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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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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7-12-18 17: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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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한(漢)나라는 아시아대륙의 중앙을 독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기틀을 다진 왕조입니다. 2200 여년 전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였던 진(秦)이 혼란에 빠지자 천하의 건달 유방(劉邦)은 장량(張良), 소하(蕭何), 한신(韓信)과 같은 재사와 호걸들을 모아 명문의 후예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한을 세웠습니다. 그런 유방을 ‘용인술의 천재’라고들 합니다.

나라를 세운 후 유방의 고민은 그 재사와 호걸들의 뒤처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항우를 제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대장군 한신이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기를 삼가지 않았습니다. 유방은 장차 그가 한의 골칫거리가 될 것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유방에 의해 초왕(楚王)에 봉해진 한신에게 어느날 항우의 부하장수였던 옛 친구 종리매(鍾離昧)가 찾아들었습니다. 한신이 정리를 생각해 그를 내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유방은 사냥을 구실로 군사를 끌고나와 한신을 급습합니다.

모반 혐의를 뒤집어쓰고 어처구니없이 포박당한 한신의 입에서 나온 장탄식이 ‘토사구팽[狡兎死 走狗烹]’입니다. ‘높이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도 광에 들어간다[飛鳥盡良弓藏]’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한신은 결국 왕후의 직위를 잃고 장안에 갇혀 지내다가 참살당하는 비운을 맞았습니다.

원(元) 말기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주원장(朱元璋)은 먹고살기 힘들어 떠돌이중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반 몽골’의 기치를 든 홍건적(紅巾賊)에 가담해 1368년에는 원을 멸망시키고 중원을 되찾아 명(明)을 세웠습니다.

새 나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주원장도 문무 관리들을 철저히 감시감독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고문하고 죽였습니다. 만년에 이르러서는 개국공신 가운데 살아남은 자가 거의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마음이 어질던 태자는 황제가 옥사를 일으킬 때마자 선정을 베풀도록 진언해 미움을 샀습니다.

어느날 주원장이 가시나무 막대기 하나를 땅위에 던져 놓고 태자에게 줍도록 명했습니다. 태자가 머뭇거리며 얼른 줍질 못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가시가 무서워 얼른 줍지 못하니, 내가 가시를 뽑아 버리고 주면 얼마나 좋겠느냐?”

며칠 후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게 됩니다. 싫든 좋든, 내가 뽑았든 남이 뽑았든 우리나라의 대통령입니다. 마음에 든다고 환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부할 수 없는 일입니다. 새 대통령의 판단과 지도에 따라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 국민된 도리일 것입니다.

국민된 도리가 있듯이 당연히 대통령이 지켜야 할 도리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이 대선 승리와 동시에 대통령은 어느 한 정당이나 정파, 어느 한 지역의 대표가 아님을 천명하고 실천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갈라져 싸워왔습니다. 동서로 등지고 좌우로 갈라지고 노소로 사갈시하며 헐뜯고 비난했습니다. 한 집안의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 집을 불태워도 상관치 않았습니다. 적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허용할지라도 '새와 조개의 싸움[방휼지쟁(蚌鷸之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새 대통령을 당선시킨 대선 캠프에서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연일 잔치가 계속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논공행상에 더욱 빨개진 토끼눈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들은 또 어떤 꿈을 꾸게 될까요?

세상물정에 어두운 탓인지 나는 그들이 대의를 위해 일어선 것이라면 승리를 확인한 순간 마땅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새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으로 이미 그동안 쏟은 노고에 보답을 받은 것이니까요. 승리의 잔치도 짧을수록 좋습니다. 축승의 술잔도 작을수록 좋습니다.

새 대통령이 언제까지나 축배를 부딪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대선이 끝나고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 시대적 요구인 경제 회복과 국민 화합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하는 일일 것입니다. 대통령이 정실에 얽매이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대선 캠프는 그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새 대통령이 또다시 지역정서를 건드리고 세대를 가르고 패거리정치로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임기가 다할 때까지 등산화부대를 상륙시키고 낙하산부대를 투하하는 일도, 국민의 고혈로 정부와 공기업과 각종 위원회가 잔치를 벌이는 일도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멋진 대통령이라면 내가 한 약속도, 남이 세운 공약도 엄정하게 재점검하고 취사선택하는 아량과 배포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 사람, 남의 사람을 가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합니다. 나라의 정책 수립도, 집행도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자리가 승자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국리민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올바른 인재를 찾아 쓰는 지혜, 붕당을 가리지 않고 능력있는 인재를 두루 기용하는 포용력이야말로 우리가 기대하는 새 대통령의 덕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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