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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녹색 뉴딜
  • 뉴스관리자
  • 등록 2009-01-17 22: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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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개성 구경을 갔을 때 북한 도시와 남한 도시의 다른 점이 여러 모로 대비되었습니다. 나에게 가장 뚜렷이 남은 개성의 인상은 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점이었습니다. 대로를 차지한 것도 자동차보다는 자전거 쪽이어서 더욱 자전거 왕래가 돋보였습니다.

남한에도 자전거를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삼는 사람이 있지만 차량의 홍수에 흡수되어 행인의 인상에 별로 남지 않습니다. 서울을 보더라도 도심의 거리보다는 공원이나 한강 둔치에 가야 자전거 타는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강에는 자전거와 산책로가 잘 정돈되어 있는데 해가 갈수록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낙후한 북한은 자전거가 시민의 교통수단입니다만, 부유해진 남한은 모두 자동차 타기를 원합니다. 남한에서 자전거의 주요 용도는 레저용이거나 스포츠용입니다.

경제발전에 따라 교통수단이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바뀌는 게 일반적인 추세입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 아닐까요? 1990년대 중반 상해나 북경을 방문했을 때는 출퇴근 때 그 넓은 거리가 온통 자전거행렬로 가득한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들 대도시 거리도 자전거보다는 자동차 행렬이 더 눈길을 끌게 됐습니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자동차로 바꾸면 석유 값은 계속 올라갈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지구가 더워진다고 야단인데 자동차만 탄다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해질 것은 정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일본 등 환경 선진국들은 그 대안으로 다시 자전거로 눈을 돌려 왔습니다. 환경문제가 사회이슈가 되기 이전부터 이들 나라들은 자전거 문화 정착에 힘을 쏟았습니다.

일본을 보면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이 10%라고 합니다. 네덜란드는 17%나 되고요. 우리나라의 1.7%에 비해 대단히 높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일본을 여행하고 온 아들이 전하는 말을 들으면 일본은 한국에 비해 자전거 문화가 무척 발전했다고 합니다. 주요 간선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거미줄같이 연결되고 자전거용 교량이나 터널까지도 잘 돼 있다고 얘기합니다.

자전거는 이동수단으로 그리고 레포츠 수단으로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21세기 지구촌 최대의 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를 비롯하여 공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고, 비만을 줄이고 체력을 강화시켜 줍니다. 교통 혼잡을 줄이고 넓은 포장도로를 덜 필요로 합니다. 자동차 1대가 달리는 공간이면 자전거 6대가 달릴 수 있고, 자동차 1대 주차공간에 자전거는 20대 주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동차에 비해 자전거는 값이 쌉니다.

에너지 문제와 지구온난화를 줄일 대안 중에서 자전거는 가장 호소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별로 자전거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정책부재에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정부도 국민도 자동차 중독증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대중화의 역사가 짧은 우리는 이제 자동차 중독증세가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 뉴딜’의 일환으로 ‘자전거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프랑스 전국을 일주하는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본따서 ‘투르 드 코리아’를 세계적 대회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큽니다. 4대강을 잇는 자전거 도로 1,297킬로미터를 2012년까지 만들고 2018년까지 동서남해안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3,114킬로미터의 길을 놓겠다는 계획입니다. 청와대의 발표에 모든 지자체가 너도나도 ‘자전거 도로’를 외치고 있으니 길은 잘 뚫릴 것으로 보입니다.

녹색 뉴딜 정책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4대강 정비가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 떠올랐는데 무늬만 녹색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콘크리트 호안을 치고 직선으로 물길을 돌리는 강 정비 프로젝트를 놓고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논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녹색 뉴딜도 강을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평가가 내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자전거 정책만큼은 그 방향을 잘 잡으면 ‘녹색’ 개념에 크게 부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그 방향 잡는 일은 바로 자전거 문화를 창의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입니다, 자전거 교통 법제를 만드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자전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어린이 및 청소년 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필자소개



김수종


1974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30여년 기자로 활동했다. 2005년 주필을 마지막으로 신문사 생활을 끝내고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다. 신문사 재직중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환경책 '0.6도'와 '지구온난화와 부메랑(공저)'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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