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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는 학문의 소중함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천하면서 귀해지려 하고, 어리석으면서 지혜롭게 되려 하고, 가난하면서도 부유해지려 한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것은 오직 학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배운 것을 행하면 선비(士)라 불리고, 그것에 힘쓰면 군자가 되고, 그것에 통달하면 성인이 된다. 위로는 성인이 되고 아래로는 선비와 군자가 되는데 누가 나를 막을 수 있겠는가? 」그의 책 『유효(儒效)』를 통해서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일본의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는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게이오 대학의 설립자로서 메이지유신 초기 사상적 혼란기에 처한 국민에게 길을 제시한 불세출의 지도자였기에 일본의 고액권인 1만엔에 그의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빈부귀천의 구별은 없다. 오로지 학문을 열심히 하여 사물을 잘 아는 사람은 귀인이 되고 부자가 되며, 배우지 않은 사람은 가난하게 되어 남의 하인 노릇을 한다.」『학문의 권장』이라는 책을 통해서입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다산은 이렇게 말 합니다.
「 폐족으로서 배우지 않는다면 마침내는 도리에 어긋나고 비천한 신분으로 추락하게 되고 끝내 세상의 버림을 받게 되며 혼인길마저 막혀 천한 집안과 결혼을 할 것이다. 그래서 물고기의 입술이나 강아지의 이마 몰골을 한 자식이 태어나면 그 집안은 영영 끝장이 나고 만다.」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입니다.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원조는 누가 뭐래도 공자일 것입니다. 그는 「사람이 배우지 아니하면 옳고 그름을 모른다」(人不學不知義)와 같은 말로 학습의 중요성을 설명하는가하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悅乎)라는 가르침을 통해 학문의 즐거움을 말하는 등 공부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누구나 배우고 닦으면 성인(聖人)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상 공자사상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배움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그래서 선현들이 한결 같이 배움을 그토록 강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강조한 것은 배움 그 자체였지 학벌이나 간판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공부를 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인생도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었지 공부를 많이 한척 거짓으로 포장하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여인의 학력 사기가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 일을 두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많고 거친 욕을 하는 사람도 수없이 만났습니다. 한국은 역대 대통령 아홉 사람 중 두 명이 고졸입니다.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높은 비율입니다. 현대그룹을 세운 정주영 회장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않았습니다. 이만하면 한국은 실력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거짓 학력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우리사회의 정직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이라도 터지지 않으면 우리의 정직성을 되돌아볼 여유도 없을 만큼 한국인들은 정직성에 무관심합니다. 이 사건으로 온 국민이 받은 충격과 상실감이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종교계까지 번진 거짓학력 사태가 국민의 정직성을 일깨우는 죽비소리가 된다면 그것은 하나의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12월 대선에서 정직한 지도자를 선출하겠다는 각성을 일깨운다면 그것은 축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석세스 스토리도, 러브 스토리도 아닌, 세상을 속인 ‘거짓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