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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이해인 수녀와 로커 김태원
  • 뉴스관리자
  • 등록 2014-09-11 10: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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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이모’와 ‘국민할매’…“희망이 민들레처럼 퍼져 나갔으면”
 


이해인 “제가 출간한 책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북콘서트를 진행하기 위해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에 왔어요. 그 틈에 제가 보고 싶은 고마운 분도 만나고요. 수도원에서 나올 때 얼굴에 화장도 하고 옷도 하얀 수도복으로 준비해 왔답니다.”(웃음)

김태원 “반갑습니다. 웬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면 제가 안 나오는데 수녀님이 곱게 단장하고 멀리서 오신다기에 저도 이렇게 만나 뵈러 왔습니다.”(웃음)

이 “제가 1968년에 수녀원에 들어갔는데, 그 일 년 뒤에 김태원 씨가 태어났지요. 그런 김태원 씨가 ‘할매’니까 ‘이모’인 제 오빠가 되는 건가요. 왜죠?”(웃음)

김 “그런가요. 그럼 나이 따지지 말고 제가 오빠 하죠, 뭐.”(웃음)

두 사람의 범상치 않은 친분을 말해주듯 유머와 함께 귀여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제 기억에 2006년에 필리핀에 강연하러 갔다가 김태원 씨를 처음 만났어요. 강연장에서 선글라스 끼고 찢어진 청바지 입고, 옷차림이 불량한(웃음) 어떤 사람이 삐딱하게 서 있어서 제가 좀 겁을 먹고 있었지요. 그랬더니 그곳에 계시던 어떤 분이 와서 ‘수녀님! 저 사람이 한국에서 꽤 유명한 ‘부활’이라는 록그룹의 리더인데, 그분이 집을 잘 꾸며놨다고 하던데, 그곳에서 차 한 잔 같이하면 좋겠다’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때 먼 길을 와서 몸이 피곤한데도 김태원 씨댁을 찾아갔죠. 그런데 글쎄 손님이 왔는데도 김태원 씨가 방안 저 끝에 앉아서 제게 말도 한마디 안하는 거예요. 그때 왜 그러셨죠?”(웃음)

김 “그 무렵이 제 인생에서 쉽지 않은 세월이었어요. 제가 그때 인기가 좀 있는 가수였는데, 필리핀에 오래 있어도 한국에서 누구도 제게 귀국하라고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때의 저는 가수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김태원이었던 거죠. 생각해 보면 그때 저는 연예인도 아니고 음악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였던 것 같아요. 음악도 잘 안되고, 건강도 좋지 않았던 어렵던 시절에 아내와 아이가 머물고 있던 필리핀에 갔다가 수녀님을 만난 거예요. 그런데 제 아내가 이해인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하면 무척 영광이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시인이고, 아름다운 분이라고. 그래서 수녀님을 초대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제가 수녀님을 대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끝에 앉아 있었던 건데요.”(웃음)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필리핀에서 시작됐다. 장애를 가진 둘째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던 김태원은 가수로서 인기를 얻었지만 삶에서 왠지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가 치료를 위해 머물고 있던 필리핀을 찾아가게 됐고, 힐링캠프에도 참여하며 가족의 소중함도 확인한다. 이해인 수녀로부터 치유받고 희망을 얻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이때다.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도 가족이 그립기는 마찬가지였다. 6·25 때 아버지가 납북되는 아픔을 겪었고, 수녀가 되어 가족을 떠나온 이 수녀. 그러한 그리움이 있었기에 김태원 씨를 남동생같이 아끼고, 그의 가족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김 “그때 좀 시간이 지나서 분위기가 좀 무르익었을 때 수녀님께서 20대 때의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제게 보여주셨거든요. (웃음) 그때 제가 했던 말 기억나세요?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수녀가 되시면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수녀님 되시기 전에 ‘첫사랑은 있으셨습니까?’ 그렇게 물었지요. 제가 대답하기 불편한 질문을 했었는데도 수녀님이 잘 받아주셔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던 첫 만남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무지 아름다웠던 기억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맑음의 상징과도 같다. 늘 미소 띤 얼굴로 지친 이웃들을 위로하고 넉넉한 품으로 보듬는다.




