오바마 리더십이 돋보이고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그의 서술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지금도 나는 어머니가 강조한 간단한 원칙, 즉 ‘네가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를 정치활동의 길잡이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만약 최고 경영자가 직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들의 건강보험 지원비를 삭감하면서 수백만 달러의 상여금을 챙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용자의 압박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내가 조지 부시와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의 시각에서 국제상황을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필자소개



김수종


1974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30여년 기자로 활동했다. 2005년 주필을 마지막으로 신문사 생활을 끝내고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다. 신문사 재직중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환경책 '0.6도'와 '지구온난화와 부메랑(공저)'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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