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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싹을 기르자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9-03 09: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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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은 이야기 1

석달 열흘, 1백번 넘어 계속된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한때 선두에 나섰던 유모차 부대. 그중 한 어머니가 자신은 입양한 아이를 태우고 나왔다고 하더라는 사실을 한 선배 언론인으로부터 듣고 머리에 쥐가 날 뻔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오래 전에 한 병원 관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번개처럼 떠올랐습니다. 미혼모나 이혼한 주부가 양육권을 포기한 아이들 대부분이 해외로 입양되던 시절, 국내 입양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어진 그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못해 경악할 정도였습니다.

입양을 원하는 부모 중에는 앵벌이 왕초도 있어, 주로 신생아 한 명 또는 두 세 명을 입양해 간다는 것입니다. 더 놀랄 일은 입양한 아기를 고의든 사고를 위장하든 다리나 팔을 부러뜨리고 마약까지 먹여 앵벌이로 키운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고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들은 이야기 2

얼마 전 친구의 아들 돌잔치에 초대 받아 갔던 30대 중반의 한 여성은 희한한 광경을 보고 왔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돌맞이 아기가 1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좋아라 하는가 하면, 부모들도 손뼉을 치며 잘 했다고 칭찬을 늘어놓더라는 것입니다. 돌잔치에 흔히 연필 돈 실타래를 아기 앞에 놓아두고, 어느 것을 집는지에 따라 명운을 가름하던 풍습입니다.

초대받은 친구가 더 놀란 것은 아기 부모와의 대화 내용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묻자, "애기 아빠가 어제 저녁에 돈을 집는 훈련을 많이 시켰는데, 애기가 훈련 받은 대로 하니 얼마나 영리하고 귀엽니"라고 태연하게 대답하더라는 것입니다. 나도 시집가서 아이 돌이 되면 돈과 연필 실타래를 한꺼번에 집게 하면 재력도 있고 공부도 잘하고 오래 살겠지 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고 합니다.

# 들은 이야기 3

초등학생 아들과 딸을 둔 한 어머니는 요즘 두 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아들 녀석은 3학년이 됐는데도 몇 살이냐고 물으면 "다섯 살"이라고 한답니다. 빠듯한 살림살이 탓에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후에도 놀이공원에 가거나 버스를 탈 때엔 "너 누가 나이를 물으면 다섯 살이라고 해"하고 강제했던 탓입니다. 아이가 "일곱 살인데 왜 다섯 살이야?"고 되물으면 등짝을 한 대 치며 "넌 키가 작아서 다섯 살이라고 해도 돼"하며 호통친 효과입니다.

1학년인 딸아이는 무단횡단하다 사고를 당할 뻔한 일이 몇 번 있었는데도 버릇을 고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장이나 슈퍼마켓에 갈 때 지나가는 자동차가 없으면 딸의 손을 끌고 "빨리 뛰어"하며 도로를 건넜던 일이 버릇이 된 것 같다는 하소연입니다. 절약하려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바른 생활 방식을 가르치지 못한 게 후회스럽고 창피하기까지 하다는 것입니다.

# 들은 이야기 4

시골 고등학교 교감을 맡고 있는 한 후배는 몇 년째 자괴감으로 번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 밖은 물론 교실 안의 교육마저 무너져 가는 현실을 직시하고도, 용기가 없고 사명감마저 무감각해져 교사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부끄러워 못 견딜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아예 책가방도 없이 등교해서는 수업 중에 잠만 자는 경우가 허다해요. 막대기로 책상을 치면 부시시 눈을 뜨고 선생을 노려보는 눈초리에 기가 질리고 만답니다." 그는 또 화장실 안에서 담배연기가 피어올라도 막대기로 문짝을 두드리며 "빨리 수업에 들어가라"고 소리 한 번 지르고 얼른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했습니다. 행여 교칙대로 학생들을 끌어내 처벌하려 했다가는 오히려 집단구타를 당할까 겁이 난다는 것입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어른들 모두가 겪었거나 현재 겪고 있는 아픔입니다. 설혹 몰랐던 일이 있었다 해도 우리 모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무서운 세상입니다. 무심결에, 아니면 죄의식 없이 아이들에게 가르친 ‘세살 버릇’이 험난한 세상을 만드는 씨앗이 되지 않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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