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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르른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뉴스관리자
  • 등록 2014-10-13 11: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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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헤인[惠仁] 님의 명복을 빌며...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곳은 서해안 어느 바닷가라고만 했습니다.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바닷가 개펼에 나가 채취한 해물 들을 팔아 연명하는 그의 부모님은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이었으나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위로 오빠가 둘 .언니가 셋이나 됐고 자신의 이름은 어쩌다보니 “끝내”라고 불리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심심찮게 발생하는 돌림병이 창궐하던 때여서 어린아이들이 다 크기도 전에 목숨을 앗기는 수가 많아 태어나 다섯 살이 되도록 출생 신고조차 않았더랍니다.

끝내가 일곱 살 되던 어느 날.. 어촌 마을을 단골로 드나들며 갓 태어나는 이이들을 받아주고 작고 큰 마을 일들을 도와주던 스님 한분이 끝내 네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날 끝내는 오빠들과 바닷가에 나가서 조개를 주워 집에 막 들어서려는데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던 그 스님의 입에서 나오는 청천 벽력같은 한마디를 들어야 했습니다.

“끝내 개는 오래 못 살거 같어.. 명이 짦구먼..짦아.. ” 아마도 열 살이 되기 어려울걸..“ 관상도 봐주고 점도 쳐주곤 하는 스님이 제법 용하다는 평판을 얻고 있던 터여서 막내딸 끝내가 명이 짧아 열 살도 살지 못 할 거라는 그 말은 거역할 수 없는 끝내의 운명이라는 겁니다.

어머니는 “에고 불쌍한 것 ..어쩌누” 울음을 터뜨렸고 마악 집에 들어서려다 스님의 그 말을 듣고만 끝내는 어린 마음에도 자기가 앞으로 삼년도 못산다는 스님의 말에 견딜 수 없는 절망과 공포로 발길을 돌려 바닷가 바위위에 앉아 해 저문 늦도록 울기만 했더랍니다.

어린 마음에 너무도 큰 상처를 입은 것 이지요
그 다음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끝내는 오직 죽기 싫다는 그 마음 하나로 자신이 살아온 바닷가 마을을 떠날 궁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두고 집을 떠날 궁리를 해온 끝내는 마침내 어느 날 아침 당시 서해안 뱃길을 따라 인천을 오가던 여객선에 몰래 잠입해 고향을 떠납니다.

일곱 살 여자 아이로선 큰 모험 이었지만 열 살도 못산다는 스님의 말 한마디는 그만큼 끝내 에게 있어 부모와 형제들 곁을 떠나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게 한 것 이지요

끝내는 몰래 스며든 여객선의 화물칸에 잠들어 있던 모습으로 뱃사람들 에게 발견됐습니다, 며칠을 굶은 모습으로 탈진해 쓰러져 있던 끝네를 발견한 뱃사람들은 그녀를 인천항 포구에서 뱃사람들을 상대로 선술집 겸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모에게 맡겼습니다.

끝네를 맡은 주모는 마침 선술집 일손을 도울 손길도 필요했던 차에 나이는 어리지만 다소곳한 끝네를 친딸처럼 여겨 한 식구가 되기로 했지요.

끝네는 무엇보다도 하얀 쌀밥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들 낙 거리는 뱃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시중을 드는 일이 고단하기는 했지만 가족들과 헤어져 산다는 외로움이나 자신이 머잖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바쁜 삶을 살게 됐답니다.

그렇게 한해 두해 세월이 흐르면서 일찍이 고향 마을에서 스님이 열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끝네는 열 살을 훨씬 넘은 스무살이 되도록 건강한 처녀의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끝네는 얼굴도 곱상한데다 누구한테든지 붙임성 있는 태도에 형편이 곤궁한 사람에게는 막걸리 한잔이며 해장국 한 그릇을 스스럼없이 무료로 내놓곤 해서 뱃사람들은 물론 항구 인근에서 인기가 대단한 터였습니다.

끝네가 스물 두 살 되던 어느 봄날. 선술집을 운영하면서 끝네를 친딸처럼 보살피던 주모 김 씨는 평생을 안고 살던 심장병이 도져 임종을 눈앞에 두고 끝네 에게 선술집을 맡긴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떴습니다.

끝네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친어머니처럼 의지하고 살던 주모 김여인을 인근 산자락 양지바른 곳에 모시고 이제는 어엿한 식당주인이 돼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끝네가 운영을 맡아한 식당은 잘 됐습니다. 너그러운 성품인데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어려운 부둣가의 날품팔이 사람들에게 인색하지 않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서슴없이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끝네는 식당을 맡아한 10여년 만에 큰 돈을 손에 쥐게 됐고 우연한 기회에 바닷길을 오르내리는 물목들을 중개하는 상인으로 변신하게 됐지요.

그녀는 인천에서 베풀고 어질다는 뜻을 가진 혜인상사 [惠仁商社]를 창업 하기에 이르렀고 이름 또한 혜인[惠仁]으로 개명합니다.

나이 마흔에 접어든 혜인 여사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홍콩 마카오 까지 넘나드는 유명한 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 번 돈의 상당액을 불우한 학생들을 위한 육영사업에 쏟아 붇기 시작했고 그 녀의 이름을 딴 육영재단 혜인 [惠 仁]의 도움으로 공부에 열중해 나라 안팎에 이름을 크게 울리는 저명인사들만도 수 백 명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렇게 한 삶을 치열하게 살던 그녀는 지난 1996년 93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 하고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생전에 어느 학생들이 모인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열 살도 살지 못 할 거라는 그 스님의 말에 어린 내가 절망했더라면 오늘 나의 인생은 없었을 것입니다. 살아있는 한순간 한순간을 일생처럼 생각하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고. 사람은 물론 살아 있는 것이나 심지어 생명이 없는 모든 사물에 대해 정성스럽게 대[對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사람도 모이고 돈도 쌓였습니다. 오직 정성을 다할 따름입니다.“

지금도 인천 지방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회자되는 손혜인[孫惠仁] 여사의 일대기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모든 젊은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녀는 1980년 당시 유신체제 종식을 위한 투쟁 끝에 긴급조치 9호위반 협의로 감옥의 독방에 던져졌던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절망하지 말라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동지 ! 이 형극의 길이 아무리 싫더라도 김 동지의 인생에서 떼어낼 수는 없습니다. 이 시간들을 사랑하십시오. 감옥에서 머무는 시간들일지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랑 할 수 있는 이유들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녀를 만난 이후로 필자가 어떠한 경우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만난 이후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내 삶의 소망은 “책 한권 손에 쥐고 볼 수 있는 여유”를 탐닉했을 뿐인 것 같습니다.

마침 오늘은 그분이 세상을 뜬지 18년된 날이기도 합니다. 내 인생.내 정신세계에 새 지평을 열어준 사람이기도한 그녀가 그ㅡ립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부시게 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 감옥의 독방을 찾아  미당님의  시 한구절을  읊조려 주던  그녀가   참 그립습니다.  
혜인[惠仁] 선생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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