로커 김태원의 삶에서 길어 올린 샘물 같고 보석 같은 노래들은 힘들고 절망한 이들을 어루만지는 어린 시절 ‘할매’의 따사로운 손길이 된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친구야 너는 아니’

이 “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필리핀에서 만나고 난 얼마 뒤에 김태원 씨가 제게 이메일을 보내왔지요. ‘필리핀에서 제가 힘들 때 만났는데, 수녀님으로 부터 희망을 얻었다. 수녀님의 시를 노래로 만들고 싶다’ 고요. 노래 가사를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제가 ‘친구’에 대한 시를 몇 편 보내드렸지요. 그러고 보니 그런 인연으로 우리가 만난 지도 벌써 9년째가 됐네요.”

김 “수녀님이 주신 그 시에 곡을 붙여 ‘친구야 너는 아니’(부활 11집 앨범 수록)라는 노래를 만들었지요. 개그맨 이경규 씨 휴대폰 컬러링이 바로 이 노래예요. 그분이 영화 해서 망했지만…. (웃음) 영화 <전국노래자랑>시그널 음악으로 유명해졌지요.”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음악 이야기로 이어졌다. 실제 ‘친구야 너는 아니’란 곡은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주는 소중한 곡이다. 새봄, 나뭇가지에 돋은 여린새순을 보는 것처럼 뭉클하고 아름답다.

실제 김태원 씨는 <부활 11집> 앨범을 계기로 슬프고 격정적인 음악에서 부드럽고 따스한 음악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이해인 수녀와의 만남이 힘을 주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 사실은 참 아픈 거래 /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 사실은 참 아픈 거래~ /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된 걸 너는 아니 /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 이 세상에 아픈것들이 너무 많다고 /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
엄마가 혼자 말하시던 /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누나…” <친구야 너는 아니> 가사 중에서

이 “제게 노래로 만들 시를 달라고 해서 ‘내 기도를 필요로 하는 분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시를 드렸더니 정말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드셨더군요. 그런 이후 우리의 인연이 더 깊어졌고, 결국 제가 부활의 팬 카페인 ‘부사모’에서 열성팬으로 활동하게 되죠. 그 뒤, 김태원 씨가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면서 ‘청춘합창단’이 부른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라는 노래도 작곡하고…, 녹화 때 방송국에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동했지요. 또 얼마 전에 ‘위대한 탄생’에서 심사하는 것 보니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른 것 같아 참 보기에 좋더라고요.

제가 김태원 씨를 만날 때마다 놀라는 게 있어요. 김태원 씨의 음악을 들으면 ‘이분이 정말 시인이구나!’ 하고 느끼게 돼요. 물론 음악을 하시니까 곡도 잘 쓰시지만, 노래 가사 중에 ‘눈사람이 녹은 자리에 코스모스가피었던…’ 이란 대목이 있는데, 시인인 저로서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시가 나올까?’ 할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답니다. 그런 부활이 벌써 열세 장의 앨범을 냈고, 결성한 지도 내년이면 30주년이 된다니, 한길을 걸어오신 것에 존경심이 생깁니다.”

김 “아니죠. 저는 30년이지만 수녀님은 수도자로 50년을 걸어오셨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부활이 지난 30년 동안 발표한 열세 장의 앨범 중에 잘된 앨범도 있지만 망한 앨범도 많아요.”(웃음)

이 “그렇군요. 수녀가 되겠다고 서원(誓願)한 지 벌써 반백 년이 흘렀네요. 제가 쓴 시 ‘민들레의 영토’는 1965년 수도생활 초기에 아침·점심 체조를 하는 시간에 0.5센티미터 돌 틈에서 자라는 민들레를 보고 민들레의 영토라는 시를 지었어요. 민들레는 희망의 씨앗이 지요. 바람이 불면 그 솜털에 담긴 씨앗이 여기저기로 날아가잖아요. 제 시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멀리까지 사랑이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자리를 빌려 김태원 씨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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