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희 "인생의 꽃은 한번만 피지 않아, 70대도 노래하는걸요"
도종환 시 인용한 신곡 '흔들리며 피는 꽃' 발매…"가사가 내 인생 같아"
데뷔 60주년 바라보는 전설…"이봉조 작곡가는 하늘이 내려준 인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흔히들 우리 인생을 꽃에 비유하는데, 인생에서 꽃은 한 번 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고 생각해요. '7학년'(70대)인 저도 이렇게 노래하는데 누구나 언제든 꽃을 피울 수 있죠."
가수 정훈희(73)가 가꾼 인생이라는 꽃밭에는 최근 한 송이의 꽃이 새로 피어났다.
1967년 16살의 나이로 발표한 데뷔곡 '안개'가 70대에 접어든 2022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다시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안개'의 유행은 파란만장한 가수 인생을 살아온 정훈희에게 '인생은 한 송이 꽃을 피우고 끝나지 않는다'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지난달 발매한 신곡 '흔들리며 피는 꽃'에 자신이 배운 것을 고스란히 담았다.
정훈희는 지난 6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70대에도 사랑하는 노래를 계속 부르는 것처럼 열심히 살다 보면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긴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신곡은 정훈희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보듬는 곡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구절로 유명한 도종환 시인의 동명 작품을 인용한 가사에 정훈희의 힘 있는 보컬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정훈희는 "곡 제의가 들어왔을 당시 더 젊은 가수에게 곡이 가기를 바랐는데, 제가 불러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며 "알고 보니 도종환 시인이 시구 인용을 허락하며 '정훈희가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밝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바람이 불어 꺾이고 휘청이기도 했지만, 다시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꽃을 피우고 싶다고 말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녹음에 임했다"고 떠올렸다.
정훈희는 지금의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숱한 고비와 시련을 넘겼기 때문에 가사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1975년에는 대마초 파동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훈방 조치를 받았음에도 방송 출연을 정지당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는 "사실 가사에 공감하는 수준을 넘어 제 노래처럼 느껴졌다"며 "저라는 꽃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묻는 말에 이 시가 대신 답을 해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제 목소리도 코스모스가 흩날리는 것 같은 느낌이고, 제가 '꽃밭에서'나 '꽃길' 등 제목에 꽃이 들어간 노래를 4∼5곡 불렀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여러모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정훈희는 어느덧 데뷔 60주년을 앞뒀지만 여전히 또렷한 목소리를 자랑하고 있다. 남편인 가수 김태화와 부산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며 매주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한다.
그는 "노래를 안 하면 소리가 가라앉기 마련인데 저는 주말마다 라이브 무대에 서니 항상 소리가 연습 되어 있다"며 "동료 가수나 친구들이 '이렇게 오래 노래하는 할머니가 어디 있느냐'며 부러워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수 생활에서 가장 감사한 인연으로는 명곡 '안개', '꽃밭에서'를 그에게 선물한 고(故) 이봉조 작곡가를 꼽았다. 그는 이봉조의 노래로 1970년대 도쿄국제가요제와 칠레세계가요제에서 입상하는 등 의미 있는 경력을 쌓았다.
정훈희는 "하늘이 내려주지 않으면 만들 수가 없는 인연이라 생각한다"며 "저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 덕분에 지금까지도 용돈을 벌고, 무대 위에서 드레스를 입고 노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정훈희는 벌써 '할미꽃'이라는 노래를 새로 발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예쁜 빛을 뽐내는 할미꽃을 본 적 있느냐'라고 물으며 자신과 함께 춤을 추자는 내용이라고 한다.
"제 뒤에는 밴드가 있고, 앞에는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만 있으면 뭐든 오케이(OK) 입니다. 저와 여러분과 밴드가 삼위일체가 되어 박수치고 노래하고 흔들면 그게 전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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