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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사라지다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6-28 09: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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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사라지다



프렌치 쉬크 (FRENCH CHIC : 프랑스의 세련미) 대표주자의 한 사람이었던 이브 생 로랑(Yeves Saint Laurent)이 작고하였다는 소식을 파리체류 마지막 밤에 들었습니다. 프렌치 쉬크란 쇼윈도에 잘 코디되어 걸린 완벽한 한 벌의 옷을 그대로 입는 것이 아니라 고가품에만 집착하지 않고 고가품이든 저가품이든 잘 이용해 세련된 패션을 연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비싼 옷으로만 몸치장을 해 부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패션 센스와 개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개성, 즉 프렌치 쉬크를 가장 훌륭하게 표현한 대표 디자이너 삼인방은 샤넬을 이끌어 가는 칼 라거펠드(Karl Lagerfeld), 소니아 리키엘 브랜드의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과 YSL 브랜드의 이브 생 로랑입니다.

여성의 우아함을 스포티하며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실루엣으로 처리하여 섹시 코드를 의상에 과감히 접목함으로서 전설적 인물인 코코샤넬의 컨셉을 지키면서도 샤넬의 명성을 잘 지켜 가고 있는 칼 라거펠드.

유연하게 흐르는 실루엣, 편안한 착용감과 스포티 엘레강스가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컨셉, 특히 대비적인 색상의 스타라이프를 자주 애용하는 아주 프랑스적인 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

이 프렌치 쉬크 디자이너 삼인방 중의 한 사람인 이브 생 로랑은 심플하면서 스포티하고 세련된 선으로 프렌치 쉬크라는 언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컨셉을 선보였습니다. 프랑스의 중ㆍ상류층을 겨냥해 장식보다 품위가 있는 옷, 그러면서도 스포티해 포멀과 포멀하지 않은 중간 선을 가장 잘 소화해 낸 디자이너가 그입니다. 그런 그가 72세, 너무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것을 아쉬워하는 프랑스인들을 보면서 이브 생 로랑이야말로 프랑스 패션의 자존심이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이브 생 로랑은 1936년에 태어나 1953년 디오르사에 입사한 지 4년 후인 57년에 크리스찬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겨우 21세 젊은 나이에 디오르의 후계자가 된 그는 프랑스 패션역사에 독보적인 존재이자 패션의 천재입니다. 1962년에 독립하여 이브 생 로랑의 리브고슈(Rive Gauche) 기성복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여성은 치마와 자켓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복 정장도 바지와 자켓으로 대치할 수 있다는 바지정장을 1966년에 선보임으로써 여성 의상의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1981년 미국 패션디자이너 협회상을 받았으며 1983년 생존하는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4반세기 작품활동을 담은 회고전을 여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패션 잡지 <바자>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디자이너라고 칭송했습니다. 85년에는 파리에서 훈장을 받았습니다.

장인정신이 철저했던 그는 클래식 쉬크의 디자인으로 우아하며 스포티한 여성성을 연출함에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또 남자같은(mannish) 테일러링 수트와 유니섹스의 컨셉으로 의상의 남녀를 구분하는 구태의연한 과거로부터의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의상 컨셉 중 즉 트라페즈 라인(삼각형 라인 드레스), 사파리 자켓(큰 포켓이 위 2개 아래 두 개 달린 스포츠 쟈켓)등도 그가 탄생시킨 용어입니다.

특히 몽드리앙 룩(Mondrian Look 혹은 Minimal Look)이라는 전설적 컨셉을 1965년 파리 컬렉션에서 선보임으로써 또 한번 그의 이름을 패션계에 떨칩니다. 네덜란드 추상화가 P. Mondrian의 작품, 수평 수직선, 정사각형 직사각형의 무늬 형태의 화면구성을 그의 의상에 접목한 것으로 치마길이가 짧고 소매 없고 부드러운 라운드 넥라인(둥그런 목의선)으로 심플하게 처리한 모던한 드레스는 패션계에 또 한 번 바람을 일으킵니다.

그러한 이브 생 로랑도 말년에는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 심리에 적응하지 못해 ‘텍사스 촌놈’ 톰 포드에 밀려 눈물까지 흘리게 됩니다.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그의 컬렉션이 문제가 되자 이브 생 로랑 (YSL 브랜드) 회사의 소유주인 PPR그룹의 회장은 사양길로 접어들던 구찌를 부활시킨 톰 포드를 영입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름은 이브 생 로랑이었고 실제 톰 포드가 지휘하기 시작한 YSL 브랜드는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만, 이브 생 로랑 자신은 그 충격 등으로 마음고생을 하였다고 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나이와 뒤처지는 디자인 세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후로 계속 아팠다는 소문이 나돌더니(뇌암) 2002년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고별 패션 쇼로 은퇴를 하였습니다.

그는 항상 검은 테 안경과 검정 보타이를 즐겨 이브 생 로랑이라면 그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는 “여자가 아름답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검정 스웨터 한 장과 검정스커트, 그리고 옆의 사랑하는 남자 하나가 전부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가 무대 저 편으로 사라져간 이 시점에 한 번은 생각하고 음미해 볼 만한 아름다운 언어가 아닌가 합니다.







필자소개



오마리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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