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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읍내 중학에 다닐 때 화지시장을 다녀와야 될 심부름이 종종 있었다. 사춘기 소년에게 먹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이 왜 그리 많았던지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그 재래시장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추석 대목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추석이 지나면 설 대목만 바라보고 살 수야 없지 않은가?
혹자는 이런 재래시장을 놓고 ‘시대가 변했는데 재래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겠어’라고 혹평을 한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화는 60년에 불과하지만, 140년 전 산업혁명을 시작한 영국에서도 재래시장은 여전히 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생산·제조·납품 및 물류·유통업자, 서비스업 종사자에다 원도심 거주자까지 13만 시민의 30%가 직·간법으로 재래시장과 더불어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잘 정리된 대형마트에 비해 재래시장은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그것이 또한 재래시장의 맛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비 가리개 시설이나 보도 블럭 교체 정도로 재래시장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호남선 철길이 장애가 되어 판문점 통과하듯 화지시장과 원도심에 진입해서야 되겠는가?
현행 4차선 지하차도 외에 최소한 2차선 도로가 2개는 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어렵게 시장에 접근한다 하더라도 갓길이나 이면도로에 주차가 빼곡하다,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차를 몰고 빙빙 돌다보면 교통체증만 가중될 뿐이다.
또한 중교천 공사가 예정되어 있지만 시장 주변과 구도심에 한갓지게 쉴만한 휴식공간이나 근린공원이 없어 아쉽고 삭막하다.
7년 후를 상정한 ‘2020 도시계획’을 보더라도 접근로·주차 공간·쉼터의 해소방안은 없다. 선심성 예산이나 행사를 줄이고 투자의 선후완급을 가려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이는 원주민의 불편함과 상인들의 생존문제뿐 아니라, 금융기관과 병·의원을 함께 이용하는 시민 모두에게 짜증나게 하는 일이 아닌가?
한편 화지시장에는 질 좋은 식재료를 활용한 값싸고 맛좋은 먹자골목이나 먹거리 장터가 형성되지 않아 점심 시간대 고객을 유혹하지 못하고, 저녁 시간에도 해만 지면 자연스럽게 통행금지가 된다.
먹거리와 일반 도소매점이 경쟁적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상생의 빨대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터 재배치도 쉽지 않지만 인간 세상에 풀지 못할 문제가 있겠는가?
또한 신용카드 결제가 실종되었으니 시장에 들어서면 지갑부터 살펴야 하고, 정찰제가 정착되지 않다보니 가격을 선뜻 물어보기도 어색하다.
더구나 내동 택지개발이 본격화되는 등 인구와 도심의 변화에 즈음하여 무엇보다 재래시장의 주인인 상인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변화하지 않고는 생존의 압박이 가중됨은 예고된 추세다.
그렇다고 구조적인 문제까지 상인이나 원도심 주민들이 해결하지는 못한다. 어느 누구보다 때가 되면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손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객원기자 전낙운(훈련병 면회부활추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