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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사마[永州司馬]유종원이 유주자사로 임명되었다. 유종원은 글을 잘 지었다. 그가 지은 재인전의 내용은 이러했다.
'재인[목공]은 도끼 칼 톱 등의 연장을 들지 않고 오로지 둥굴게 굽은 자와 그림쇠. 먹줄을 들고 다니면서 나무의 재질을 헤아리고 집의 규모를 살피며 ,높이와 깊이,둥글고 모남,길고 짧음을 관찰한다.
그는 여러 목곡들을 지휘하여 각기 일을 시키고 맡은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그만두게 한다. 큰 집이 완성되면 혼자서 이름을 드날리고 녹봉은 일반 목공의 세 배를 받는다.
천하를 다스리는 재상도 이와 같다.재상은 기강을 세우고 법도를 정비하여 천하의 선비들을 뽑아 적절한 임무를 맡긴다.그래서 천하의 사람들을 다스려 각자 일을 편안하게 처리하도록 한다.
능력 있는자를 등용하고 능력없는자를 물러나게 한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면 사람들이 이윤 부열 주공 소공 같은 재상들을 칭찬하지만 온갖 일을 직접 담당한 관리들의 공로는 기록되지도 못한다.
어떤 이는 이러한 다스림의 요체를 알지 못하여 능력을 드러내고 이름을 자랑하며 작은 사무를 직접 맡는다. 각급 관리들의 직무를 간섭하고 관가에서 따지고 떠들지만 원대한 일은 방기한다.
이것은 바로 재상의 도를 모르기 때문이다.
유종우너은 또한 "종수곽탁타전"을 지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말했다.
"곽탁타는 나무 기르기를 직업으로 하는 꼽추인데 그가 나무를 심으면 잘 자라서 무성해지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누군가 그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나무를 오래 살게 하고 번성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의 본성이란 뿌리는 퍼지기를 원하고 원래 뿌리내렸던 흙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단 나무를 심고 나면 흔들지 말고 그것이 바로 서게 될까 걱정하지도 말며 떠난 뒤에 뒤돌아보지 않는 것입니다.
씨를 뿌릴 때에는 어린 자식을 돌보듯이 하지만 길러서 심어 놓은 뒤에는 버려 두고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내버려 두면 나무는 제 천성을 보전하여 제자리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나무를 키우면서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뿌리를 건드려 굽게 하고 흙을 바꾸며 너무 오랫동안 은혜를 베풀고 근심하며 부지런히 돌봅니다. 새벽에 돌아보고 저녁에 쓰다듬으며 떠났다가 다시 돌아봅니다. 심지어 손톱으로 나무껍질을 파 보면서 나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줄기를 흔들어 뿌리의 흙이 촘촘한지를 살펴봅니다. 이렇게 되면 나무의 본성은 하루하루 상실되어 갑니다.이런짓은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지만 실은 해치는 것이며 걱정한다고 하지만 실은 원수로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나무를 잘 키울 수 없습니다.
정치도 이와 같은 이치입니다. 제가 고향에 살 때 관청의 책임자가 번잡하게 명령 내리기를 좋아했는데 사람들을 아끼는 것 같았으나 결국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관리를 오라 가라 하고 백성을 불러 모아 밭 갈고 수확하는 일을 재촉하며 누에치기와 베 짜기를 독려했습니다. 서민들은 따뜻한 밥 한끼를 때우기에 급급하였고 피곤한 관리들도 여가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어찌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본성을 편안하게 하는 짓입니까? 백성들이 병들고 게을러지는 이유가 주로 여기에 있습니다. 유종원의 문장은 이처럼 조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