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뭐라?)그쪽(李)은 피해의식이 아니라 피해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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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 출마자 공천 시기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새 정부 출범 후 공천을 확정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늦어도 내달 초부터는 총선 출마자를 단계적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천을 미루는 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던 박 전 대표가 3일 또 다시 언론을 통해 공천시기와 관련한 요구를 구체화했고, 이에 힘입어 친박(親朴)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집단적 의사표시를 하고 나섬에 따라 양측 간 정면충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신년하례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03년 당 상황이 굉장히 어려울 때에도 정상적 절차에 따라 (공천을) 했다"면서 1월 중순 공천 심사를 본격 시작했던 17대 총선 때의 전례를 따를 것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 이 당선인 측에서 `피해의식'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피해의식이라는 것은 우리 쪽이 아니라 그쪽이 피해의식인 것 같다. 피해의식 정도가 아니라 피해망상"이라고 반격했다.
그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당선인 측이) 인사청문회 등을 이유로 공천 연기를 주장하는데 이유가 안 된다"면서 "지금부터 공천 심사를 하면 2월부터 1차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 당선인측이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설과 관련, "투명하게 공천하면 되는데 일부 당선인의 비선 조직에서 밀실공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한 사람들을 물갈이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 사람들을 심어주려는 밀실공천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쪽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은 있다"면서 `집단행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당협위원장 및 공천에 관심이 있는 인사 등을 거론하면서 "그런 분들과 함께 주장을 하고 그 뜻을 관철하겠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공천을 2월25일 취임식 이후에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날짜 제시"라면서 "누구를 내놓아도 한나라당이면 당선된다는 오만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물갈이론'과 관련해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을 지킨 동료들에 대해 물갈이라는 말로 인격모욕을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다만 그는 유승민 의원의 집단행동 시사 발언에 대해선 "집단 반발과 같은 준비는 전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친박 의원들 내부에서도 강온 기류가 갈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3월중 공천'이라는 기존 계획을 고수하면서도 박 전 대표 측의 비판에는 정면 대응을 삼갔다. 이른바 `무대응 전략'인 셈이다.
이 당선인의 핵심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당'이 3월 중순에야 공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만 공천을 서두르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 않다"며 "3월 초순 정도에 공천을 완료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이 필요하다는 박 전 대표측 주장에 대해선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미 모두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으니 선거 직전 공천해도 선거운동 부분은 큰 지장이 없다"면서 "특히 수도권 같은 경우 공중전인 만큼 이명박 정부가 잘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선거운동"이라고 말했다.
친李 성향의 안상수 원내대표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에 대통령의 의중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힘들 것이다. 어느 정도는 그런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면서 "총선기획단은 이달 중순에 만들고 공천심사위도 1월말∼2월초에 구성하는 것으로 정리돼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2월에 공천을 한다면 인수위 작업이나 새 정부 구성 작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면서 "2월까지 정부 구성을 마무리짓고 각종 제도.법령을 정비한 뒤 2월25일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선거가 한달이나 남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당선인 측에서는 박 전 대표측의 공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인사들은 "해도 너무 한다"며 참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 측이 불안감과 패배의식 때문에 저런다"면서 "이명박 사람들이 공천에서 떨어지면 괜찮고 박근혜 사람들 떨어져 나가면 보복이냐. 역차별을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한 친李 성향 의원은 "김무성 최고위원이 10년 야당하며 고생했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무슨 고생을 했느냐. 오히려 영남에서 여당 행세하며 잘 지내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강재섭 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을 위한 합의를 해야 한다. 어떤 지역구는 인구가 늘고 줄고 하는 것이 가닥이 잡혀야 공천 신청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작업이 예년처럼 선거 한 달 전쯤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그의 이날 발언도 3월초부터 공천자 확정 작업에 착수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