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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12-11 11: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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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최근 인터넷을 통하여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 기사들을 읽던 중, 묘하고도 이질적인 느낌을 갖게 됐습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그 연출되고 있는 장면이나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주인공들, 그들의 언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보였고 그 곳이 법정 안이었음이 더 요상하게 다가왔으며 마치 <걸리버 여행기>처럼 내가 눈이 3개인 사람들의 나라에 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간통죄로 고소 당한 옥소리 씨의 재판 광경이었습니다. 그녀의 진술에 의하면 남편은 신혼 초부터 유흥가를 들락거리며, 100명도 넘는 여성들과 문란한 성생활을 하였고 유흥비로 부채를 많이 지고 생활비도 집에 자주 가져오지 않기도 하여 외로웠다고 합니다. 그녀의 진술이 모두가 사실인지 과장인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오직 부부로 살던 두 사람과 하늘에 계시는 전지전능하신 신께서만 아실 것입니다.

그녀의 계속되는 항변은, 짧았던 3개월의 남편 아닌 다른 남성과 사랑을 했던 자신의 죄질이 판사님이 보시기에 무겁고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큼 나빴다면 감수하겠노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우는 모습이 생소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이 혼외정사를 했든 아니했든, 그녀가 어리숙해 오히려 남편에게 뒤통수를 맞았든, 고소한 남편이었던 사람이 저질스러운 남성이든 나의 관점에서는 그것은 두 번째입니다. 내가 당혹스런 느낌을 받은 것은 남녀 간, 혹은 부부 간에 벌어지는 은밀한 얘기들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실입니다.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며, 공적인 사회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타인에게 큰 상처를 주는 행위를 하지 않은 개인적인 사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추하게 공개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판사가 개인적인 성적 사생활에 죄질의 형량을 따질 수 있는 사항인지, 판사에게 울며 선처를 호소하는 그녀도 처량해 보였으며 언제까지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일종의 묘한 슬픔을 느꼈습니다.

거기에다 그녀의 어머니까지 법정 주변에서 통곡하며 “몇 번의 이혼 고비가 있었다. 박철의 사채 빚과 여자관계 때문이었다. 딸아이를 설득해 이혼을 막았던 내 행동은 평생의 한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살아왔던 세대의 인생처럼 딸에게도 남편의 부정과 태만을 참고 살아야 한다고 설득한 것을 후회하면서, 이젠 딸이 모든 것을 다 잃어 자살을 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참으로 씁쓸한 한국적 풍경이었습니다.

일본은 최소한 유흥지가 어떤 특정 구역에 밀집되어 있지만 내가 몇 년간 살았던 서울은 헤아릴 수도 없는 유흥업소가 지역의 구분도 없이 산재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일본보다도 밤 문화, 술 문화가 널려 있는 문제의 도시였습니다. 이런 문화에 젖어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풍토, 도처에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는 곳들이 널브러져 있는 그곳에서 남성들이 유혹을 견디기가 쉽지도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여성에게도 있습니다. 즉 간통죄를 폐지하자는 의견에 여성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기사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 간통죄는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인 가부장 제도의 남성 우위를 바탕으로, 남성들이 대부분인 집단에 의하여 만들어진 여성학대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쌍한 여성들이 간통죄가 존재해야만 그나마 남편들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법을 보안하여 이혼 시의 재산 분배를 양분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다면 이런 전근대적인 간통죄는 철폐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혼 여성들의 탈선도 없지 않다고 보지만, 지난번 칼럼 ‘유언장을 만드세요’(11.17)에서도 나의 지인, 그녀의 남편이 저지른 부정에 대해 언급하였듯이 나의 주변의 지인들에게 일어난 가정불화는 남성의 외도에서 문제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한국의 여성들은 남편들의 간통에 대해서는 이혼 후의 경제적 여건이나 자녀들 문제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간통죄는 존재해 보아야 오히려 옥소리 씨 같은 여성들의 족쇄가 될 뿐인데 왜 여성들이 반대하는지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가 경영을 잘하여 국민을 잘 먹여 살려야 할 정부는 제대로 국가 관리도 못하여 자칫하면 국가부도 사태까지도 가야 할 상황에 몰리는 경우가 한 번도 아닌 형편에 무슨 시간과 세금이 남아돌아 개개인의 정조까지 관리하려 드는 후진적인 제도를 존속시키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국에 계시는 남성 여성 모두에게 묻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판결을 내리는 판사에게도 묻고 싶어졌습니다. 결혼 후, 세상 살아가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의 배우자만 온전히 사랑했느냐고, 단 한 번도 다른 이성에게 호감이 간 적이 없었느냐고 말입니다. 당신들의 마음도 몸도, 아니 영혼까지도 순결했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마음으로만 품어도 간음이라고 합니다. 마음으로 생각만 하여도 범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범의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 사람 있다면 한 번쯤 꼭 보고 싶습니다.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국보급 골동품이거나, 수 백 년 풍화에도 끄떡없이, 변함없이 서 있는 국보급 문화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만이 2 천 년 전, 예수의 시대처럼 간통한 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직도 보이지 않는 돌로 공개적으로 때리고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즉 한국은 법정이라는 허울 좋은 곳에서 허울 좋은 법이라는 이름 아래 만인 앞에서 돌로 때리고 있는 것입니다. 죽을 죄를 짓지도 않은 한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어 사회적으로 고립, 매장하고 있습니다.

법 앞에 만인은 공평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간통죄는 누구를 위하여 존속되고 있는 것입니까? 부당하고 악랄하게 이용되는 간통죄는 악법입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비인륜적인 법, 후진적인 법일 뿐입니다. 누가 누구의 사생활을 심판할 수 있을까요?








필자소개



오마리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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