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차관,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날 尹대통령에 2차례 전화
尹-임기훈 통화 직후 전화…대통령실·국방부 긴밀한 연락
법무관리관실 "임성근, 과실 있으나 사실관계만 적시" 의견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권희원 이도흔 기자 = 해병대 수사단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작년 8월 2일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건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알려져 있던 윤 대통령과 신 전 차관의 '10초 통화' 외에 추가로 8분 이상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외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에 긴밀하게 연락이 오간 정황들도 확인됐다.
26일 군사법원에 제출된 통신기록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작년 8월 2일 오후 1시 30분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8분 45초간 통화했다.
윤 대통령이 오후 1시 25분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4분 51초간 통화한 직후다.
신 전 차관은 2시간여 뒤인 오후 3시 40분 다시 윤 대통령에게 두 번째 전화를 걸어 3분 36초간 통화한다.
신 전 차관은 같은 날 4시 21분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아 10초간 통화한 기록이 드러난 바 있다.
최근 확인된 통화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이종섭 전 장관에게도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총 세 차례에 걸쳐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총 18분여 동안 통화했다.
그로부터 27분여 뒤 윤 대통령과 임 전 비서관, 신 전 차관과의 통화가 차례로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 외에도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에 이날 여러 차례 연락이 오고 간 정황도 드러났다.
신 전 차관과 임 전 비서관은 오전 11시 29분부터 오후 1시 54분 사이에 세 차례 통화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이 전 장관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사실을 보고한 직후다.
신 전 차관은 이후 오후 2시 17분부터 3시 9분 사이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5차례 전화해 총 3분여 통화했다.
유 관리관은 오후 4시 59분 대통령실 일반전화인 '02-80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2분 39초간 통화하기도 했다.
이 밖에 신 전 차관은 오전 9시 2분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전화해 3분 6초간 통화했고,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도 통화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화가 주목받는 것은, 이날 해병대 수사단이 오전 10시 30분께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했기 때문이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항명 혐의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입건한 뒤 오후 7시 20분께 사건을 회수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이 전 장관과 신 전 차관, 임 전 비서관 등은 당시 통화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긴밀한 연락 과정을 통해 대통령실이 사건 기록 회수 등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를 위해 필요한 통신자료를 확보했거나 확보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된 것으로 의심하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작성 문건도 공개됐다.
'해병대 변사사건 관련 의견 요청에 대한 검토 결과'란 제목의 2쪽짜리 문건으로, 지난해 8월 14일 법무관리관실이 조사본부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의견 제시를 요청받아 작성한 것이다.
이 문건에서 법무관리관실은 해병대 수사단이 당초 혐의자로 포함했던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해 "수색작전 관련 안전통제 대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는 등의 과실이 있으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아 경찰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관계 적시, 관련자로 기재 뒤 통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의견대로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 등 4명에 대해선 사실관계만 적시하고, 대대장 2명을 혐의자로 판단해 같은 달 24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당초 조사본부는 지난해 8월 9일 이 전 장관 지시로 기록을 재검토한 뒤 임 전 사단장 등 6명에 대해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초기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는데, 법무관리관실의 의견 제시 후 혐의자가 2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 등이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공수처의 수사 대상 중 하나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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