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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모레입니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겠지요. 길을 떠날 국민들이 겪을 교통 정체가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지만 귀성과 역귀성의 고속도로 교통지옥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것입니다. 고속도로도, 국도도, 지방도로도 모두 주차장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는 광경을 보노라면 교통지옥도 귀소 본능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에도 고속도로에서 느끼는 울화통은 그렇지 않아도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왜 얄밉게 돈까지 거둬서 길을 더욱 막히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어느 외국처럼 고속도로 통행을 아예 무료로 하거나 아니면 또 어느 나라처럼 연세(年稅)로 고속도로 통행 세금을 걷고 통행 스티커를 붙여 통행하게 하면 자동차의 소통도 빨라지고 톨게이트에서 돈을 받는 인력도 절감되어 예산의 상당부분을 국민 세금인 국고 보조에 의존하는 한국도로공사의 경영도 합리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달리기 위한 길을 막고 차를 세워 돈을 받는 행위는 합리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그러니 너도 나도 빨리 가려고 ‘하이 패스’ 같은 것을 달게 되는 이유지요. 많은 차들이 감속하려다 보면 제동을 하게 되고 제동을 하면 흡입된 석유 에너지가 허공으로 날아가 연비가 하락합니다. 가뜩이나 비싼 기름을 허공에 대고 태우는 격입니다. 표를 받거나 돈을 내기 위한 엔진의 공회전도 대기환경에 결코 좋을 리가 없습니다. 나라의 지표인 ‘녹색 성장’에도 반하는 행위지요.
얼마 전 어느 국회의원이 “명절 기간에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로 제 구실을 못하는데 도로공사의 통행료 수입은 평일보다 많은 게 과연 합당한가”라며 명절 고속도로 통행 무료화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말로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니 ‘추석 특별 수송 대책’이니 하며 떠들지만 국민들에게 반대급부로 이런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는 한없이 인색한 것이 우리나라 정치인과 관료들입니다.
조상을 숭모하고 수확의 기쁨에 감사하는 전통 명절의 참뜻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국민 화합 차원에서라도 설날이나 한가위 연휴에 고속도로 통행료 정도는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나요? 그렇게 해서 생기는 수입 감소가 겨우 연간 560억원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야 도로공사의 경영합리화로 절감해도 되고 아니면 2007년 한 해만 봐도 15조원이 넘는 세계잉여금에서 보조해도 되겠죠.
그러나 올해도 예외 없이 고속도로 아닌 ‘저속도로’에서도 톨게이트마다 돈은 챙길 것이고 돈을 내는 시민들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있는 사회는 멋을 아는 사회입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요금을 안 받는 날이라고는 9월22일 대중교통의 날에 그것도 겨우 아침 9시의 출근 시간대 뿐이죠. 차는 출근자만 탑니까? 추석 설날 신정 광복절 등 축제의 날에는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좀 안 내게 할 수 없을까요. 그런 것조차 외면하니까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축제는 찾기 힘든 것이지요.
국민을 섬기고 싶다면 마땅히 정부가 그 정도는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독자 여러분, 올해 추석 귀성길 고속도로가 톨게이트 요금 징수로 막히더라도 화내지 마시고 느긋하게 즐거운 한가위 맞이하십시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 각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개량을 지고의 가치로 삼아 보도기사와 칼럼을 써왔다. 그는 동구권의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신문사 웹사이트 구축과 운영에서 체득한 뉴미디어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다. 저서로는 병인양요 시대를 그린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