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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에게 보내는 편지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5-06 18: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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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은 호주의 어머니날입니다.

우리의 어버이날과는 조금 다르게 이 나라에는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따로 있습니다. 어머니날은 5월 둘째 주 일요일, 아버지날은 매 9월의 두 번째 일요일입니다.

어느 민족, 어느 문화권이나 양친 가운데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 대해 보다 근원적이며 넓고 깊은 사랑의 무게를 실어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생명을 잉태하여 세상에 내어놓음으로 갖는 모성에 대한 경외감 외에도 어머니가 감당하는 표없는 희생에 대한 감사와 사회적, 인습적 약자로서의 연민 등이 ‘어머니’라는 말의 외연을 동심원처럼 확장시키며 감동을 자아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호주의 ‘어머니 상’도 우리의 그것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가족들을 위해 1년 365일을 값없이 희생하고 양보할 뿐 자신은 늘 뒷전이며, 티내는 법없이 한평생을 묻혀사는 존재가 곧 어머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어머니날이면 가족들의 극진한 배려를 받는 주인공을 상징하는 의미로 각 가정의 어머니들은 침대에 누운 채 아이들과 남편이 차려주는 아침상을 받는 것으로 그 날 하루를 시작합니다.

호주의 어머니날은 실상 ‘아내의 날’ 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성년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해도 어머니날 선물을 고르고 그 날 하루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데는 아버지가 주도적 역할을 맡아 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날을 즈음한 백화점이나 쇼핑 센터에는 평소와 달리 부녀간, 부자간 쇼팽객들로 붐비는데, 이렇게 아이들을 슬쩍 앞세워 1년에 한번씩 남편으로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날을 맞아 제가 다니는 교회의 주보에 <남편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고 그 날 저녁, 남편들이 아내들을 위해 저녁 만찬을 준비하는 행사를 마련키로 한 것만 보아도 호주의 ‘어머니날’은 곧 ‘아내의 날’과 다름 없다는 것이 더욱 실감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이라면 이미 읽으신 분도 있겠지만 <남편들에게 보내는 편지> 몇 구절을 옮겨보겠습니다.

[어떤 부부가 크게 싸운 끝에 남편이 아내에게 ‘당신 것을 전부 챙겨서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화가 난 아내는 그 자리에서 큰 가방을 쫙 펼쳐 열었습니다. ‘ 당신 어서 이 가방 속에 들어가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남편은 곧 아내가 자기만 의지하며 세상 전부로 알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남편 자체입니다. 남자의 길에서 여자는 에피소드가 될지 몰라도 여자의 길에서 남자는 히스토리가 됩니다.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가장 받기 원하는 선물은 ‘든든함’입니다. 남편은 가정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흔들리지 않는 바람막이가 되어, 아내에게 다른 큰 도움은 주지 못해도 최소한 든든한 맛 하나는 주어야 합니다.

몇 년간 병치레를 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그 아내되는 사람이 그랬답니다. ‘남편이 비록 병상에 누워 있었어도 그 때가 든든했다’고.
아내가 잘못했을 때는 남편의 든든함을 보여주어 아내를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아내의 잘못을 꼬집어 아내의 기를 죽일 절호의 찬스가 아닙니다.

아내의 마음에 ‘캄캄함’과 ‘갑갑함’을 주는 남편의 가장 잘못된 행동은 ‘깐깐함’ 입니다. 깐깐함은 갑갑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혹시 필요할 수 있어도 아내를 대할 때에는 결코 필요없는 태도입니다. 아내에게 남편은 ‘꽉 막힌 깐깐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되며 ‘꽉 찬 든든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남편은 아내의 감정과 정서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아내에게는 남편이 이해하기 힘든 특별한 감정과 정서가 있습니다. 아내의 정서에 대한 몰이해는 아내의 감정에 멍울을 만듭니다.]

아내들에게는 큰 공감과 위안을 주는 글이지만 남편들로서는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내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 처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마음도 제각각이겠지만, 호주에는 이렇듯 ‘아내의 날’이 매년 있어서 새삼스레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인 것 같습니다.







필자소개



신아연


ayounshin@hotmail.com
신 아연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16년째 호주에 살면서 <호주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지금은 한국의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 방송 등에 호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민 생활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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