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되어
시 : 天光 권영의
보아라!
어둠속에서도 초연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저 나무들을 보아라.
고독한 밤에 실려온
어느 이름 모를 몹쓸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며 살아왔어도
나무가 왜 떠나지 못하고
잎새를 피우려 하는지를 보아라.
언젠가는
그토록 푸르른 옷 모두 벗어 놓고
한 줌의 재만 남긴채
흙으로 돌아 가게 되더라도
나무가
왜
그늘이 되고 싶은지를 묻지를 마라.
이 밤의 끝을 잡아 놓은 빈 나뭇가지에
바람이 불더라도
소리내는 것은 바람일 뿐
나무는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
황토빛 저 나무들 같이.
權英義印 天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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