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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은 왜 만드나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10-01 09: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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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은 왜 만드나



1907년 프랑스의 변호사 지르벨은 파리의 리옹 역 수하물 예치소에 이쑤시개 한 개를 내놓으면서 “찾으러 올 때까지 맡아 달라”고 하였습니다. 역 사무원은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하면서 버럭 화를 내고 거절하였습니다.

지르벨은 공공사업성을 상대로 사무원의 법률 위반을 고소했습니다. 이 소송은 간이재판소에서 지법ㆍ고법ㆍ대법까지 20년이나 걸렸습니다. 결과는 지르벨의 승소로 끝났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당시 시세로 4만 달러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물어야 했습니다.

B.C 196년 한(漢) 고조 11년에 명신 용장인 회음후(淮陰候) 한신(韓信)이 반역을 꾀하다 발각되어 죽음을 당하였습니다. 변방의 반란군을 진압하고 돌아온 고조는 부인 여후(呂后)에게 “한신은 죽을 때 무슨 말을 하였는가” 물었습니다. 여후는 “괴통(通)의 계교를 듣지 않았던 것이 원통하다고 몇 번이나 후회 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괴통은 제(齊)나라 사람으로 고조가 항우와 천하를 다투고 있을 때, 제의 왕인 한신에게 독립을 권한 인물이었습니다. 괴통을 체포한 고조는 “너는 회음후에게 반란을 교사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괴통은 “틀림없이 그랬습니다. 하나 그 녀석은 저의 책략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런 최후를 맞고 말았습니다”라고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크게 노한 고조는 팽형(烹刑)을 명했습니다. 그러자 괴통은 “천만 부당한 일입니다. 저는 삶겨 죽어야 할 아무런 죄도 없습니다”고 항변했습니다. 고조는 “너는 한신에게 반란을 권하였으니 그것이 큰 죄”라며 형을 집행하려고 하자 괴통은 마지막 변론을 하겠다며 고조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진(秦)나라 기강이 어지러워져 천하의 영웅호걸이 도처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중에서 폐하는 가장 위대하여 패권을 잡은 것입니다. 개는 자기 주인이 아니면 누구에게나 짖어댑니다. 그 당시 저는 한신만 알았지 폐하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한신 쪽에 서서 폐하에게 짖어댄 것입니다.”

괴통은 이어 “천하가 어지러워지면 이를 통일하여 제위에 오르려는 호걸이 많습니다. 다만 힘과 지략이 모자라 그것을 이루지 못할 뿐입니다. 천하가 평정된 지금 천하를 노렸다는 죄로 모두 삶아 죽이겠습니까?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저는 죄가 없습니다”고 강변했습니다. 고조는 괴통을 용서하였습니다.

사람은 무리지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수많은 법을 만들어 왔습니다. 법은 ‘사회규범 가운데 국가적인 강제(强制)로 실현되는 규범’이라고 정의됩니다. 인간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종교나 도덕ㆍ관습을 토대로 만들어 낸 규범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또한 태어나서 죽기까지 우리는 법망을 피해 살 수도 없습니다. 단지 법의 그물 구멍이 넓어 역모를 꾀하고도 살아남는가 하면, 살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쳐도 촘촘한 그물에 걸려 제재를 받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참으로 법이 너무 많아서 한 가지라도 어기지 않고는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 많은 법은 궁극적으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인간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법률 - 즉 부자와 빈자, 위대한 자와 비소(卑小)한 자,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평등하게 보호하는 법률을 준수함으로써 누릴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사회야 말로 정의로운 사회입니다.

그러나 법은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제대로 지켜집니다. 권리를 저울질하는 저울만 있고 칼이 없으면 법은 무력해지고, 저울 없이 권리를 집행하는 칼만 있으면 물리적인 폭력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이 약자를 학대하고, 강자가 법을 지배하는 모순이 없을 때 말입니다.

일주일 전, 의장 선거 때 돈 봉투를 받아 기소된 서울시의회 의원 28명이 법정 안팎에서 늘어놓은 잡담 보도는 헌정 60년 사에 먹칠을 한 한심한 작태로 보여 암울한 기분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인터넷 기사에 ‘피고인들이 법정에 나온 게 아니라 야유회 나왔다’고까지 했겠습니까.

“법정에 의자가 부족한데 시(市)예산 좀 준다고 해”
“100만원 받아 택시비 쓰고 식사하고 나면......”
“의원 세미나가 있는데 좀 나가도 되겠느냐”
“재판 끝나고 소주나 한잔 하자”
“돈 몇 백 만원 빌려주는데 차용증 같은 거 신경 안 쓴다”
그들의 표현들입니다.

법률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정(公正)이 적어지고, 많은 법이 논해지는 곳에 많은 범죄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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