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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광이 태자대부로 있었다. 글을 올려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자 임금은 황금 20근을 특별히 더 하사 했으며 태자는 황금 50근을 선물 했다.
소광이 고향으로 돌아와 날마다 집안 식구에게 술과 음식을 마련하도록 시키고 친척과 친구 빈객들을 초대해 함께 즐겼다. 그는 자주 집사람에게 황금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묻고는 빨리 팔아서 음식을 장만하라고 재촉했다.
그렇게 살면서 한 해가 넘자 소광의 자식들은 소광과 형제간인 노인중에 소광이 믿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몰래 말했다.
'저희들이 아버님이 살아계시면서 가업의 기반을 어느 정도 세우길 바랐는데 .지금와서는 먹고 마시는 비용으로 황금도 다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어른께서 부친을 권고하고 설득해서 밭과 집을 마련하게 하십시오"
이에 노인은 소광에게 전답을 마련해 놓을 것을 한가한 시간을 틈타 말했다. 그러자 소광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내 어찌 노망이 들어서 자손들을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생각해 보니 옛날에 일구던 밭과 집이 그대로 있기에 자손들이 그곳에서 부지런히 노력하면 충분히 먹고 입을 것을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다시 재산을 보태주어 풍족하게 살도록 하는 것은 자식들에게 게으름을 가르쳐 주는 꼴입니다.
사람이 어질면서 재물이 많으면 그의 뜻을 상하게 되고 어리섞으면서 재산이 많으면 허물을 더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부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원망을 받기 쉽습니다. 나는 아직 자손들을 교화시키지 못했기에 그들에게 허물을 더하거나 원망을 사게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이 황금은 성왕께서 늙은 신하를 은혜롭게 기르기 위해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을 사람이나 친척들과 함께 즐기고 임금이 내려주신 은혜를 같이 누리면서 나의 남은 인생을 마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나겠습니까?
[한서 소광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