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 측이 안 후보를 항해 "보조 타이어"라고 하자, 안 후보 측은 "문재인은 펑크 난 타이어"라고 받아쳤다. 정치권에선 당내 경선 윤곽이 잡히면서 내부로 겨눴던 총구를 외부의 적(敵)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봤다.
문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민주당 호남 경선 다음 날인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며 "(호남의 안 후보 지지의 뜻은) 일종의 보조 타이어 격으로 일종의 격려를 해준 게 아닌가"라고 했다.
송 의원은 "'격려'와 '지지'는 다르다. 문 후보는 확실히 정권 교체를 하도록 힘을 모아주신 것이고, 안 후보나 국민의당은 격려를 통해 다른 역전 가능성이나 반전 가능성을 차단시키라는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 측에서 문 후보를 '진짜 타이어', 안 후보를 '보조 타이어'에 비유하자 국민의당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부산·울산·경남 경선 합동 연설 인사말에서 "문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펑크 난다. 펑크 난 타이어는 중도 포기한다"며 "우리 당 후보가 지금 지지도는 낮지만 결국 이긴다는 것을 민주당에서 잘 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제발 문 후보가 1등 하라고 바랐는데, 제 점괘가 맞아 문 후보가 1등을 했다"며 "문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가 대결하면 대통령은 국민의당 후보"라고 했다. 안 후보도 이날 부산 구포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월부터 제가 여러 가지 미래 예측을 했는데 이제 하나만 남은 셈"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와의 1대1 대결을 하면 자신이 이긴다는 예측을 말한 것이다.
두 후보 측은 호남 경선 결과를 두고도 의미를 과장하거나 축소하며 공방(攻防)을 했다. 박지원 대표는 "안 후보 득표율 65%는 국민이 걸어 나와서 투표한 것이고, 문 후보 득표율 60%는 자기들이 등록시켜서 자기 식구들이 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투표함만 만들어놓고 오신 분들 아니냐. 우리는 순수한 국민이고 민주당은 동원된 식구"라고 했다.
반면 문 후보 측 특보단장인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 대선 후보 지지율은 1위(문재인), 2위(안희정), 4위(이재명)가 맞붙은 경선인 반면 국민의당은 지지율 3위(안철수), 8위(손학규), 기타(박주선)가 맞붙은 경선"이라며 "두 후보가 모두 호남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동시에 비교 대상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메이저리그', 국민의당은 '마이너리그'라는 비유였다.
당내 경선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조기 충돌한 것은 일종의 기선 제압 측면도 있다. 아직 중도·보수 후보 간 연대 문제가 남아 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자신들만이 '끝까지 가는 후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특히 안 후보 측은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론'을 계속 부각시키며 '반문(反文) 정서'를 결집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본선에서 후보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문 후보에 비해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중도·보수 유권자들은 문 후보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국 안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반문 후보=반(反)개혁 후보'라는 선거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1대1 구도가 성립하기 위해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이 합의하에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자기 당 후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이뤄지더라도 반개혁 연대이자 야합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