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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품평하지 마세요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10-30 18: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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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로 위, 넷째 언니는 태어날 때부터 예뻤던 것 같습니다. 나와는 조금 나이차가 많았지만 다른 형제들 보다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동네에서도 둘이 나타나면 별명을 불렀는데 쌍망원경 자매였습니다. 눈이 크다는 뜻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언니는 성격도 어머니를 많이 닮았지만 키도 외양도 어머니를 닮아 컸으며 서구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이 엄청 크게 쌍꺼풀이 졌습니다. 옛날 글래머러스한 배우 김혜정 스타일의 얼굴과 몸매를 가진 언니는 사진도 잘 받아 대학시절에는 학교 사진클럽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성격이 아버지를 많이 닮은 나는 얼굴은 부모님을 반씩 닮았는데 특히 눈은 아버지 쪽이어서 가는 쌍꺼풀로 눈두덩이조차도 소복한 것이 약간 귀엽다 정도여서 미인이라는 말은 들어 보질 못했던 것은 당연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사람들이 언니를 보면 “아유 얘는 미인이네, 이다음에 미스 코리아 나가라” 이런 말을 수시로 했고 나를 보면 “얘는 귀엽구나, 웃는 게 정말 예쁘네.”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 말을 자주 듣게 된 나는, 나한테는 괜히 미안해서 위로 차 해보는 말이라고 생각되어 점점 상처가 되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언니는 지금도 만나면 또 그 타령입니다. “너 어려서 웃는 것 환상적이었다. 근데 너 지금 그 모습 어디로 갔니?”입니다. 더욱 이 신파적인 말투가 싫어 예전엔 이 말을 들으면 화를 내고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하였습니다만 이제는 기분이 어려서처럼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미국에서 살게 되면서부터 미국인들에게 “ You have a million dollar smile!!” 이란 말을 자주 들어서였는지 아니면 미국인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언어 표현 방법이 좋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자라면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미인이었던 언니보다는 내게 집중되자, 꼭 미인이어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점점 나의 상처가 아물어 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언니는 언니대로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것을 커서 이해하게 됩니다. 나이차가 많은데도 언니는 성적이 좋지 못하여 매번 나와 비교대상이 되었고 언제나 성적표 앞에선 기가 죽었습니다. 또 언니가 자주 말썽을 부리면 심지어는 “동생은 참하고 우수한데 쟤는 왜 저래?”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나이가 한참 어린 동생과 비교되곤 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이 상처는 우리가 커서 사춘기가 되어서도 그랬고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있는 비극적 요소입니다. 아직도 언니는 자신이 우수학생이지 못했던 상처가 컸었는지 동생인 나에게 경쟁의식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재산이 많고 다복한데도 무언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떤 때 내가 바빠서 만나지 못한다고 하면 지금도 표현이 “지가 잘나서 그리 바뻐 !” 라는 식의 말로 큰 상처를 주니 사이가 멀어져만 갑니다.

인터넷 칼럼의 웹 디자인을 맡아 해주시는 젊은 여성은 이란성 쌍둥이 형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녀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진 문제점을 자신의 블로그에 썼는데 그 한 부분을 발췌해서 여기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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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가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서로 비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큰 애는 작은애보다 몸무게가 적다는 둥 작은애는 피부가 하얀데 큰애는 노랗다는 둥…
혼자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소한 것이 쭈니들 에게는 문제가 됩니다.
이런 문제 아닌 문제는 쭈니들이 자라면서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누가 더 이쁜가 보자~” 라는 말은 너무 일찍 승리와 패배를 알게 하는 것 같아서 맘이 아픕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선택을 덜 받은 큰 애는 낯을 가리게 되었고
대다수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둘째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방긋방긋 웃고 선뜻 잘 안깁니다.
누구의 탓도 아니고 쭈니들의 타고난 성향일 수 도 있지만 엄마는 딱하기만 합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다른 아가의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평생 절대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쭈니들이 아직까진 제일 가까운 동반자로서 아껴주길 바랍니다.
“요놈은 눈이 이쁘고 요놈은 입이 이쁘구나~”
이런 식의 칭찬은 엄마로서의 욕심일까요. 저 뿐 아니라 쌍둥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어쩌면 뱃속에서의 자리싸움을 시작으로 이 녀석들의 운명이 이렇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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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나이가 이제 이순인 나의 언니처럼, 아직도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던지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정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말 한마디라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언어로 밝게 표현함으로써 자신감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필자소개



오마리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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