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한 윤 모 씨는 귀농을 꿈꾸었다고 했다.
어디로 갈까? 를 궁리하던 윤씨는 한 지인의 소개로 논산시 연산면 어은리의 한 농가주택을 소개 받고 산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아름다운 풍광에 홀딱 반했다.
산자락 끝부분의 수 천 평 토지에 대한 계약을 체결 한 뒤 현지풍경을 휴대폰에 담은 윤씨는 이를 아내에게 보여주며 자랑했고 윤씨의 아내 또한 맘에 들어 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남편과 함께 현장을 찾은 윤씨의 아내는 남편이 계약을 마친 토지를 둘러보고 매우 만족해 하며 마을을 둘러보던 중 자신들이 매입하고자 했던 토지의 바로 옆에 귀신이라도 금방 뛰쳐나올 것 같은 폐허와 같은 빈집이 있음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했다.
소개인은 한집은 십 수 년 전 홀로된 어머니를 서울의 아들이 모셔가 빈집이 됐고, 또 한집은 자손 없는 두 노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승길로 떠난 이후 돌아볼 이 없어서 폐허처럼 됐다고 설명 했지만 윤씨의 아내는 무서워서 싫다고 했다.
그렇듯 우리 농촌마을의 빈집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이유야 어떻든 사람이 살다 떠난 빈집은 10년이 흐르면 폐허로 변한다, 이십년이 흐르면 갖가지 괴담이 스며든 흉가로 변신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전국의 지자체 마다 적극적인 빈집 철거 대책을 마련하고 그의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
논산시가 전수조사를 통해 공식 집계한 관내 15개 읍면동에 대한 빈집은 2016년 말 현재 666 호로 나타났다.강경 11/연무271/ 성동20/광석 15/노성24/상월 12/부적52/연산20/벌곡13/ 양촌 42/ 가야곡34/ 은진 45/채운40/ 취암 60/부창7]
충남도가 빈집 철거예산을 지원하던 지난 2015년도에는 122호가 신청한 중 66호를 정비했고 도 예산지원이 중단된 2016년에는 9호를 정비 현재 666동의 빈집이 남아있으며 시는 2017년도에는 15채를 정비 한다는 목표로 소요예산 3천만을 책정해 놓고 있다.
흉가로 회자되는 빈집들이 도시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귀농인 들의 발길을 돌리는 주범이며 농촌마을 피폐를 촉진하는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잇따른다,
문제는 또 있다.
논산시는 올해 70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두 개의 청소용역업체로 하여금 인구밀집지역인 논산 연무 강경 건양대 일원의 쓰레기들을 거두어 낸다. 길거리의 담배꽁초까지 줍고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쓸어낸다
.
그러나 도심에서 한 발짝만 들녘으로 나서면 문제는 다르다.
12개 면지역은 청소차 한 대에 운전원 미화원 단 두 사람이 하루 또는 이틀도리로 마을을 돌면서 주민들이 봉투에 담아 모아 놓은 쓰레기들을 치워 갈 뿐이다.
날로 고령화가 심화되어가는 농촌마을에서 내 집 앞 쓸기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터여서 60년대 공동체의 마을 가꾸기 같은 건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을 어른들은 넘쳐나는 쓰레기를 묻을 수도 없고 태우면 불법 이라 해서 태울 수도 없다고 푸념한다,
더욱 농산물 가공공장으로 화한 들판의 비닐하우스 , 농업인들이 하루 절반 가까이를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다시피 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켜켜이 토양을 잠식해 들어가기 수 십 년이다.
형편이 이렇다면 시 당국은 이미 오래전에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서 실행했어야 마땅하지만 지금 논산시의 농촌 환경에 대한 그럴듯한 대책이 없다.
취임 당초 논산을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지자체장의 그 큰 호언장담이 어디로 감춰졌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논산시가 2017년도 논산시정의 으뜸 슬로건으로 내건 소위 동고동락 [同苦同樂] 행복공동체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기 있는 사업이고 한글을 깨우쳐 다시 사는 삶을 행복에 겨워하는 할머니들의 미소는 누가 뭐래도 보기에 좋다.
그러나 그 어르신들의 삶터인 농업생산기반의 청정화 마을환경의 청정화 사업은 그에 못지않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100세 행복과 신설도 중요하지만 사무관 한사람을 팀장으로 한 청소기동대의 발족은 더 필요해 보인다.
해는 바뀌고 설도 넘어 머잖아 입춘이다, 봄이 다시 또 온다. 이 새봄에 참 좋은 논산 산천을 확 뒤집어 대청소 한번 어떤가?
봄을 봄답게 맞고 싶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이 아녔음 참 좋겠다.
[이 기사는 월간 굿모닝논산 2월호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