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는 어떤 죽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글렌 굴드에게 듣다·도시여행자를 위한 노르망디×역사
저자는 응급 의학과 의사다. 응급실로 급하게 실려 온 사람들을 이곳저곳 살피고 치료한다. 생사가 달린 엄중한 상황이 일상이며 그 과정에서 죽음도 많이 목도한다. 저자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러면 대개 어깨를 으쓱하며 "익숙해지는 거죠"라고 답한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죽음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익숙해져야 하는 것도 있다. 쇄도하는 주변 요청 속에서도 '정신 줄'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응급실 의사에겐 하루에도 수많은 방해 요인이 발생한다. 연구에 따르면 응급 의사는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열두 번 이상 방해받는다. 환자와 부러진 발목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안 심전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환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발작을 막 일으킨 환자를 돌봐 달라는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응급실 의사가 정신 줄을 부여잡아야 하는 이유다.
뉴욕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쓴 회고록이다. 저자는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응급실에 찾아온 여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죽었던 팬데믹, 미국 의료 시스템이 야기하는 고질적인 불평등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조명한다.
사람의집. 320쪽.
그는 한껏 웅크린 자세로 피아노를 친다. 코가 건반에 닿을 듯하다. 오른손으로 연주하며 왼손으로 지휘 동작을 하기도 한다. 피아노 음률에 맞춰 읊조리는 건 그의 전매특허다. 생존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 중 한명이었고, 사후에는 전설이 되어버린 글렌 굴드 얘기다.
책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조너선 콧이 굴드를 만나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굴드는 가볍고 날렵한 스타일의 피아노를 고집했는데, 그런 피아노 특성에 맞춰서 구부정한 자세를 취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피아노 상태에 따라 템포를 결정했다고 말한다. 피아노를 수리했을 때는 소리가 무거워 평소보다 느리게 쳐야 했다고 부연한다.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등 다양한 작곡가들에 대한 평가와 아르투르 슈나벨 등 그가 존경했던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경당. 256쪽.
▲ 도시여행자를 위한 노르망디×역사 = 주경철 지음.
서양 사학자인 저자가 도시여행자를 위해 내놓은 두 번째 역사 여행기다. 전편 프랑스 파리에 이어 이번엔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을 탐색했다.
노르망디는 풍요로운 문화, 아름다운 풍광과 감미로운 음식, 수많은 예술가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영국을 정복한 노르망디 왕조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몽생미셸 수도원 등 수도원 기행, 바이킹 등장에서 잔 다르크에 이르는 역사 기행 등 여섯 가지 테마를 토대로 노르망디의 문화와 역사를 설명한다.
휴머니스트. 40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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