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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인생 온쪽 인생
  • 뉴스관리자
  • 등록 2009-01-09 12: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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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어느 일본 식당에 갔다가 스시바 옆에서 아름다운 잎을 피우고 있는 실내 식물을 보았습니다. 병의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을 공급 받아 키가 50cm 가량 자란 식물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워 주인에게 어떤 종류인지를 물었습니다.

너무나 뜻밖에도 식당에서 흔히 쓰는 아보카도를 먹고 남은 그 씨에 물을 주어 키웠다는 것입니다. 나 역시 아보카도를 거의 매일 먹고 있어서 한 번 실험해 볼까 했지만 실천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2월쯤 아보카도 샐러드를 만들다가 문득 아름다웠던 아보카도 잎 생각이 떠올라 당장 시작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실험에 실패할 경우를 생각하니 한 개만 기르는 것은 불안하여 세 개를 준비했습니다. 실패하지 않고 잘되면 둘은 아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이었습니다.

일단은 씨의 밑동이 물에 균형 있게 잘 서 있어야만 하는데 병의 주둥이가 딱 맞는 것을 찾기 어려워 조그만 찬그릇에 작은 돌들을 깔고 물을 부어 싹을 틔우기까지만 키우기로 했습니다. 물이 씨 위로 넘쳐 버리면 썩어 버리고, 너무 줄어들어 밑동에 닿지 않으면 말라 죽으니 물의 양을 적당히 매일 잘 조절해 주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출장이나 휴가를 갈 때는 돌봐달라고 이웃에 부탁해야 했습니다. 물의 양을 매일 관리하는 것도 작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뿌리가 내리지 않아 실망이 되어 포기해 버릴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 동안 신경 쓴 것이 아까웠고 끝까지 믿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정성을 쏟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4개월의 시간이 흐르자, 조그만 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딱딱한 씨의 중심 부분이 점점 벌어지더니 다시 또 7~8개월이 흐르자 드디어 줄기가 잎을 슬며시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의 기쁨은 참으로 커서 환호성을 지르며 부엌을 뱅뱅 돌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 개의 씨 중 한 개는 썩어 버리고 또 다른 한 개는 반쪽 부분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래서 반쪽인 것마저 버릴까 하다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명을 생각하여 그냥 키우기로 하였습니다. 1~2개월이 흐르니 정상적으로 온전한 쪽은 튼실하게 잘 자라는 반면, 반쪽으로 자라는 것은 뿌리조차 가늘며 잎도 줄기도 잘 크지 못하여 힘없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같은 온도와 물 공급 등 동일한 조건과 상황에서 키웠는데도 하나는 정상적으로 커가는 반면, 다른 하나는 제대로 크지 못하면서도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갸륵하고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10개월 간 아보카도를 키우면서, 하나의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정성을 다하여 기다려야 한다는 인내와 믿음을 알았고, 끈기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기쁨을 되돌려 준다는 정직성을 배웠습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공부는 우리가 온전한 지체가 아닌 반쪽 지체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겹다는 것입니다.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반쪽 인생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내 몸의 주인인 내가 내 몸을 마음대로 부릴 수 없게 되는 비감함, 그 무엇도 나를 구제해 줄 수 없는 현실, 어떤 것과도 나의 고통을 나눌 수 없는 외로움을 매일 매일 대면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가 손 안에 있다 해도 그것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희망이 있어 힘찬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겠습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정신적 양식인 책 한 권을 읽지 않는 것도 반쪽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발 한 발 딛는 곳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향락적인 것들로 채워진 이 불모의 시대에, 사색조차 여유 없다는 핑계로 멀리하고 사는 우리는 참으로 삭막하기만 합니다. 이러한 삶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두렵기만 합니다.

편리함만을 좇는 시대입니다. 주인인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모든 생활 패턴을 내 조종대로 움직이는 로봇에 맡긴다면 편리할 것입니다. 뜨거울 땐 맛있게 마시고 식으면 버려도 되는, 자동으로 나오는 한 잔의 인스턴트 커피처럼. 그러한 사랑은 또 얼마나 편리할까요?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컴퓨터에서 발췌한 지식에 의존하는 것 또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육신의 편안함만 좇다 보면 건강을 잃게 되고 건강을 잃으면 정신도 시들어갑니다.

육신과 정신은 인간의 두 기조로서, 두 기둥이 건강한 균형을 잡지 못하면 동시에 쓰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반쪽 인생이 아닌 온 인생처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은 필수적입니다. 읽든 읽지 않든 한 권의 책이라도 들고 다니며, 잠시라도 읽어 보는 습관을 가져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보카도=악어의 등처럼 껍질이 울퉁불퉁해 악어배라고도 한다. 원산은 멕시코와 남아메리카. 열매는 녹갈색, 자줏빛을 띤 검은색 등이며 둥글거나 타원형 또는 서양배같이 생겼다. 길이 10∼15cm. 종자는 1개씩 들어 있고 매우 크다. 과육은 버터처럼 부드럽고 노란색을 띠며 독특한 향기가 난다. 영양가가 가장 높은 과일로 알려져 있는데, 30% 정도의 지방에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들어 있고 비타민 함량도 높다. 소스를 만들거나 샐러드 등의 요리재료로 쓰며, 빵에 발라먹거나 아보카도 기름을 채취하기도 한다.








필자소개



오마리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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